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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外編 18篇 至樂篇 第5章-1(장자 외편 18편 지락편 제5장-1)
안연顔淵이 동쪽으로 제나라에 가려고 할 때 공자에게 걱정하는 기색이 있었다. 자공子貢이 자리에서 내려와 질문했다. “제가 감히 묻겠습니다. 안회顔回가 동쪽으로 제齊나라에 가는데 선생님께 근심하는 기색이 있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좋은 질문이다. 옛날 제齊나라의 재상宰相 관자管子가 한 말을 내가 아주 좋아하는데 그 말은 ‘주머니가 작으면 큰 것을 담을 수 없고,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물을 퍼 올릴 수 없다.’는 말이다. 무릇 이와 같은 말은 운명은 결정된 바가 있고, 형체는 꼭 맞는 것이 있다고 하는 뜻이다. 무릇 인위人爲로 덜어낼 수도 없고 보탤 수도 없는 것이다. 내가 걱정이 되는 것은, 안회가 제齊나라 임금을 향해 요堯․순舜․황제黃帝의 도道를 이야기하고 다시 수인씨燧人氏․신농씨神農氏의 말을 더 보태게 되면 제齊나라 임금이 장차 안으로 〈성인의 도를〉 자기에게서 찾으려다가 얻지 못할 것이고, 얻지 못하게 되면 의혹이 생길 것이니, 의혹이 생기게 되면 〈안회가 도리어〉 죽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顔淵東之齊 孔子有憂色 子貢下席而問 曰
小子敢問 回 東之齊 夫子 有憂色 何邪
(안연이 동지제할새 공자유우색이어시늘 자공이 하석이문하야 왈
소자는 감문하노이다 회 동지재어늘 부자유우색은 하야잇고)
안연顔淵이 동쪽으로 제나라에 가려고 할 때 공자에게 걱정하는 기색이 있었다. 자공子貢이 자리에서 내려와 질문했다.
“제가 감히 묻겠습니다. 안회顔回가 동쪽으로 제齊나라에 가는데 선생님께 근심하는 기색이 있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 안연동지제顔淵東之齊 : 지之는 갈 지. 여기서 문맥으로 보아 떠나간 것이 아니고 가려고 할 때를 뜻한다.
☞ 하석이문下席而問 : 하석下席은 피석避席과 같이 질문하거나 대답할 때 상대를 공경하는 표시이다.
孔子曰 善哉汝問 昔者 管子有言 丘甚善之
曰 褚小者 不可以懷大 綆短者 不可以汲深
夫若是者 以爲命有所成而形有所適也 夫不可損益
(공자왈 선재라 여문이여 석자에 관자유언을 구심선지하노니
왈 저소자는 불가이회대오 경단자는 불가이급심이라하니
부약시자는 이위명유소성이형유소적야라 부불가손익이니라)
공자가 말했다. “좋은 질문이다. 옛날 제齊나라의 재상宰相 관자管子가 한 말을 내가 아주 좋아하는데
그 말은 ‘주머니가 작으면 큰 것을 담을 수 없고,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물을 퍼 올릴 수 없다.’는 말이다.
무릇 이와 같은 말은 운명은 결정된 바가 있고, 형체는 꼭 맞는 것이 있다고 하는 뜻이다. 무릇 인위人爲로 덜어낼 수도 없고 보탤 수도 없는 것이다.
☞ 관자유언管子有言 : 관중管仲이 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는 뜻.
☞ 저소자褚小者 불가이회대不可以懷大 경단자綆短者 불가이급심不可以汲深 : 저褚는 옷을 장식하는 호주머니[대袋]. 경綆은 두레박줄. 급심汲深은 깊은 우물 속의 물을 길어 올림.
