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 영동지역 답사를 마치고/안성환/240831
코스: 용암사-정지용 생가-육영수 생가-영국사
일자: 2024년 8월 31
인원: 72명
주관:사단법인 울산문화아카데미
이번 답사는 필자 역시 처음 가는 길이다. 봇짐 속에 카메라와 간단한 메모지, 벙거지모자를 챙겨 아침 5시경 싸릿문을 나섰다. 충북지역 날씨는 33도, 만만찮은 불볕더위다. 총 이동 거리가 738km, 소요시간은 14시간이다. 차량 주행시간이 7시간과 점심시간 외 휴식시간을 빼면 답사에 걸리는 시간은 약 5시간 이상, 폭염에 강도 높은 답사였다.
옥천과 영동은 충청북에서 남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는 ‘향수’의 시인 정지용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기록에 보면 옥천 땅은 삼국시대에 신라와 백제가 번갈아 가며 주인이 되었던 곳이기도 한 땅이다.
먼저 첫 코스인 용암사이다.
용암사는 옥천읍 장령산 자락에 있는 삼국시대 신라의 승려 의신이 창건한 사찰이다. 대웅전에는 석가여래가 모셔져 있고 대웅전 뒤에 우뚝 솟은 마애불이 있다. 위쪽만 처마처럼 남기고 모두 편편하게 다듬은 후 얕게 돋은 새김한 부분이 이채로웠다. 그리고 조금 내려와 옆으로 가면 쌍 석탑이 있다. 자연석 암반 위에 2층 기단을 쌓고 3층 탑신을 올린 일반형 석탑인데 보물 제1338호로 지정되어 있었다. 특이한 것은 1층 몸돌이 유난히 높고 지붕돌의 폭이 위쪽으로 올라가도 별로 줄어들지 않아서 높직하고 날씬한 느낌을 주었다. 용암사는 옥천군에서는 가장 역사가 깊은 곳이기도 하다.
이어 금강산도 식후경!
답사에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점심이다. 점심을 잘 먹어야 오후 답사에 활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지용 선생의 생가 옆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72명이 한 곳에 식사하니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식사가 마무리될 때쯤 임진혁부원장님은 인사말씀과 함께 시인 정지용선생이 일본유학 시절 고향을 그리워하며 쓴 ‘향수’라는 시를 낭송하셨다. 모두 기립박수를 하였다. 이어 황두환박사님은 ‘향수’의 시 한 구절을 테너의 음색으로 성악을 해주시는 바람에 삽시간 식당분위기는 품격있는 연주회 장소 돌변했다. 필자는 정지용 선생의 시 한 구절의 의미보다 칠순을 넘기신 두 노 신사의 목소리에 감동을 받았다. 만약에 신이 있다면 정지용 선생은 매우 흐뭇했으리라
정지용의 시 ‘향수(鄕愁)’ 한 구절을 올린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식사를 마치고 정지용 생가와 육영수 생가 찾았다. 두 생가는 약 1k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이곳은 두 분의 업적을 생각하며 그냥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유는 복원된 생가는 역사성보다는 상징성의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어서 마지막 코스인 영국사로 갔다.
이곳은 주차장에서 약 40분 이상 걸어가야 영국사를 볼 수 있다. 분지형 같은 깊은 곳에 어떻게 사찰을 지었는지 참 많이 궁금했다. 물론 40분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가는 길은 바위 좋고 물 좋고 바람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큼직하고 시원시원한 바위들 사이로 풍부한 물소리를 들으며 올라가노라면 도중에 엄청나게 큰 미끄럼 바위가 보인다. 미끄럼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면 세속에 묻은 온갖 때가 싹 씻기는 기분이다. 영국사 창건 시기는 여러 가지 설은 있지만,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호한 것 같다. 현재 대웅전 건물은 조선중기 이후에 지은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절 입구에 수령 1천년 정도된 천연기념물 은행나무가 있는데 은행나무의 높이가 자그마치 20m이다. 너무 높아 렌즈에 담지 못했다. 은행나무를 보면 영국사의 역사를 짐작 할 수 있었다. 영국사의 구도는 동쪽을 향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대웅전에서 앞쪽으로 약 500m만 올라가면 망향탑이라는 봉우리가 있는데 울산으로 돌아갈 길이 멀어 포기했다.
마지막으로 정리한다.
가끔 누가 필자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나이 들면 여행이나 다니지 머리 아프게 답사 다니냐고? 그때마다 필자는 늘 ‘인문학 여행’한다고 답 한다. 만약에 누가 다시 ‘인문학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냐 도둑 하나 못 잡는데’ 하면 이렇게 답하리라
‘도둑을 잡지는 못하지만, 도둑이 줄어드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라고....
2024년 8월 31일 옥천, 영동 답사를 마치고 안성환 쓴다
첫댓글 도둑을 잡지는 못하지만, 도둑이 줄어드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
참 멋진 말씀입니다. 늘 건행 하시고 좋은 글 많이 많이 올려 주세요.
꽃잎이 모여 꽃잎이 되고, 나무가 모여서 숲이 되고, 미소가 모여 웃음이 됩니다. 기쁨이 모여 행복이 되고, 두 손이 모여 기도가 되며, 너와 내가 모여 우리가 되듯이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이 됩니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소중한 하루가 되세요.
ㅎㅎ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