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명나라 유학
세종은 중국의 역법을 따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옛부터 조상들은 우리 나라 자체의 역법이 있었던 것도 그렇고,
중국의 역법은 우리나라 농사 실정과 맞지도 않았다.
세종은 자체적인 천문 관측을 통해 역법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술이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명나라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명나라는 조선을 자신의 부속 국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체적인 역법을 갖는 것을 반역이라고 생각하였다.
세종은 몰래 일을 추진하는 수 밖에 없었다.
세종은 장영실, 최천구, 윤사웅 등 내관상감 관원들을 명나라로 보냈다.
천문에 관한 서적들과 천문기구들의 도식을 가지로 오라는 명을 내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말과 함께.
영실은 그렇게 북경을 향했다.
영실도 세종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천하의 중심은 명나라가 아닌 내가 밟고 있는 바로 이 땅이라는 생각이다.
지은이 김종록은 그런 영실의 생각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아래와 같이 멋있게 적고 있다.
...
천하에 어디 중심이 있으랴.
우리가 발 딛고 선 땅이 공처럼 둥근 것이라면
누구나 어디에 서 있건 중심이 된다.
문제는 그 사람의 마음이다.
항상 중심에 서서 살아가면서도
변두리 의식을 버리지 못하면 그는 영원한 주변인이다.
하늘이 어찌 중앙을 내놓고 변두리를 내놓았겠는가.
힘센 나라가 중앙이 되고 약한 나라가 변두기가 된 것뿐이다.
하늘이 어찌 사람 가운데 천자를 내놓고 노예를 내놓았겠는가.
인간의 불편부당한 제도가 자기들의 편의를 위해 그리 만들어 놓은 것뿐이다.
제도를 고칠 수 있으면 좋겠으나 그럴 수 없다면 의식을 고쳐먹으면 그뿐이다.
종으로 살면서도 사는 동안 자신이 해햐 할 일을 알고
묵묵히 실천해 간다면 하늘은 그에게 영원한 자유를 주는 것이다. (85~86쪽)
...
명나라에 도착한 영실 일행은 명나라 장인들과 교류를 한다.
역법, 천문에 관련된 서적 등도 구입하였고, 선진 기술도 접하게 된다.
하지만, 명나라 관상대에는 오르지 못한다.
황제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조선으로 돌아가면 절반의, 아니 반의 반 정도의 임무 완수인 것이다.
명실은 어느 한 중국 장인의 마음응 얻어
몰래 관상대에 올라가 관측을 하게 된다.
하지만, 곧 발각이 되어 사형에 처할 입장에 놓이게 된다.
우연찮게 어린 시절 소꼽 친구가 명나라 고위관직의 부인이 되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도움을 구어 그야말로 구사일생으로 조선에 돌아오게 된다.
1. 노비의 옷을 벗다.
귀국후, 영실의 공을 높이 산 세종은
황희 등의 도움으로 영실을 면천해주고, 정5품에 해당하는 상의원 별좌 벼슬을 하사한다.
그리고, 세종의 알선으로 알고 지내던 궁녀 한여운과 결혼을 한다.
면천하는 날, 영실은 어머니와 함께 부둥켜 한참을 울었다.
세종의 은혜를 입은 영실은 더욱 세종의 기대에 부응을 한다.
세종은 성상도감을 설치하여 실생활에 필요한 기구들을 만든다.
천문의기인 대소 간의, 일성정시의, 해시계, 누기, 측우기 등을 만든다.
그리고, 물시계의 일종으로 자동으로 시보를 알려주는 자격루를 만든다.
자격루는 정밀한 물시계로 해가 없어도 백성들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귀중한 기계였다.
세종은 자격루를 만든 공을 높이 사 영실을 정4품은 호군으로 진급시킨다.
영실에 대한 세종의 총애는 문관들에게 못마땅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도 알려졌다.
영실을 무시했던 의성 장씨 집안에서도 태도를 바꿔,
영실을 직접 찾아와 화해하고, 영실을 정식으로 자신들의 족보에 올려주었다.
2. 좌절된 꿈
세종과 영실은 오래된 꿈, 조선만의 별자리를 완성하게 된다.
그들은 돌에 조선의 천문도를 새겼다.
그리고, 천문 관측대인 간의대를 세워 별 관측을 계속 하였다.
하지만, 조선의 움직임이 명나라 황제의 귀에 들어갔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당시 조선만의 역법을 만들려는 것은 독립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세종은 자신을 최대한 낮추고,
간의대와 천문도를 만든 이유는 단지 농사에 되고자한 것이라는 설명하였다.
명나라는 조사 차원에서 사신을 보냈다.
세종은 그 사신에게 온갖 뇌물을 주어 구슬렸지만,
끝내 천문도는 명나라로 갔고, 명나라 황제는 더이상 독자적인 천문학 연구를 허락하지 않았다.
약소국의 비참한 모습니다.
더우기 세종은 오랜 업무로 몸이 상당히 쇠약해져 있었고,
천문학보다 그 큰 꿈인 독자적인 글자인 '훈민정음'을 창제하려고 하였다.
그러한 이유들로 세종은 어려운 결단을 하였다.
