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대해 생각하면 뭔가 검은 감정이 따라와요. 마당
엔 아직 붉고 노란 꽃들이 피어 나고, 나에겐 모르는 친척들
이 많지요. 회색 거미처럼 독신의 친척은 혼자 놀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죽습니다. 여름엔 노랗고 붉은 꽃잎들 비와 태풍
도 지나가고 그건 친척이 싫어하는 날씨였지만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혁명이나 슬픔이나 시 그런 것처럼 여름에 대
해 말하면 그건 먼 친척의 이야기 같지요. 계단에 앉아 땀을
닦는 동안 여름이 한창이고, 텅 빈 거미줄 흔들리고 똑똑 두
드려도 문은 열리지 않고. 우거진 풀이 기이한 냄새를 피우
는 동안 나는 책을 읽고 산책을 나가고 더운 밥을 먹고 가끔
시를 썼어요.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여름의 불행이라고 말
하지요.
[감자의 멜랑콜리], 창비, 2025.
첫댓글 오랜만에 선생님 시 배달에 흔적 남깁니다^^
내 여름은 불행보다 행복이 더 잔재하길 바래봅니다~~
바브시인님
팥빙수같은 님의 글에 무더위가 달아났습니다
편안하게 이 여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