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질 무렵 산수유가 피어난다. 아름드리 고목나무에 열리는 꽃이라 더 탐스럽게 느껴진다. 주렁주렁 꽃송이를 물고 있는 산마을의 산수유는 혼이 쏙 빠질 정도로 눈부시다. 국내의 산수유 군락지로 가장 유명한 곳은 지리산 자락 구례 산동마을. 최근들어 이천 백사면 산수유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구례 산동 상위마을
전남 구례 산동면 상위마을은 산수유꽃의 아름다움을 알린 곳이다. 불과 5~6년새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명소가 됐다. 산수유는 들판에 피는 꽃이 아니라 산비탈에 박혀있는 예스런 마을에서 피는 까닭에 더 곱다. 3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상위마을의 돌담장 위로 매달려 있는 꽃송이나, 까만 지리산 돌계곡 위로 노란 꽃그늘을 드리우는 모습이 보색으로 대비를 이뤄 더 화려해 보인다. 곽재구 시인은 이런 산수유를 두고 ‘꽃이 피어서 산에 갔지요/구름 밖에 길은 삼십리/그리워서 눈감으면/산수유꽃 섧게 피는 꽃길 칠십리’라고 표현했다.
상위마을뿐 아니라 구례의 지리산 자락 산동면은 국내 최대의 산수유 산지. 온통 산수유꽃 천지다. 무려 30만평이나 되는 산수유 군락지에서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60%가 나온다. 산동이란 지명도 중국 산둥성의 처녀가 이곳에 처음 시집 와 산수유를 심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원달리 달전마을에는 ‘원조’격인 수백년 수령의 산수유가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산수유 마을엔 애틋한 ‘산수유 처녀’의 사연도 내려온다. 여순사건 당시 백부전이란 열아홉살의 처녀는 ‘산동애가’를 남기고 잡혀갔다.
‘잘 있거라 산동아 산을 안고 나는 간다/산수유 꽃잎마다 설운 정 맺어놓고/회오리 찬 바람에 부모효성 다못하고/다리머리 들어오는 꽃처럼 떨어져서/노고단 골짜기에 이름없이 스러졌네…’
#이천 백사 도립마을
경기 이천 백사면 도립마을은 수도권에서 한나절이면 훌쩍 다녀올 수 있는 산수유마을이다. 남한강 이포나루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 강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까닭에 강물 위로 흐르는 봄풍경도 볼 수 있다.
도립마을 산수유의 역사는 깊다. 조선 중종 때 기묘사화(1519년)가 일어나서 조광조가 죽음을 당하자 그를 따르던 엄용순이란 선비가 이곳에 숨어들었다. 엄선비는 마을 가운데 육괴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뜻을 같이 하는 김안국, 강은, 오경, 임정신, 성두문 등과 함께 절개를 이어가자는 뜻으로 6그루의 느티나무와 산수유를 심었다. 마을에는 육괴정이 그대로 남아있다. 느티나무 2그루도 500년 세월을 버텨오고 있다.
산수유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50년 전쯤이다. 나무도 대부분 100년이 넘는 고목. 산수유는 수령이 30년은 돼야 실한 열매를 맺는다. 마을 사람들은 산수유를 심어놓은 조상덕에 학비 걱정 없이 자식들을 대학까지 보냈다고 한다. 현재는 경사리와 송말리도 산수유를 심어 이 일대가 온통 산수유 밭이 됐다. 세 마을의 산수유를 모두 합하면 3만여평에 8,000그루가 넘는다고 한다. 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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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은 1.8t 정도. 마을 뒷산에 오르면 여기저기 꽃물결을 이룬 산수유밭을 볼 수 있다. 밭고랑을 따라 늘어선 산수유 꽃물결이 장관이다. 구례보다 열흘 정도 늦은 3월 마지막주에 꽃이 피어 4월10일쯤 절정을 이룬다.
▲여행길잡이
▶교통
지리산 산수유마을은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빠져 남원가는 국도 17호선(산업도로)를 탄다. 남원읍 바로 앞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구례로 이어지는 고가도로(국도 19호선). 계속 달리다보면 오른쪽에 산동면으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있다. ‘지리산 온천’을 이정표 삼아 찾으면 된다. 이천 도립마을은 중부1고속도로를 타고 서이천IC에서 빠지는 것이 가장 빠르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달리면 국도 3호선과 연결된다. ‘수안요 도자기 전시관’ 삼거리에서 좌회전, 조금 내려가다 신둔쪽 70번 지방도로 우회전한다. 3㎞쯤 내려가다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회전, 2.5㎞쯤 가다가 신둔과 백사면 갈림길에서 다시 우회전하면 도립마을 가는 길이다. 마을 입구에 ‘산수유마을’이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숙박
산동마을에는 송원리조트콘도(061-780-8000)를 비롯해 지리산온천호텔(061-783-2900), 그랜드 온천장(061-783-1011), 지리산각(061-783-2900), 그린장(061-783-2602) 등이 있다. 구례읍에도 글로리호텔(061-781-3030), 예일각(061-782-5244) 등 여관이 많다. 화엄사 쪽에는 지리산프라자호텔(061-782-2171)이 있다. 객실에서 지리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월등파크(061-782-0082), 서라벌모텔(061-782-0707), 화엄각(061-782-9911), 지리산파크(061-782-9881) 등 여관도 20개가 넘는다. 이천은 온천호텔이 좋다. 약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천. 설봉관광호텔(031-635-5701)과 미란다호텔(031-633-2001)은 노천 온천욕 시설을 갖추고 있다.
▶먹거리
구례권의 별미는 산채정식이다. 20여가지의 산나물을 내놓는 산채집이 화엄사 쪽에 몰려있다. 지리산식당(061-782-4054)은 화엄사 매표소 앞 주차장 맞은편 관광단지에 있는 식당. 스님들도 곧잘 찾는다. 된장찌개도 별미. 염색예술가 안화자씨가 만든 만수동 된장을 가져다 쓴다. 지리산대통밥(061-783-0997)은 대나무 통밥에 죽염으로 간을 한다. 이천에는 쌀밥이 유명하다. ‘청목’(031-634-5414) 등 쌀밥집이 늘어서 있다.
▶볼거리
구례군은 19일부터 28일까지 산수유축제를 연다. 풍년기원제로 시작하는 축제는 공연·문화행사와 체험행사로 나뉜다. 공연·문화행사로는 택견시범, 국악공연, 통기타 포크송 공연, 마임공연, 주부가요열창 등이 마련된다. 체험행사로는 산수유 떡치기, 연날리기, 산수유 차와 술 시음회, 도자기 제작, 꽃길걷기, 장작패기, 짚신슬리퍼 만들기, 천연염색 체험 등이 있다. 축제기간 동안 압화전시회가 열린다. 산수유 특산품도 판매한다. 구례군청(061-780-2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