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ZKtCm5YGp4w?si=Ub2yZRKMzFJLnoiv
The Third Man Theme(1949년) - Anton Karas(펌 팝뮤즈)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4 . 19가 나던 해 새밑
우리는 오후 다섯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버렸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메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 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엤사랑이 피 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하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https://youtu.be/4vLXDfy4Zdc?si=YG2Jb8dSuUE2tUJn
ANTON KARAS The Third Man Theme
<제3의 사나이> 라스트 신, 그 명장면을 약 3분여 동안 본다는 건 희열이자 떨림이고
가슴이 무너져내리고, 사랑이란 이름 앞에 절망의 순간이 가로놓여진다.
더구나 알리다 발리의 연기는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바바리깃을 여밀고 표연히 가로수길을 걷는 발리의 표정은
슬픔일까, 고독일까, 고통일까, 절망일까, 죽음일까, 자신을 떠나보내는 길일까?
<제3의 사아이>를 본 느낌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려울 거라 여긴다.
1949년에 만들어 진 '제3의 사나이'는 그레엄 그린이 소설로,
그리고 그린이 직접 시나리오까지 완성했고 연출은 캐롤 리드가---
영화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를 떠나 '제3의 사나이'의 라스트 신만 본다고 해도 가슴이 시리고
더 나아가 안톤 칼라스의 치타 현음이 흐르는 주제 음악은 가슴을 저민다.
음악: 안톤 칼라스
촬영: 로버트 크래스커
출연: 오손 웰즈, 조셉 코튼, 알리다 발리
오손 웰즈의 연기도 빛나지만 최고의 연기는 알리다 발리다.
알리다 발리는 1921년 5월 31일 태어나 2006년 4월 22일 눈을 감았다.
알리다 발리 필모그래피
'마농'(1940)
'패러딘 부인의 재판'(1947)
'제3의 사나이'(1949)
'애증'(1954)
'외침'(1957)
'위험한 사랑'(1957)
'지골로'(1960)
'외디푸스 왕'(1967)
'거미의 계략'(1970)
'인디언 썸머'(1972)
'리사와 악마'(1973)
'1900'(1976)
'카산드라 클로싱'(1977)
'서스페리아'(1977) 등등---
발리와 함께 한 감독들은
베르나드로 베르톨루치(거미의 계략)-보르헤스의 소설을 영화화.
캐럴 리드(제3의 사나이)
앨프리드 히치콕(패러딘 부인의 재판)
마리오 솔다티(오래된 작은 세상, 1941, 20세 때 주연한 이 영화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루키노 비스콘티(센소, 비스콘티를 만나면서 또 다른 발리의 영화세계를 펼친다)
미칼란젤로 안토니오니(외침)
피에르 파울로 파졸리니(외디푸스 왕)---
첫댓글
2차대전 중 비엔나거리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1949년 흑백필름.
빼어난 주제음악은 안톤 카라스가 담당했다.
Zither 연주자인 카라스는 그 시절 무명으로 Vienna의 Heurigers(선술집)에서 연주로 밥벌이를 했다.
그러다 우연찮게 어느 가든 파티에서 연주를 하게 됐는데,
이때 캐롤 리드 감독이 참석해 그의 치터연주를 듣게 되었고,
리드 감독은 카라스에게 함께 영화음악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카라스의 멜랑콜리한 '제3의 사나이' 주제음악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