☞ 이위명유소성이형유소적야以爲命有所成而形有所適也 부불가손익夫不可損益 : ‘이위以爲……’는 ‘……라는 뜻이다.’로 보면 되고, 명유소성命有所成은 운명에는 결정[성成]된 바가 있다, 만물은 모두 운명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뜻이고, 형유소적形有所適은 형체 있는 모든 것은 그에 적합適合한 적응성適應性이 있다는 뜻이고, 부불가손익夫不可損益의 부夫는 ‘대저’ ‘무릇’이고 불가손익不可損益은 인위人爲로, 멋대로 손익損益하고 변경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곧 형체에 맞는 국량의 크기는 인위人爲로 증감할 수 없다는 뜻.
吾恐回與齊侯 言堯舜黃帝之道 而重以燧人神農之言
彼將內求於己而不得 不得則惑 人惑則死
(오는 공회여제후로 언요순황제지도요 이중이수인신농지언하면
피장내구어기이부득이라 부득즉혹하리니 인혹즉사하리라)
내가 걱정이 되는 것은, 안회가 제齊나라 임금을 향해 요堯․순舜․황제黃帝의 도道를 이야기하고 다시 수인씨燧人氏․신농씨神農氏의 말을 더 보태게 되면
제齊나라 임금이 장차 안으로 〈성인의 도를〉 자기에게서 찾으려다가 얻지 못할 것이고, 얻지 못하게 되면 의혹이 생길 것이니, 의혹이 생기게 되면 〈안회가 도리어〉 죽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 오공회여제후吾恐回與齊侯 언요순황제지도言堯舜黃帝之道 이중이수인신농지언而重以燧人神農之言 : 걱정이 된다는 ‘공恐’자字가 걸리는 것은 그 다음의 문장 피장彼將……이하 인혹즉사人惑則死로 끝나는 마지막까지이다. “……다시 수인씨燧人氏‧신농씨神農氏의 말을 더 보태게 되면 …… 얻지 못하게 되면 의혹이 생기고 의혹이 생기게 되면 〈안회顔回가〉 죽게 될까봐 걱정이 된다.”라고 읽어야 한다.
☞ 피장내구어기이부득彼將內求於己而不得 : 피彼는 제나라 임금을 지칭한다. 곧 제齊나라 임금이 성인의 도를 자기에게서 찾다가 찾지 못할 것이라는 뜻.
☞ 부득즉혹不得則惑 인혹즉사人惑則死 : 혹惑은 의혹疑惑의 뜻으로 제나라 임금이 안회의 진의를 의심하게 된다는 뜻이다.
[동양고전종합DB에서 인용]
20181004
莊子 外編 18篇 至樂篇 第5章-2(장자 외편 18편 지락편 제5장-2)
[제5장-2 해석]
“또 너는 유독 듣지 못했는가. 옛날에 해조海鳥가 노魯나라 국도國都의 교외郊外에 날아와 머물러 있었는데 노나라 임금이 맞이하여 묘당에서 주연酒宴을 베풀고, 〈순舜임금이 작곡했다는〉 구소九韶를 연주하여 음악으로 삼고, 태뢰太牢의 음식을 갖추어서 요리상을 차렸는데, 새는 마침내 눈이 어찔어찔해지고 두려워하고 슬퍼하여 감히 한 점의 고기도 먹지 못하고 감히 한 잔의 술도 마시지 못하다가 사흘 만에 죽고 말았다. 이는 노나라 임금이 자신을 봉양하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려고 했고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해조海鳥를 길렀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릇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는 자는 마땅히 깊은 숲 속에 깃들게 하고, 넓은 들판에 놀게 하며 강호江湖에 떠다니게 하며 미꾸라지나 피라미를 먹게 하고, 자기와 부류가 같은 새들의 행열行列을 따라다니거나 함께 머물러 있게 하며, 있는 그대로 만족스럽게 지내면서 살게 해야 한다. 저들은 오직 사람의 말소리를 듣기 싫어하는데, 어찌 저 떠들썩한 시끄러운 인간의 음악을 연주해대는 것인가. 함지咸池나 구소九韶의 음악을 동정洞庭의 들판에서 성대하게 연주하면, 새들은 그것을 듣고 날아가 버리며 짐승들은 그것을 듣고 달아나며 물고기는 그것을 듣고 물속 깊이 내려가 버리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듣고 그 둘레를 빙 둘러 에워싸고 감상한다. 물고기는 물에 머물러 살지만 사람은 물속에 머물면 빠져 죽는다. 물고기와 사람은 반드시 서로 호오好惡를 달리한다. 그 때문에 〈이와 같이〉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옛날 선성先聖들도 그 능력이 한결같지 아니하며 사적事績도 같지 않은 것이다. 명칭은 사실에서 멈추며 올바른 도리는 꼭 맞는 경우에 성립되니 이런 경우를 일러 만사에 조리條理가 통달해서 행복이 유지된다고 말한다.”
