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작가님께서주신글]
튀르키에 현장에서
돌 더미에서 살아난 한 생명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연 다라 살아난 세 생명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엄마 탯줄에 의지해서 살아난 아이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시어머니의 하해 같은 정
11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래서 전업 주부였던 엄마는 생계를 꾸려야 했다.
못 먹고, 못 입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유롭지는 않았다.
나는 대학을 졸업한지 2년 만에, 같은 과의 선배와 결혼을 했다.
시어머님은 날 마음에 흡족하셨다.
그런데 설마 했던 불행이 닥쳤다. 친정엄마가 암 선고를 받은 것이다.
남편은 어떻게든 돈을 융통해 볼 테니 걱정 말라고 했으나, 수술비도 없는 상태였다.
다음 날이었다. 엄마를 입원시키려고 하는데, 시어머니가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많다면서, 며칠 뒤에 하자고 하셨다.
몰래 울고 있는데
지은아! 울고 있지? 울지 마! 내일 짬 좀 내 다오!
한의원에 데리고 가셨다.
원장님께서 맥을 짚어보고, 보약을 지어주셨다.
죄송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시어머님 말씀이 "환자보다 간병하는 사람이 더 힘들어야! 밥도 잘 챙겨 먹고, 아무렇게나 입고 다니지 마라! 하시면서 츄리닝과 선식을 사주셨다.
그리고 시집온 지 얼마나 됐다고! 너랑 나랑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자며 봉투를 내미셨다.
아들이 병원비를 구해오면 그것도 보태 쓰라고 하시면서, 내 아들이지만 남자들은 애 같은 구석이 있어.
부부 싸움할 때는, 친정에 돈 보낸 거 얘기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우리 둘만 알고 있자!
한사코 마다해도 끝내 돈을 쥐어주셨다. 큰돈은 아니지만 평생 모았으리라.
그래서 시어머님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친정엄마는 시어머니 도움으로 무사히 수술을 마치셨다. 그런데 오늘이 고비라는 전화가 왔다.
남편에게 연락했더니 시어머님이 남편보다 먼저 병원에 오셨다.
엄마는 의식이 없어서, 귀에 대고 말씀드렸다.
"엄마! 수술비는 시어머님이 해주셨어요. 엄마 얼굴 하루라도 더 볼 수 있게요"
시어머님은 지갑에서 주섬주섬 무얼 꺼내, 엄마 손에 쥐어 주셨다. 우리들의 결혼사진이었다.
"사부인! 저예요! 지은이는 제 딸입니다. 사돈처녀 정은이는 혼수 장만해서 시집 잘 보낼게요! 걱정 마시고 편히 가세요.“
그때 거짓말처럼 친정엄마가 눈물을 흘리셨다. 엄마는 듣고 계신 거였다.
엄마는 얼마 후에 눈을 감으셨다.
눈물만 흘리고 있는 내 손을 붙잡고 시어머니도 같이 우셨다.
어서 가시라고 해도, 시어머님은 3일 내내 빈소를 지켜 주셨다.
사는 게 벅차서 그런지, 엄마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빈소가 썰렁하면, 하늘나라로 가는 길이 외로울 것이라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하지만 엄마의 빈소는 시어머님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동생을 잘 챙겨주셨다. 외식할 때는 꼭 동생을 불렀다. 여행할 때도 동생도 데리고 다녔다.
동생의 결혼 날짜가 잡히자. 시어머님은 고맙게도 또 봉투를 내미셨다.
남편이랑 저랑 정은이 결혼 자금은 마련해놨어요.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요.
도망치듯 나왔는데, 도착할 즈음에 문자가 왔다. 네 통장으로 동생 결혼비용을 입금시켰다고.
시어머님에게 달려가 울면서 안 받겠다고 투정을 부렸다.
"지은아! 기억 안나? 친정 엄마 돌아가실 때 약속 드렸잖아! 동생 시집 잘 보내주겠다고, 이거 안 지키면 네 엄마를 무슨 낯으로 뵙겠어?"
시어머니는 혼자 하신 약속을 지키셨다.
시댁 형편을 조금은 안다. 평생을 조금씩 모아 노후에 쓰려는 것을, 우리에게 다 주신 것이다.
시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다.
"순둥이! 착해 빠져서 어디 다 쓸꼬! 힘들면 힘들다 얘기하고, 울고 싶으면 실컨 울어라!"
시아버지께서는, 제부 될 사람에게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초면에 이런 말은 해야 할지 모르지만, 사돈처녀 부모 자리에 우리 내외가 앉으면 안 될까?
그쪽 사람들에게도, 부모님이 안 계신다고 말씀드렸겠지만, 다른 사람들 보는 눈도 있고 해서 그래!
난 거기까지 생각 못 했다.
그래서 동생은 시아버지 손을 잡고, 신부 입장을 할 수 있었다.
오늘은 시어머님 49제 날이다.
우리 가족은 동생 부부와 함께 묘소에 다녀왔다. 동생도 나도 많이 울었다.
10년 전에 어머니와 했던 약속을 오늘 남편에게 털어놓았다.
”병원비는 어머니께서 해주셨어요.“
나는 생활비를 쪼개서 따로 적금을 들었다.
시어머님께서 나에게 하신 것처럼, 나도 내 며느리에게 돌려주고 싶어서다.
휴대폰 단축번호 1번은, 한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신 어머님 자리다.
어머니의 가르침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로 부터 받은 은혜, 베풀고 살아가겠습니다.
어머님!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수기 공모 대상 수상작
=============================
https://youtu.be/QoGy5URQX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