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꽃 - 이종암
사월 산길을 걷다가, 문득 한 소식 엉겁결에 받아 적는다
-저마다, 꽃! 연두에서 막 초록으로 건너가는 푸름의 빛깔 빛깔들 제 각각인 것 모여, 사월의 봄 숲 총림叢林이다
굴참나무너도밤나무개옻나무고로쇠나무단풍나무소나무오동나무 산철쭉진달래산목련아까시나무때죽나무오리나무층층나무산벚나무 싸리나무조팝나무서어나무물푸레나무…….
꽃을 가졌거나 못 가졌거나 몸의 구부러짐과 곧음 색깔의 유무와 강약에도 관계없이 온전히 함께 숲을 이루는 저 각양각색의 나무, 나무들
사람들 모여 사는 세상 또한, 그렇다 저마다 꽃이다
ㅡ계간 《물과별》2023, 겨울호) **************************************************************************************************** 뭇 사람이 저마다 꽃이란 명제는 참 아름답습니다 일년생 초목이 아니라 다년생으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숲을 이루나니... 가만히 뜯어보면 꽃이라 해서 모두가 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쓸모가 많은 것도 아닙니다 빽빽한 숲에는 새 한 마리 빠져나가지 못하는 밀림도 있고, 독충과 맹수만 우글거릴 수 있습니다 인간과 더불어 살고 있대서 무조건 아름답다고 받아들일 수도 없잖아요? 준비한대로 벌목도 해야 하고, 새 종을 식수도 하면서 숲을 일구어야 합니다 사람이 저마다 꽃이어도 한 곳에 붙박혀 있기만 하면 싫증도 날테지요 꽃꽂이를 예술로 만드는 이들은 날마다 꽂는 꽃의 종류와 색깔과 크기를 바꾸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