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구속 취소] 재판부, 왜 尹 구속 취소했나. 법원, 공수처 수사 적법성에 의문 던져… "파기·재심 사유될 수 있다"
김희래 기자
유종헌 기자
입력 2025.03.08. 02:43업데이트 2025.03.08. 07:11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선포와 그에 따르는 후속 조치도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 측과 국회 측이 ‘부정선거 의혹’을 놓고 탄핵심판 이후 처음 공방을 벌였다. /헌법재판소
7일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구속 취소를 결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검찰이 구속 기간을 넘겨 기소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포함해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송윤혜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구속 여부를 둘러싼 쟁점과 관련해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 판례 등 선례도 없는 상황에서 법원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피의자)의 이익으로’라는 형사 사법 절차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尹, 구속 기간 만료 후 기소
윤 대통령 구속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그가 구속 기간 중에 공소가 제기됐는지 여부였다. 법원 설명 자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체포된 시기는 지난 1월 15일 오전 10시 33분으로 예정된 구속 기간 만료 시기는 1월 24일 밤 12시였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기간은 10일 이내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구속영장 실질심사 등을 위해 수사 관련 서류 등이 법원에 있었던 기간(33시간 7분)은 구속 기간에 포함하지 않도록 돼 있어서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은 1월 26일 오전 9시 7분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검찰은 1월 26일 오후 6시 52분 윤 대통령을 기소한 것이다. 재판부는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동안 “형사 실무상 구속 기간은 시간이 아닌 날짜를 기준으로 계산해 왔다”며 “영장 심사에 사흘(지난달 17~19일)이 걸린 만큼 구속 기한은 지난달 27일까지라 문제없다”고 주장해왔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이다.
재판부는 “수사 관계 서류 등이 법원에 있었던 ‘시간’만큼만 구속 기간에 불산입하도록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래픽=송윤혜
◇”수사의 적법성 문제 해소해야”
법원은 또 공수처가 직권남용의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적용해 윤 대통령을 구속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내란죄는 공수처법이 정한 수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재임 중 직권을 남용해 국가 권력을 이용한 범죄와 관련돼 있어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수처가 실제로 직권남용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죄를 인지하게 됐다고 볼 증거나 자료가 없다”고 한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에 대해 명확한 법률이나 규정이 없어서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만약 이런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재판 절차를 진행하면 상급심에서 파기 사유는 물론,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10·26 사태’로 사형을 선고받은 고(故)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재심이 최근 개시된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법원은 지난 19일 “(1979년) 당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단 소속 수사관들이 김씨를 수사하면서 수일간 구타와 전기 고문 등의 폭행과 가혹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수사 과정의 위법성을 근거로 김씨 사건에 대한 재심을 결정했다.
◇“공수처 증거 모두 효력 잃을 듯”
법원이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으면서, 윤 대통령의 내란죄 수사를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두고두고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법에 있는 대로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 경찰이 재수사를 하는 게 맞는다”며 “결국 공수처와 경찰 등이 서로 수사 경쟁을 벌이다가 이런 결과를 맞은 것”이라고 했다.
한편 법조계에선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이 그동안의 내란죄 수사를 무효화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도 있다. 대형 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사건의 실체를 향후 법정에서 가리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다만 검찰과 공수처가 제출한 증거 등은 모두 효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고, 재판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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