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신통하여 모든 걸 알고 세상의 사물(사건)은 모두 이치(의미)를 지니고 있다. 오직 이치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아서 지식이 완전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에서 먼저 가르쳐서 학자로 하여금 세상의 사물(사건)을 겪게 하여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이치를 바탕으로 하여 더욱 환히 밝혀내서 궁극의 상태에 이르도록 한다. 힘을 오랫동안 쏟다가 하루아침에 대나무가 갈라지듯이 모든 이치가 하나로 꿰뚫게 되면 사물의 겉과 안 그리고 미묘한 부분과 거친 부분 모두에 미치게 되고 내 마음의 온전한 모습과 커다란 쓰임이 분명해질 것이다.”
[대학]은 다른 경서보다 요지가 분명하다. 기본 내용이 명명덕(明明德)·친민(親民)·지어지선(止於至善)의 3강령과 평천하(平天下)·치국(治國)·제가(齊家)·수신(修身)·정심(正心)·성의(誠意)·치지(致知)·격물(格物)의 8조목으로 되어 있다. 주희는 8조목 중에 격물치지에 대해 없어진 경문을 보충한 것이다.
주희의 글을 보면 사람이 모든 이치를 알 수 있으니 특별히 인격신(천신)에게 의지하거나 기도를 할 필요가 없다.
사람이 이치를 다 모른다고 하더라도 제각각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활연관통이라는 완전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주희로 하여금 오만해 보이는 지적 모험을 가능하게 했던 점이다.
하나 더 주목할 것은 사람의 마음이 사물(사건)의 이치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센터(중심)로 간주되고 있는 점이다.
이것은 선진유학이나 한당유학과도 다른 지점이기도 하고 주희가 장년 시절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근본 물음을 종합하는 매듭이라고 할 수 있다.
* “정이천 (程伊川, 1033~1107)의 ‘개별 사물의 본성은 보편 이치와 연속된다’라거나 장횡거 (張橫渠, 1020~1077)의 ‘사람의 마음이 본성과 감정 둘 다를 통괄한다’라는 두 테제는 넘어뜨리고 때려도 깨어지지 않아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