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사정 볼것 없다.
영국에 사 년 정도 살아보니까 영국의 진면목이 보여진다.
몇일전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병원 예약을 해놓고 한번 펑크를 낸 것과 갑자기 취소한 것에 대해서 벌금15파운드(3만원)을 내지 않으면 다음 예약을 안해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황당했다. 아니 사람이 살다가보면 그럴수 있지 않는가? 일부러 펑크를 낸 것도 아니고 갑자기 일이 생겨서 그런건데 그걸 가지고 15파운드(3만원)나 벌금을 물린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데스크에 있는 여자에게 좀 따졌더니 병원 규칙이 나와있는 종이 한장을 내밀면서 하는 말이 자기들 규칙이 그러니 어쩔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신 벌금내고 다음 예약을 할거냐 아니면 그냥 갈건지..?' 둘 중에 빨리 하나를 선택하라는 거였다.
정말 울며 겨자먹기로 15파운드 벌금을 물고 예약을 하고 돌아오는데 영국과 영국 사람들이 다시 보여지는 것이다.
우리 한국은 인정이 있는 나라이다. 설령 안되는 일도 통 사정을 하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영국은 그렇지 않다. 한번 안되는건 안되는거지 통 사정을 한다고 해서 안되는 일이 되는 일로 바뀌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나라 영국에 살다보면 가끔은 한국 사람들의 정(情)이 그리워 질때가 있다. 요즘은 몸도 추운데 이런 일로 맘까지 춥다. 이런일을 한번씩 겪을때마다 왜그렇게 온돌방 아랫목처럼 뜨뜻한 우리네 정이 그리워지는지 모르겠다.
글지기/ 김성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