且女 獨不聞邪 昔者 海鳥止於魯郊
魯侯御而觴之于廟 奏九韶以爲樂 具太牢以爲膳
鳥乃眩視憂悲 不敢食一臠 不敢飮一杯 三日而死
此以己養 養鳥也 非以鳥養 養鳥也
(차여 독불문야아 석자에 해조 지어노교어늘
노후아이상지우묘한대 진구소이위악하야 구태뢰이위선한대
조내현시우비하야 불감식일련하며 불감음일배하고 삼일이사하니
차는 이기양으로 양조야라 비이조양으로 양조야일새니라)
“또 너는 유독 듣지 못했는가. 옛날에 해조海鳥가 노魯나라 국도國都의 교외郊外에 날아와 머물러 있었는데
노나라 임금이 맞이하여 묘당에서 주연酒宴을 베풀고, 〈순舜임금이 작곡했다는〉 구소九韶를 연주하여 음악으로 삼고, 태뢰太牢의 음식을 갖추어서 요리상을 차렸는데,
새는 마침내 눈이 어찔어찔해지고 두려워하고 슬퍼하여 감히 한 점의 고기도 먹지 못하고 감히 한 잔의 술도 마시지 못하다가 사흘 만에 죽고 말았다.
이는 노나라 임금이 자신을 봉양하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려고 했고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해조海鳥를 길렀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노후아이상지우묘魯侯御而觴之于廟 : 아御는 맞이함. 맞이한다는 뜻일 때에는 음音은 ‘어’가 아니고 ‘아’. 상觴은 술잔으로 여기서는 주연을 베풀었다는 뜻.
☞ 진구소이위악奏九韶以爲樂 : 구소九韶는 순임금이 작곡했다는 음악.
☞ 태뢰太牢 : 우牛‧양羊‧돈豕의 삼생三牲을 모두 사용한 요리. 또는 우牛‧양羊‧돈豕 중에서 쇠고기를 사용한 요리를 지칭하기도 한다. 양羊 또는 돈豕만 사용한 요리를 소뢰少牢라고 한다.
☞ 이기양양조以己養養鳥 : 기양己養은 사람을 기르는 방법.
夫以鳥養 養鳥者 宜栖之深林 遊之壇陸 浮之江湖
食之鰌䱔 隨行列而止 委虵而處
彼唯人言之惡聞 奚以夫譊譊爲乎
(부이조양으로 양조자는 의서지심림하며 유지단륙하며 부지강호하며
사지추조하고 수행열이지하며 위이이처니
피유인언지오문이어늘 해이부뇨뇨위호리오)
무릇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는 자는 마땅히 깊은 숲 속에 깃들게 하고, 넓은 들판에 놀게 하며 강호江湖에 떠다니게 하며
미꾸라지나 피라미를 먹게 하고, 자기와 부류가 같은 새들의 행열行列을 따라다니거나 함께 머물러 있게 하며, 있는 그대로 만족스럽게 지내면서 살게 해야 한다.
저들은 오직 사람의 말소리를 듣기 싫어하는데, 어찌 저 떠들썩한 시끄러운 인간의 음악을 연주해대는 것인가.
