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장갑
"엄마, 나도 장갑 하나 사 줘. 응?"
나는 단칸방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계속 엄마를 조르고 있었고 엄마는 부지런히 구
슬을 꿰고 있었다. 급기야 나는 나도 모르게 거짓말이 나왔다.
"씨, 애들이 나보고 집에 가서 엄마랑 같이 구슬이나 꿰래."
엄마의 재빠르던 손놀림이 갑자기 멈춰졌다.
"오섭아, 누가 너더러 구술이나 꿰랬어?"
침착하면서도 노여움이 배어 있는 엄마의 목소리에 주눅이 든 나는 그만 생각에도
없는 말을 계속 내뱉었다.
"엄마가 연탄 배달을 하도 많이 해서 내 얼굴이 까만 거래."
나는 미닫이문을 꽝 닫고 나왔지만 이내 후회를 했다. 사실 그런 놀림을 받은 적이
없이 단지 점심시간에 눈싸움을 하다 장갑이 없어 손이 조금 시렸을 뿐이었는데…
"오섭아, 이거 끼고 학교 가거라."
다음 날 아침 엄마는 빨간색 벙어리장갑 한 켤레를 건네주셨다. 그날 오후, 연탄을
나르고 있는 엄마를 만나 목에 매달리다 나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엄마의 차가운
손. 그 추운 날씨에 차디찬 연탄을 나르시면서 엄마는 구멍 난 얇은 고무장갑 하나만
끼고 계셨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철이 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엄마는 연탄 공장에서 성탄절 선물로
고무장갑 안에 끼라고 주는 붉은 털장갑을 풀어 밤새 내 벙어리장갑을 짜 주셨다는
것을.
* 자녀는 어버이를 삶에 동여매는 닻이다 - 소포클레스 *
첫댓글 슬퍼요, 자식은
왜 부모님 마음을 읽지 못하는걸까요.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큰다고 합니다...
부끄러운 내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