천문학 연구를 여기서 멈추는 것이다.
그럴 즈음, 영실이 감독한 세종의 가마가 뿌러지는 사고가 난다.
세종은 가마가 뿌러지기는 했지만, 자신의 신변에 이상이 없기 때문에,
영실을 용서하려고 했지만, 문관들은 이때가 기회라 생각하여 영실에게 벌을 줄 것을 종용하였다.
세종은 어쩔 수 없이 문관의 말을 들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동안 수고한 영실에게 진정한 자유를 주기로 하였다.
이 부분은 역사적인 기록에서 장영실이 사라진 이유를 지은이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세종은 영실에게 서찰을 보냈다.
...
나는 이제 그만 너를 놓아주려 한다. 우리가 이 땅에서 만나 함께 키워 온 꿈이
어떠했는데 오늘날 이토록 쉽사리 조선의 하늘을 포기할수 있으랴.
가슴에 만감이 교차하여 붓을 든 손이 떨리누나.
우리 함께하는 동안 세상에 못 이뤄낼 것이 없었고 부러울 것이 없었네라.
중국에 비한다할지라도 새 기술을 발명함에는 결코 뒤지지 않았도다.
아니, 앞 선 바가 적잖았도다.
어이할거나. 우리의 이 모양 사나운 이별이여!
어느 먼 훗날에 오백년, 천 년 후에라도
우리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신분이나 얼굴 모습이 다를지라도
다시 하나가 되어 못다 풀어낸 지혜를 맘껏 펼쳐 보자꾸나.
그때 가서 아무런 제약 없는 세월에 우리 오늘 못다한 소망을 펼쳐 보자꾸나. (303쪽)
...
잘 가라. 나의 노예, 나의 오랜 벗! 내 진정한 친구요.
저 창공의 빛난 별이 있는 한 우리는 늘 함께한다.
이때문에 우리의 이별은 없다. (304쪽)
...
영실은 가마 손실에 대한 처벌을 받고,
한양 생활을 접고, 모든 미련을 버리고
지리산 자락으로 향했다.
영실 또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해준 세종에게
마음 속으로 고마움을 전하였다.
...
인생이 막막하여 가망 없게만 여겨지던 젊은 날,
자벌레나 개똥벌레 혹은 하늘다람쥐를 꿈꿔 온 소신은
당신을 만나 창공을 얻고 마음껏 비상해 보았나이다.
그리고 이제는 나라의 관직, 사람의 관직이 아닌 하늘 관직을 새로이 얻었나이다.
계급과 신분의 경계나 나라의 경계조차 저에게는 더 이상 벽이 될 수 없습니다.
제가 본 우주는 그런 인간들의 경계 지음을 훌쩍 뛰어넘어선 자리에 있었나이다.
저 무한한 우주 속에서 먼지처럼 작은 우리가 우주의 생명력을 획득하는 길은
오직 소소한 경계들을 허물고 한마음이 되는 것 뿐이옵니다.
일호일흡(一呼一吸)하는 우주의 합벽(闔闢)을 가늠해 보면
우리네 삶은 그야말로 찰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무엇에 얽매여 있음보다 나머지 인생은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살다가 저 그윽한 하늘나라로 돌아가겠나이다.
이미 전하와 함께 천ㆍ지ㆍ인 삼재지도의 대업에 참여한 저에게 무슨 여한이 있겠나이까?
당대에 못다 펼친 재주가 있으나 조물주에게 돌려 주어
훗날에 머리 밝은 이들이 다시 불러 쓰기를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을 유익하게 한다면 그것으로 족하옵니다.
부디 강녕하소서. (305쪽)
...
3. 우리말 배우기
2권에 나온 우리말들과 낯선 한자어들의 뜻을 정리해 보았다.
* 시부저기 : 별로 힘들이지 않고 거의 저절로
* 어마지두 : 무섭고 놀라서 정신이 얼떨떨한 판
* 도거리 : 따로따로 나누지 않고 한데 합쳐서 몰아치는 일
* 무무하다 : 교양이 없어 말과 행동이 서투르고 무식하다
* 끄느름하다 : 날이 흐리어 어둠침침하다
* 해토머리 : 얼었던 땅이 녹아서 풀리기 시작할 때
* 잡도리 : 단단히 준비하거나 대책을 세움. 또는 그 대책.
* 추보 : 천체의 운행을 관측함
* 가무리다 : 몰래 혼자 차지하거나 흔적도 없이 먹어 버리다
* 해사하다 : 얼굴이 희고 곱다랗다.
* 비근하다 : 흔히 주위에서 보고 들을 수 있을 만큼 알기 쉽고 실생활에 가깝다
* 수승 : 가장 뛰어난 일.
* 헙헙하다 : 활발하고 융통성이 있으며 대범하다.
* 젓수다 : 궁중에서, ‘잡수다’를 이르던 말.
책제목 : 장영실은 하늘을 보았다 2
지은이 : 김종록
펴낸곳 : 랜덤하우스 중앙
페이지 : 311 page
펴낸날 : 2005년 3월 7일
정가 : 9,000원
읽은날 : 2010.04.05 - 2010.04.08
글쓴날 : 2010.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