☞ 유지단륙遊之壇陸 : 단륙壇陸은 〈달생達生〉편에 나온 ‘평륙平陸’과 같은 뜻.
☞ 사지추조食之鰌䱔 : 미꾸라지나 피라미를 먹임. 추조鰌䱔는 미꾸라지와 피라미. 사食는 먹인다, 먹게 한다.
☞ 위이이처委虵而處 : 위이委虵는 스스로 만족해하는 모양. 이虵는 사蛇의 속자俗字인데 위이委虵라고 할 때는 음音이 ‘이’.
☞ 피유인언지오문彼唯人言之惡聞 : 피彼는 해조를 지칭. 지之는 목적격조사. 인언지오문人言之惡(오)聞을 축자역逐字譯하면 “사람이 말하는 것을 이것(之)을 듣기 싫어함.”이다.
☞ 해이부뇨뇨위호奚以夫譊譊爲乎 : 어찌 요요譊譊함을 하는가. 즉 어찌 저 떠들썩한 시끄러운 인간의 음악을 연주해대는 것인가 라는 뜻. 뇨譊는 말다툼할 뇨, 시끄럽고 소란할 뇨 자字이다. 뇨뇨譊譊는 시끄럽고 소란한 인간의 음악을 뜻하고, 위爲는 한다, 연주한다는 뜻.
咸池九韶之樂 張之洞庭之野 鳥聞之而飛 獸聞之而走 魚聞之而下入
人卒聞之 相與還而觀之 魚處水而生 人處水而死
彼必相與異其好惡 故異也
故先聖 不一其能 不同其事 名止於實 義設於適 是之謂條達而福持
(함지구소지악을 장지동정지야하면 조 문지이비하며 수 문비이주하며 어 문비이하입커든
인졸은 문지하고 상여환이관지하나니라 어는 처수이생하고 인은 처수이사하나니
피필상여이기호오라 고로 이야하니라
고선성이 불일기능하며 부동기사라 명지어실하며 의설어적하니 시지위조달이복지니라)
함지咸池나 구소九韶의 음악을 동정洞庭의 들판에서 성대하게 연주하면, 새들은 그것을 듣고 날아가 버리며 짐승들은 그것을 듣고 달아나며 물고기는 그것을 듣고 물속 깊이 내려가 버리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듣고 그 둘레를 빙 둘러 에워싸고 감상한다. 물고기는 물에 머물러 살지만 사람은 물속에 머물면 빠져 죽는다.
물고기와 사람은 반드시 서로 호오好惡를 달리한다. 그 때문에 〈이와 같이〉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옛날 선성先聖들도 그 능력이 한결같지 아니하며 사적事績도 같지 않은 것이다. 명칭은 사실에서 멈추며 올바른 도리는 꼭 맞는 경우에 성립되니 이런 경우를 일러 만사에 조리條理가 통달해서 행복이 유지된다고 말한다.”
☞ 함지구소咸池九韶 : 함지咸池는 황제黃帝의 음악이고 구소九韶는 순舜의 음악이다.
☞ 장지동정지야張之洞庭之野 : 장張은 ‘펴다, 연주하다’는 뜻.
☞ 인졸문지人卒聞之 상여환이관지相與還而觀之 : 인졸人卒은 중인衆人과 같은 뜻. 졸卒은 사람이 많은 모양. 상여환相與還의 환還은 에워싼다. 관觀은 함지咸池나 구소九韶의 음악을 ‘감상한다’는 뜻.
☞ 명지어실名止於實 의설어적義設於適 : 만물 각각의 명名과 실實이 일치一致하고 도리道理가 적성適性에 맞게 된다는 뜻이니, 곧 만사는 모든 존재의 자연성을 따른다는 뜻.
☞ 시지위조달이복지是之謂條達而福持 : 조달條達은 조리가 분명하고 자세하다고 말하는 것. 복지福持는 행복한 상태가 유지된다는 뜻. 지持는 보존한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