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를 입은 소년>
남상순 · 글
우연한 사고가 불러온 인생의 소용돌이!
도미노처럼 무너진 인생, 그 이면에 숨은 진실을 찾아서
사고의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가족 이야기
촉법소년,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를 고찰하다!
판형 142×210×10mm | 쪽수 140쪽 | 책값 13,000원 | 대상 청소년
발행일 2024년 11월 9일 | ISBN 979-11-7147-092-1 43810
○ 기획 의도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범죄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촉법소년은 현행 소년법상 형사 처벌 대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을 주로 받는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범죄 행위를 살펴보면 대부분 죄의식 없이 범행을 저지르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촉법소년에 의한 강력 범죄도 늘고 있어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자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도미노를 입은 소년》은 어린 시절 우연한 사고가 만든 복잡한 관계 속에서, 한 소년이 가족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진실 추적과 내적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남상순 작가는 청소년의 심리와 사회적 상황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청소년들이 자기 행동에 관한 책임을 인식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도진은 누나 은진의 교통사고 소식에 깜짝 놀란다. 누나가 킥보드와 충돌해 팔에 금이 갔고, 사고를 낸 아이는 도망쳤다고 한다. 사고를 낸 도미노 입은 소년을 찾던 도진은 누나의 사고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자신을 괴롭히려는 의도가 있음을 알고 불안감에 휩싸인다. 사과하기 위해 도진의 가족을 직접 찾아온 ‘도미노 소년’ 찬영. 자신을 위협했던 아이가 초등학생이란 사실에 도진은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소설은 우연한 사고로 시작된 한 사건이, 두 소년의 선택이, 그들의 삶을 어떻게 송두리째 변화시키는지 그 과정을 촘촘히 그려낸다. 주인공은 누나의 사건 배후에 있는 소년을 추적하며 범죄와 그로 인한 책임, 그리고 사회적 규범의 경계를 고민하게 된다. 삶의 선택과 결과, 그리고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바라보면서 독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책임감 있는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게 될 것이다.
○ 도서 소개
* 소년의 선택이 가족을,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도미노 소년 찬영은 돈을 내밀며 보상하겠다고 하지만, 그 금액이 너무 적어 엄마는 분노한다. 찬영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도진은 친구 미진을 통해 찬영에 관해 알아보고, 찬영의 SNS를 통해 3년 전 자신 때문에 찬영의 형인 김찬대가 다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도미노 소년은 정말 의도적으로 도진의 가족에게 접근한 것일까.
찬영과의 만남을 통해 도진은 결국 자신이 저지른 잘못과 그로 인한 가족의 어려움을 직면하면서 잊고 있던 자기 행동들을 돌아본다. 두 소년의 갈등은 단순한 사건의 연속이 아니라, 각자의 상처와 꿈을 가로막는 중대한 문제로 발전한다.
이 책은 사고의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가족 이야기를 다각적으로 다루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다르게 보았을 촉법소년의 면면을 낱낱이 보여 준다. 법적 책임과 도덕적 판단 사이에서 고뇌하는 청소년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리며 이해와 공감을 높인다. 책을 보며, 청소년 스스로 경계하는 계기가 되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길 바란다.
* 그들이 저지른 범죄는 절대 가볍지 않다!
은진이 오디션 프로그램 무대에 서자 가족들은 모여 그녀를 응원한다. 도진은 누나를 응원하면서도 티브이 시청에 집중할 수 없다. 찬영이 형 김찬대의 사고 이야기뿐만 아니라, 누나의 오디션 이야기까지 SNS에 올린 것이다. 도진은 자신과 가족이 궁지에 몰리는 것을 느낀다.
모든 범죄가 그렇듯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두려움을 느끼기 어렵다. 주인공 도진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점점 무너지는 가족을 바라보며 고뇌하고 반성하며 스스로 성장한다.
사회가 관여해 청소년들을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삶의 방향을 바꿔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기에 아름다운 법일 수 있다. 하지만 촉법소년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저지른 범죄는 절대 가볍지 않다. 또한, 피해자가 볼 때는 아름답지만도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 도미노 효과, 작은 변화가 세상을 뒤바꾼다!
잃어버린 너구리 새끼를 찾기 위해 가족이 협력하는 코스를 통해 선한 마음이 어떻게 전파되는지를 보여 주는 ‘엄마 너구리 도미노 게임’.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찬영을 피하고 싶었던 도진은 찬영이 두고 간 게임 카드의 의미를 곱씹으며 비로소 찬영의 마음을 이해한다.
