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이 지나고 곧 김장철이다.
각 가정의 김치맛은 어머니 고향에 따라서 다르다고 한다.
엊그제 우리집에도 아들들이 좋아한다고 여수 돌산 갓김치를 담갔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외국, 특히 유럽에서는 한국 배추가 없고 가배추(Cabbage)뿐이었다.
그래서 송출선 선원들을 가배추 김치를 많이 먹었다. 그러던 것이 한국 송출선원들이 늘어나면서
유럽 지방에 있는 한국 선식업체에서 한국배추를 '계약재배'해
대량으로 한국배추나 김치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차츰 세계적으로 한국 김치가 유명하게 됐다.
뭐라고 해도 김치맛은 너무 맵지도 짜지도 않고 시원하고 아삭하게 유산균이 발효된 상태일 것이다.
1990년대 중반, 나는 한국 선원은 나 혼자뿐인 짬뽕선을 타게 되었다.
선장은 해군자위대 대령출신인 구도우히로시(工藤 溶) 선장, 나머지 선원들은 모두 필리핀 선원들이엇다.
근데 일본 선장 영감이 김치를 억수로 좋아햇다. 기관장 교대시 전임 기관장이 말했다.
"기관장님, 김치 담글 줄 압니까? 선장 영감이 김치를 되게 좋아하는데 필리핀 조리장은
김치 담글 줄 모릅니다. 재료는 젓갈까지 영감이 다 사옵니다. 그리고 동남아로 내려가면
선장 영감의 딸같이 젊은 필리핀 마누라가 비행기 타고 오는데, 같이 있는 동안에는 에어컨 조오시 나쁘면
젊은 마누라 -이름이 크리스티나 엿다-가 덥다고 지랄지랄 합니다이!
홍콩에 입항하자 크리스티나가 왔다. 같이 상륙햇던 선장 영감이 고춧가루, 생강, 마늘, 하선정 액젓까지
김치 재료를 다 사왔다. 물론 나는 김치 담그는 것은 많이 봤지만 직접 담가본 적은 한번도 없었
북미 원목선을 탈때, 롱뷰 항에 입항하면 왜관 출신으로 미군과 결혼해 이민온 꿀아줌마가
밴을 몰고다니며 바쁜 선원들을 상대로 만물상을 했는데, 조리장을 도와 김치를 담가주곤 햇다.
배추 김치 담글 때 제일 주의할 점은 '적당히 간을 하는것'이라고 햇다.
일본 선장은 너무 맵고 잔 것을 싫어햇다. 그리고 김칫국물이 흥덩한 것을 좋아햇다.
생전 처음으로 내 손으로 김치를 담갓다. 배추는 다섯 통, 한거번에 너무 많이 담그면 필리핀 선원들이
도둑질해 먹는다고 조금씩 자주 담갓다. "기관쬬, 우리 두 사람은 부식비가 하루 7 달러지만 필리핀 선원들은
5 달러밖에 안 돼요. 그 돈으로는 필리핀 선원들까지 김치를 먹을 수 없어요. 그러니 김치 단속을 잘 해야 돼요."
적당히 다듬고 씻은 배추를 배를 따고 갈라 적당히 소금을 뿌리고 간을 했다가 헹궈 소쿠리에 담가 물을 뺐다.
전임 기관장이 하는 것을 보고 선장 영감은 죽을 쑤어 밥물까지 준비해놓앗다.
조리장은 저도 배우겠다고 옆에서 수첩을 들고 메모를 햇다. 다진 마늘과 생강, 실파, 멸치액젓, 고춧가루버무린
김치소를 밥물에 넣고 한데 버무려 양념을 만들엇다. 배추에 비해 국물이 너무 많앗지만 그냥 선장이 준비한 대로 햇다.
구도우 선장은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봐 가며 밥물에다 남은 양념을 자꾸 넣엇다. 내가 "너무 매울라?"하니
"조금도 안 맵다. 더 넣자!"하며 남은 양념을 다 털어넣엇다. "많이 넣으면 맛있겟지 뭐."햇다.
옆에 잇던 조리장보고 " 이거면 자카트타까지는 먹겟지?" 햇다. 김치 도둑질하지 말라는 소리엿다.
내가 배추속을 헤집어가며 골고루 양념을 바르고 겉잎을 싸서 김치통에 차곡차곡 쟁이니 선장 영감이
"처음이라더니 많이 해본 솜씬데!" 하고 싱긋 웃었다. 그러고는 "김치에는 왜 참기름이나 깨소금은 안 넣나?"햇다.
고무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양념을 버무리다보니 손끝이 아렸다. 양념을 다 넣고 나니 국물이 많이 남앗다.
남은 양념 국물이 아깝다고 영감이 다 붙자고 했다. 구도우 선장은 김치 국물을 좋아해서 밥위에 끼얹어 먹었다.
적당히 발효되어 새콤매콤한 국물맛은 그런대로 먹을 만햇다. 들은 풍월이겟지만 구도우 선장은 김치에 대해
모르는 게 없었다. "한번 칼을 댄 김치는 금방 먹어야지 오래 두면 맛이 변해요. 서울김치는 심심하고 경상도 김치는
맵고 짠데 기온 때문에 그래요. 그래서 김치 단지를 땅에 묻지요....."
구도우 선장은 에전에 여수에 정기로 다니는 탱커를 타면서 친하게 지냈던 아가씨가 있엇다고 했다.
그때 아가씨한테 들은 이야기라고 했다.
- 어느 꼼쟁이 영감집에 두 며느리가 있었는데 손님이 오면 김치 아끼기 시합을 붙였다. 큰 며느리는 꼼쟁이 영감이
시키는 대로 김치를 바둑돌처럼 잘게 썰어 놓았다. 그런데 작은 며느리는 김치를 썰지도 않고 꽃곶이하듯
통째로 그릇에 담아 내놓앗다. 점잖은 손님이 김치를 먹으려고 아무리 젖가락을 갖다 대도 찢어지지 않아
결국 포기하고 말앗다. 김치를 포기 채로 내놓자 감짝 놀랏던 곰쟁이 영감은 그제야 작은 며느리가 최고라고
싱글벙글하더라고....
첫댓글 인도양 마다가스칼항에서 프랑스 납품 업체가 무우라고 가져온게 탁구공 같은 모양 바닷물에 담아놓았다가 그곳조그만고추 다져 담았는데
무우 섬유질이 잇빨에 끼여. 당시는 한국서 오는 독항선 참치선도 없고 운반선도 없는지역이라.몇년후 부터 한국 출하안 기지선 등으로 냉동 김치몇조각 맛보고.요즘이야 아프리카에도 채소 생산,동양사람들 한국식당도 많지만 .미국서는 엘레이서 병에 김치 구입해 먹었는데 비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