그렇게 생각지도 않았던 '모험'까지를 했던 뒤끝이라 그랬겠지만,
왠지 출출하더라구요.
물론 당연히 저녁은 먹어야만 했는데요,
어쩐지 막걸리가 당기드라구요.
그래서 보니,
보름도 더 전에 한 지인이 저를 방문할 때 사왔던 서울 막걸리가 아직도 두 병이나 남아 있어서,
그 중 한 병을 마시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그 상황도 즉흥적이었던 지라,
'뭘 만들어서 막걸리를 마신다지?' 하다가,
냉동실에 남아있던 삼겹살 얼린 것을 '급탕'으로 해동시켜 급하게 '두부김치'를 만들었지요.
역시 진공포장됐던 '두부'도 있었기에,
뚝닥뚝닥...
가능한 일이었답니다.
그래서 냄비째 탁자에 올려놓고는,
막걸리 병을 꺼냈는데,
정말 보름도 넘게 냉장고에 있어선지, 윗부분이 맑게(그러니까 막걸리 텁텁한 부분이) 다 가라앉아 있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그냥, 그 윗부분만(맑은 부분) 마시기로 했답니다.
최근에 저는, 공동체의 '지호'씨 때문에 그 맑은 막걸리를 마시게 되었는데,('낮술'을 포함한, 한 두어 차례 그런 기회가 있었는데)
'막걸리'가 아닌, '맑걸리'로 부르기로 했답니다.(그냥, 제 생각 대로요.)
모험을 했던 뒤끝이라 몸도 풀려있던 데다,
'맑걸리'가 한 두어 잔 들어가니... 몸도 나른하게 풀리고 있었는데,
(음악이야 당연히 나오고 있었지만) 언뜻 밖을 보니,
막 어두워지고 있었는데, 여전히 안개가 찢어져 하늘로 올라가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기분에(?), 핸드폰을 챙겨 가지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것 역시 술기운에 즉흥적인 행동이었는데,
그 풍경 사진을 찍고 막 돌아서니,
제 숙도의 모습도 괜찮아 보이드라구요.(막 땅거미가 지고 있던 시점이라)(그런데 그 사진은 바로 여기에 싣지 않고, 조금 뒤에 사용합니다.)
그런데 그 순간,
'아, 저 안에... 내가 있었단 말이지?'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그렇지만 제 스스로 그 사진까지를(제가 건물 안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던 모습) 찍을 순 없었기에,
그 상상만으로... 그리고 그 순간, '써먹을 데'가 생겨서,
밖에서 보이던 숙소의 사진까지를 찍어가지고 안으로 돌아왔답니다.
그리곤 바로,
제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자동으로 한 컷을 찍은 뒤,
제 한 친구에게 카톡 문자를 보냅니다.
(그 친구도 '가평'의 산골에서 지내기 때문에)
난 이런 데서 이러고 있는데,
넌 뭐 허냐?
그런데 답이 없는 겁니다.
(만약 그에 따른 답이 왔다면, 또 다른 식으로 뭔가 얘기가 이어졌겠지만......)
그리고 시간만 흘러갔고,
저는 뒤처리를 해야만 했고,
그 얼마 뒤,
그냥 자버립니다.
제가 첫잠에서 깨어났더니(11시 경),
그 친구에게서 이미 답이 와 있던데,
나 서울인데, 더워죽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