도미노가 한 개 쓰러지면 그 힘이 연쇄적으로 다른 도미노를 넘어뜨리듯이, 어떤 특정 사건이 다른 사건을 불러일으키면서 대규모 사회 현상으로 커지는 것을 ‘도미노 효과’라고 부른다. 소설은 도미노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리 사회 복잡한 관계를 보여 주며 독자에게 자신의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한다.
작은 변화가 도미노처럼 이어져 세상을 뒤바꿀 수 있다. 책을 읽고 청소년 스스로 잘못된 생각을 고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 시작은 전혀 작지 않을 것이다.
○ 차례
작가의 말
사고
우리 집 황금마차
누구냐, 너?
쪽지
보상금
사과의 정체
어느 봄날의 난장
플래카드 걸고 풍선도 불자
우리 형이에요
거미줄에 걸린 아기 벌
이번 생을 망하게 둘 수는 없어
엄마 너구리 도미노 게임
선한 마음의 파도가 되어
○ 책 속으로
두어 달 전부터 모르는 아이가 나를 찾는다는 소문을 들었다. 아이는 진갈색 도미노를 입은 채 전동 킥보드를 타고 나타나 제가 궁금한 몇 마디를 물어본 뒤 앞뒤 설명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키가 꽤 컸고 덩치가 있었으나 몇 학년쯤 되는지,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도미노 모자가 얼굴을 가리고 있어 제대로 살펴볼 수 없었던 탓도 있었지만, 막대 사탕을 문 채 고개를 옆으로 살짝 틀고 다른 곳을 쳐다보며 말을 거는 바람에 긴가민가했었다는 게 말을 전한 수찬이의 설명이었다. ─ <사고> 중에서
안도감이 들기보다 불안이 증폭되는 이유는 또 있었다. 미진이는 우리 학교 1학년의 마지막 학급인 6반이었다. 수찬이 말대로 1반부터 6반까지의 아이들에게 차례대로 접근했고, 6반인 미진이가 전한 소식은 도미노 소년이 집으로 찾아오겠다는, 그야말로 최종 버전이었다.
“하아!” 내 입에서 허탈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도대체 우리 학교 학생들을 1반부터 6반까지 배열해 놓고 접근하는 방법을 순서대로 정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품을 팔아야 하는 걸까. 우리 학교 교문에서 그 누구도 아닌 6반의 양미진을 알아보려면 하교 시간은 물론 얼굴 생김새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팔뚝에서 소름 올라오는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으스스한 기분이었다. 그동안 뉴스나 기사에 나와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스토킹 사건이 떠올랐다. 남의 이야기였던 그것들이 이제는 나의 문제로 다가왔고 발등의 불이 되었다. ─ <쪽지> 중에서
나는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며 물었다. 하룻밤 새에 창수만 연구한 것은 아니었다. 명절 같은 날도 5만 원을 주는 친척이 단 한 명도 없는 나에게 길 가던 아저씨가 5만 원을 주었다. 그것도 잘못이 있는 우리에게 말이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밤을 꼬박 새우고 검색하면서도 창수에게 문자 한 통 보내지 않았다. 말을 참아야 할 것 같았다. 함부로 발설하면 마법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필요한 것은 촉법소년이 어떻게 그와 같은 사회적 대접을 받게 된 것인지 이해하는 것이었으나 쉽지는 않았다. 그저 그날 알게 된 것은 촉법소년이면 무조건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정말 그래도 되느냐는 의심은 그 아저씨와의 사건을 복기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되었다. 사람을 죽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도둑질하자는 것도 아니었다. 차를 향해 넘어지는 척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것은 매 맞는 기분이랑 비슷할 것 같았다. 돈을 받을 수만 있다면 열 대든 스무 대든 맞을 수 있었다. 우리 반 남자애들이라면 비슷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그렇게 밤을 새워 결심하고 나니 부쩍 어른이 된 것 같았다. ─ <어느 봄날의 난장> 중에서
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소리를 질렀다. 곤충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 버둥거리고 있었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이미 피가 마르고 있었다. 나는 피가 말라 죽어도 괜찮으나 누나는 무사했으면 했다.
‘어떻게 해야 추락을 막을 수 있을까.’
김찬영과 김찬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불현듯 아빠가 아니라 나야말로 김찬대를 만나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지 않으면 우리 가족에게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 <우리 형이에요> 중에서
‘꿍꿍이가 없을 수도 있잖아.’
