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달
- 이승한
병실에 누워 지샌 새벽녘
창밖을 물끄러미 보다가
줄곧 기웃거리는 가느다란 그믐달과
내 눈길이 마주쳤다
차오르면 반드시 일그러지는 게
세상의 이치이건만
등 굽어 곧추 누운 달
측은한 눈빛은 구름에 가려진다
못내 서러워 고개 돌리니
보조 침대에 등 구부려 누워 있는 달
수심 가득하고 주름진 얼굴
젊은 날 고왔던 줄 이제사 알겠네
달도 차면 기울듯
받아 놓은 날은 기어이 돌아올 텐데
내가 하려다가 하지 못한 말
샘솟듯 고여서 쌓인다
ㅡ반년간 《시에티카》(2023, 하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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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라고 외갓집에 다녀간 둘째네는 내려올 때보다는 길이 덜 막혔다고 하네요
폭설을 헤치고 내려올 때는 5시간, 눈이 치워진 상경길은 3시간 반-
어쨌거나 평소에는 2시간 반 걸리는 길인데 말입니다
동해로 가는 고소도로가 막혔다는 말은 해넘이와 해맞이를 보겠다는 이들이 많았다는 거잖아요
하늘에 달도 별도 보이지 않았지만, 옥상에 올라가 소백산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회자필리'라 했듯이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고, 달도 차면 기우는 것이 삶이잖아요?
새해 첫날, 더 늙기 전에 지인들따라 베트남을 7박9일로 다녀오려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8일 새벽에 영주를 출발해서 16일에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딸과 사위는 잘 다녀오라고 용돈을 챙겨주고, 우리 내외는 그 마음이 고마워 외손자들 용돈을 챙겨주었습니다
저녁 늦게 큰애와 막내 가족들과도 송년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하려다가 하지 못한 말들은 당분간 쌓이겠지만, 소백산정 하얀 눈빛이 사라질 때쯤이면 녹아버릴 테구요
오늘 아침 결리던 무릎도 허리도 한결 개운해 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