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매스미디어는 세상을 보여주는 창인 동시에 세상과 사람들을 단절시키는 방패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한미 FTA협상과 관련해서 시위가 열린 적이 있었다. 나도 그 시위현장에 직접 가서 많은 것을 보고 우리 노동자들의 생각을 직접 듣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작 그날에 있었던 시위를 제대로 다루는 언론을 찾기는 힘들었다. 소수의 엘리트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아우성을 묻어버리는 이런 차별적인 현상을 객관적이고 공정성을 지켜야하는 언론매체에서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일들을 그냥 조용히 지나가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중들이 이런 일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우리나라의 향후 미래에 대해 생각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아는 선배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노출된 신문이나 방송매체에 의해 생각을 지배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한 가지 신문을 읽는 사람은 그 신문만을 계속 읽다보면 그 신문의 어조, 생각 등에 길들여져 다른 신문을 읽으려고 하다가도 새로운 신문에 적응이 되지 않아 다시 예전에 읽던 신문을 찾는다고 한다. 그만큼 매스미디어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예를 들어 어떤 한 신문에서는 그 신문과 관련된 정치인(신문사의 뒤를 봐주는 권력자)이 잘못을 했을 때 옹호하는 기사를 쓴다. 그러면 그 신문을 읽는 독자는 그 정치인이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자신이 읽던 신문에 생각이 길들여져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정치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시각에서 방송매체를 바라보고 비판적으로 수용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신문을 읽을 때도 여러 가지 신문을 읽고 종합적으로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미디어가 만드는 한국사회의 차별에서 항상 빠질 수 없는 문제 중 한 가지는 바로 남녀차별문제이다. 요즘은 예전보다 언론매체에서도 변화된 남성상과 여성상을 보여주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남녀의 역할에 대한 많은 선입견이 남아있다.
아무래도 예전부터 언론매체를 이끌어 왔던 층들이 주로 남성들이다보니 미디어도 남성 중심적인 부분이 아직도 많이 보이고 있다. 사회자의 구성을 보더라도 남성이 중심을 이루고 그 주위는 야하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로 채워진다. 여성을 능력 있고 주체적인 존재로 보지 않고 하나의 소유물로 생각을 해서 여성들을 상품화시키려고 한다.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들 사이에서도 이런 차별화 현상이 보인다. 남자 아나운서는 나이가 지긋이 들어도 계속 전문적인 아나운서 일을 계속 할 수 있지만 여자 아나운서는 임신을 한다거나 나이가 들면 다른 젊은 후배 아나운서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있어야 한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뉴스에서도 여성과 남성의 차별이 존재한다. 그리고 드라마에 있어서도 여주인공은 항상 남자주인공보다 인물도 뛰어나지 않고 집안도 뒤처지는 상황에 놓여있다. 줄거리도 뻔한 신데렐라 이야기를 막 써대는 작가들도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미디어 분야에서도 여성들의 지위를 높여주는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여성 아나운서들에게 외모와 나이에 상관없이 능력대로 기회를 주고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얼마 전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가 정말 큰 열풍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리고 영재의 전성시대라는 드라마도 자신의 직업을 소중히 여기는 여성상을 제시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너무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능력을 점점 쌓아가는 김삼순과 영재라는 여성상은 요즘 변화하고 있는 여성상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미디어는 일반인의 잘못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반면 연예인의 잘못에는 한없이 매몰차다. 연예인도 일반 사람과 같지만 공인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남들과 다른 존재인 것 마냥
잘못을 하면 많은 언론에서 연예인의 잘못을 따진다.