내 안에서 누군가 신음을 냈다. 아빠에게 왜 상대방의 말을 의심부터 하느냐는 충고가 그대로 반사되어 나에게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반사를 경험한 것은 나만이 아닌 것 같았다. 엄마 아빠가 서로를 마주 보면서 징그럽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김찬대와 김찬영이 노린 것이 그와 같은 부끄러움이라면 그들은 100% 성공한 셈이다. ─ <이번 생을 망하게 둘 수는 없어> 중에서
엄마가 먼저 무너져 내렸다.
“미안해요. 우리가 정말 잘못했던 것 같아요. 그때 그러지 말아야 했는데.”
그러고는 김찬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었다. 나도 일어나 죄송하다고 말한 뒤 무릎을 꿇었고 아빠도 따라 했다. 무릎을 꿇었지만 따질 것은 따져야겠다는 듯 엄마는 우리 학교 1학년 학생 6명에게 찬영이가 접근한 것이 계획적이었는지 아닌지 물었다. 김찬대는 모르는 일이라며 어리둥절했고, 찬영이는 거기에 계획 같은 것은 없었다며 양손을 내저었다. 믿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저는 겨우 초등학생이에요. 그런 머리를 어떻게 쓰겠어요?”
그렇게 말하니 믿지 않을 수는 없었으나 찜찜함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세상에 그런 우연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찬대와 김찬영이 돌아가고 난 뒤 그들이 앉아 있던 소파에는 두툼한 서류봉투 하나가 남아 있었는데 혹시 돈이면 어쩌나 혼비백산하고 열어보니 유아용 카드였다. 제목은 ‘엄마 너구리 도미노 게임’이었다. 그 슬픈 제목의 카드를 손에 들고 나니 도미노를 입은 소년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김찬대와의 용건은 온 가족이 무릎을 꿇는 것으로 끝났으나 아무도 어린 김찬영이 받았을 상처는 헤아리지 못했다. 김찬영은 나와 우리 가족에게 자기 몫의 사과를 따로 받아낼 작정은 아닐까. ─ <엄마 너구리 도미노 게임> 중에서
엄마 너구리 도미노 게임은 엄마 너구리가 9마리 새끼 중 사라진 한 마리를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로, 그 한 마리를 찾지 못하면 남은 8마리에게 먹이를 주지 않겠다고 선포하며 시작한다. 새끼 너구리 9는 가족을 위기에 빠뜨리곤 하는 6이 미웠지만, 녀석을 찾아 나서는 일에 협력했고, 그 결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다. 그것이 코스 1의 따뜻한 이야기라면 코스 2는 새끼 너구리 9가 6을 찾아 나서는 일에 협력하지 않아 가족 전체가 참혹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이야기였다. 그 밖에도 취향에 따라 여러 코스가 가능하지만 힘든 상황에서도 선한 마음을 먹고 굳건하게 나아가면 그 선한 마음이 형제와 이웃들에게 파도처럼 연쇄적으로 퍼져나간다는 점에서 도미노 게임이 갖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찬영이가 엄마 너구리 도미노 게임을 내가 봐줬으면 한 이유를 모른다고 하기는 힘들었다. 빚으로 인해 김찬대에게 위기가 닥치자 찬영이는 자신도 위태로워졌다고 여겼을 것이다. 얼마나, 어떻게 위태로워졌는지를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형과 단둘이 사는 초등학생이 그 형이 돈 벌러 나간 밤을 혼자 보내야 한다는 사실보다 잔인한 게 있을까. ─ <선한 마음의 파도가 되어> 중에서
○ 작가 소개
* 남상순 · 글
경상북도 문경에서 태어났으며, 1992년 문화일보에 단편소설 <산 너머에는 기적소리가>가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듬해에 장편소설 《흰뱀을 찾아서》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장편소설 《나비는 어떻게 앉는가》, 《동백나무에 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들》, 《희망노선》과 소설 창작집 《우체부가 없는 사진》, 《도라지꽃 신발》을 펴냈습니다. 2006년 청소년 장편소설 《나는 아버지의 친척》을 발표한 이후로는 《라디오에서 토끼가 뛰어나오다》, 《사투리 귀신》, 《키스감옥》, 《걸걸한 보이스》, 《애니멀 메이킹》, 《인간 합격 데드라인》, 《스웨어 노트》, 《비공개 2인 카페》, 《감정 보관함》, 《너를 부르는 꽃》, 《부럽거나 부끄럽거나》, 《낙원의 아이》를 출간했으며 장편동화로 《이웃집 영환이》, 《코끼리는 내일 온다》, 《특별한 이웃=□》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