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희식 '똥꽃' 저자 |
농민월급제 또는 농민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농민월급제에 나주와 익산이 합류하더니 올해는 전라북도 임실까지 참여하는 모양이다.
현재의 농민월급제는 엄격히 말하면 ‘예상 농산물 담보 무이자 분할 대출’이 맞다. 가을에 출하 할 농산물을 담보로 해서 예상 매입가격의 50%에서 70% 수준만을 5-10회에 나눠 미리 매달 지급하는 것이고 그 이자는 지자체에서 보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말을 바로하고 이름을 제대로 붙여야 세상이 바로 서는데 농민월급제가 그렇다. ‘무역이득금 공유제’도 마찬가지다. ‘농업파괴무역 이득 환수제’가 맞다.
조건없이 전 농민에 일정액 지급
농민 기본소득제는 이와는 다르다. 조건 없이 모든 농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격월간지 ‘녹색평론’이 오래 전부터 그 이론적 뒷받침을 마련 해 왔고 ‘녹색당’이 줄기차게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최근에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도 쟁점으로 등장 한 것으로 보면 논의가 계속 번져 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주제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한 나라의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더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할 쟁점도 있다.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재원이라 할 것이다. 무슨 돈으로 농민에게 조건 없이 월급을 준다는 것인가? 300여만 명이나 되는 농민에게 매달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려면 상당한 예산이 필요 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쟁점은 정당성이다. 농민 기본소득제의 철학적 바탕이다.
이런 비유로 설명 해 보고자 한다.
부모의 유산을 형제 중 한 사람이 독차지 하거나 더 가지려 한다면 물불 안 가리고 싸움이 일어난다. 개인 가정은 물론이고 돈 더미를 쌓아 놓고 있는 삼성이나 두산, 금호그룹 등 재벌가들의 자식들이 벌이는 재산분쟁을 보면 그렇다. 사람들은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돈은 그 피보다도 진하다고 조롱하면서도 이를 당연시 한다. 한쪽 부모의 재산은 배우자나 자녀가 고르게 나누도록 법으로도 정해져 있을 정도니까.
세상의 모든 재화, 부자들에 편중
자. 그렇다면 이 지구는 누구의 것인가. 땅, 하늘, 물, 숲, 지하수, 햇볕, 공기 등 ‘어머니 대자연’은 누가 누구에게 준 것인가. 하늘이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게 줬다고 봐야한다. 사람만으로 좁혀서 말해보자. 이 세상의 재화는 그 어떤 일부분에 대해서도 특정 집단이나 특정 개인에게 상속한 바 없다. 하늘이 그런 유언장을 공증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자연의 재화 뿐 아니라 전파나 석유, 지하자원, 철도, 도로 등 인간의 손질이 조금 가해진 재화들 또한 이 세상 모든 인간들이 똑 같은 지분을 갖는 것이 맞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제도와 법으로 재벌과 부자와 대기업에 편중되게 나눠주는 꼴이다. 모든 인민들이 그 이득을 공유해야 한다. 농민 기본소득제는 이런 자연철학에 바탕한다. 여기서 재원을 마련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매우 온당한 논리다.
누구는 호화방탕하면서 널부러져 살고 누구는 피골이 상접하여 사는 것은 제도의 악독한 착취성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매년 분기 순이익을 수 조원씩 내고 재벌총수나 투기자본가가 수백 억 원씩의 연봉을 받는 것은 환경오염과 재난사고 등 돈벌이의 사회적 비용은 인민들에게 전가하고 무한착취를 일삼기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농민 기본소득제는 대자연의 동등한 적자로서 상속권 또는 배당권을 주장하는 것일 뿐이다.
한번 둘러보자. 기후변화로 전 세계가 끙끙 앓는데 피해는 가난한 나라가 더 많이 본다. 2013년도 기준으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면 중국의 전체의 29%를 미국과 유럽연합은 전체의 15%와 10%를 배출했다. 1인당 인구로 따지면 미국이 단연 세계 1위로 중국의 2배가 훨씬 넘는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가장 많이 제공하는 나라는 이들인데 피해는 북한이나 남미 등의 가난한 나라에서 더 많이 보는 현실은 정의도 아니고 공정함도 아니다.
농민의 정당한 권리 회복 나설 때
이런 현실은 한국이라고 다를 바 없다. 모든 농민들이 트럭을 가졌다는 이유로 환경부담금을 물고 있지만 현대나 기아자동차가 다니는 도로 건설에 현대나 기아가 돈을 냈다는 얘기는 들어 본바가 없다. 시골 외딴집은 전기를 들이려면 일정 거리 이상의 전신주 가설비를 다 부담해야 한다. 서울 부자들이 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밀양을 지나 서울까지 가는 송전탑 건설비용까지 전기료로 부담한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말도 안되는 불공평이다.
가계부채의 급증으로 국민 모두가 어렵고 농민은 더 어렵다. 기존의 농민 월급제를 넘어서서 농민 기본소득제 의제를 근본적인 철학과 당위성의 문제로 접근하여 논의를 급진전 시킬 필요가 있겠다. 스위스는 이미 농민 총소득의 60% 이상을 각족 직불금으로 지급한다고 한다. 한계농지의 농사의 경우 총 소득에서 차지하는 직불금은 95%라고 하니 농민 기본소득제의 실현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