연예인에 대한 언론의 태도가 어떠냐에 따라 우리가 인식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언론매체에서 어떤 연예인은 좋게 기사를 써준 반면 다른 연예인에게는 비판적인 기사를 써줬다고 가정해 보자. 이럴 경우에 우리들은 평소에 그냥 별 관심 없게 봐왔던 연예인에 대해서 좋은 기사가 쓰였을 경우 한번쯤은 그 연예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비판적으로 기사가 쓰인 연예인에 대해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일반인과 다르게 연예인들에게 있어 언론의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일반인과 연예인이 똑같이 음주운전을 했다 하더라도 언론에서는 연예인의 음주운전에 대한 기사만 대서특필한다. 일반인과 똑같은 잘못을 하더라도 미디어의 태도에 따라서 사람들에게 특정인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게 된다.
한편, 매스미디어가 사건에 대해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위험소지가 있는 사건을 무작정 다룰 경우 그 사건을 접하는 사람들은 막연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느낄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조류독감이 한창 유행했을 때 언론에서는 아직 제대로 증상이나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닭을 전혀 먹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보도를 했었다. 이런 현상을 환경감시의 역기능(미디어와 정보사회-오택섭, 강현두, 최정호 : 참고문헌)이라고 하는데 이런 현상을 통해 확인이 되지 않는 부정확한 정보를 얻게 되는 사람들은 사건의 본질은 보지 못하고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매스미디어가 편견과 갈등을 조장하는 예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미디어를 통한 선거 운동이다. 집단과 조직을 대표하는 정치지도자들에 관한 보도는 그들에게 권위와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거나 정치활동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미디어와 정보사회 : 참고문헌)
언론이라는 것도 상업적 이익을 쫓는 기업과도 같기 때문에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보를 보도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정치인을 더 긍정적이고 좋게 보도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그 정보를 접한 사람은 언론의 태도에 따라서 자신의 생각도 따라가게 되고 결국 언론매체에서 생각했던 대로 선거결과가 결정되게 될 것이다.
얼마 전에 새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의사선생님께 들은 말인데 항생제를 쓴다고 해서 내성이 무조건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예전에 뉴스에서 요즘 의사들이 무조건 항생제를 처방해서 환자들에게 복용하게 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겨서 다음에 항생제를 쓰면 약이 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도를 한 적이 있었다. 이걸 인상 깊게 봤기 때문에 의사선생님께서 목이 아프니까 항생제를 쓰자고 하셔서 항생제는 웬만하면 안 먹었으면 좋겠다고 내가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의사선생님께서 항생제를 쓰는 게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니까 필요할 때는 꼭 써야 한다고 하셨다. 바이러스성 감기에는 항생제를 마구 쓰는 것은 나쁘지만 세균성 감기로 인한 증상에는 항생제를 써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아무리 뉴스에서 보도되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무조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 현대사회에서는 정보를 교환하고 얻으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훨씬 강해지고 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한 정보교환이 훨씬 활발해지고 있고 문자를 통한 정보교환보다는 영상매체를 통한 정보교환이 더 활발해졌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정보들을 하나하나 제대로 챙겨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저것 마구 받아들이다 보니 점점 무비판적으로 변하게 되고 잘못된 정보를 골라내는 분별력이 사라지게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이 자꾸 반복되다 보면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형성되는 편견, 갈등, 차별현상들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고 사회는 점점 혼란 속에 빠져들 것이다.
사람이 셋이 모이면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속담이 있다. 혼자서 주장하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이 한 목소리로 주장을 하면 거짓말이여도 결국은 믿게 된다는 뜻이다. 미디어를 통해서 잘못 형성된 여론은 옳지 않아도 대다수의 사람이 믿고 따르게 되기 때문에 정말 위험한 현상이다.
사실이 아닌 것도 사실로 만드는 미디어의 능력은 앞으로 많은 노력을 통해서 고쳐나가야 한다. 앞으로 많은 정보들을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올바른 정보를 얻으려는 노력을 많이 해나가야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많은 선입견과 갈등들이 해소되어 나갈 것이다.
광고 하나를 만들 때에도 이 광고가 대중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사회에 어떤 파장을 줄 것인가 신중히 생각하고 사람들 간의 격차를 많이 줄여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