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아직도  5일장이 서는 내 고향에 가면</p><p>안 그래여 머라 캐쌓노 니 자꾸 그칼래?</p><p>사투리가 그 철모르던 시절로 우리를 데려가겠지</p><p>텁텁한 막걸리가 생각나면</p><p>쌍과부 임자 없이 장사하는 술집으로 가게</p><p>술에 좀 취하더라도, 시망스런 사람아</p><p>아저씨 이거 노이소 어데를 만지고 그래예</p><p>이런 소릴 들음 곤란한 일이지</p><p>재수 없으면 눈두덩이 시커멓게 멍들지도 몰라</p><p>시무룩하게 술 마시던 어떤 홀아비가</p><p>구석에서 시뻘건 얼굴로 달려나와 주적을 날릴지</p><p>이 아저씨 참 얄궂다 대낮에 와이카노</p><p>시부렁거리더라도 실없는 사람아, 사랑해 주라</p><p>그 집 김치는 분명 시굼시굼하겠지</p><p>그만 마시고 시끌시끌한 바깥으로 나가게</p><p>아직도 있을 그 장터 그 바닥</p><p>시설거리는 약장수 패와</p><p>시실거리는 꼬마 녀석들</p><p>새하얗게 머리 센 시어머니 뒤따르는</p><p>저 색시(아줌마라고 어떻게 부르겠나) 등에는</p><p>새근새근 잠든 아기가 있고 오늘 사가야 할</p><p>실꾸리가 있고 옷가지가 있다</p><p>내가 버린 고향이 거기에 있다</p><p>다시 찾지 않은 시골장이 고향에 가면 있다</p><p>씨억씨억한 사람들이 시위적시위적 살아가는</p><p>물 맑은 곳, 시퍼런 하늘의 배행기 쳐다보던</p><p>그곳이 지금 어덯게 변했을지 모르지만</p><p>나는 죽는 날까지 그 장터 그 바닥을</p><p>못 잊는다, 못 잊는다, 그 구리빛 얼굴들을.</p><p> </p><p> </p><p>[사랑의 탐구],문학과지성사, 19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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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랑의 탐구
고맙습니다, verde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