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이 사는 마을로 놀러 오세요!
감성과 교양을 키워 주기 위해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미술관으로 향한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얼굴과 풍경만 한가득 그려져 있는 그림 앞에 서면 멀뚱해지고 지루할 뿐이다. 명화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 어디 없을까? 이런 질문에 답이라도 하듯 화가들은 한 마을에 모여 살면서 어린이들을 초대하기로 한다. 바로 ‘예술가들이 사는 마을’이다.
‘예술가들이 사는 마을’은 명화를 바라보는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점을 찾아 꾸려 낸 종합 어린이 예술서다. 작가 수잔나 파르취는 명화를 재미있게 감상하기 위한 양념으로 ‘이야기’와 ‘놀이 체험’을 제시한다. 눈으로 명화를 감상하고, 귀로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감상 후 입으로 수다를 떨며, 손으로 화가의 기법을 흉내 내 보는 것이다.
자화상으로 새롭게 접근하는 ‘렘브란트 이야기’
표정으로 속삭이는 다양한 그림들의 맛깔스러운 수다
빛과 어둠을 세밀하고 정교하게 표현한 렘브란트. 그는 인물화를 그릴 때 영혼까지 담아내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화가였다. 렘브란트는 평생 일흔 점이 넘는 자화상 속에 자신의 예술 인생을 담았다. 역사화 속 인물 표현을 연습하기 위해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차츰 내면이 담긴 깊은 그림을 그려 냈다. 게다가 그가 활동했던 시대에 새롭고 다양하게 시도한 인물화 기법은 이후 화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렘브란트의 그림이 갖는 가치를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알려 줄 수 있을까? 그리하여 작가는 좀더 쉽게 렘브란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알려 주기 위해 ‘자화상’에 초점을 맞췄다. 어려운 그림 기법이나 공감할 수 없는 미술사 흐름보다 ‘자화상’을 주제로 한 체험을 곁들여 그 의미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작가는 렘브란트의 자화상 속에서 화가에 대한 자긍심, 꿈과 삶 등 갖가지 감정까지 읽어 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화상 속에 숨겨진 일화로 렘브란트의 작품 세계에 접근하여 친근함을 더한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과 비교하며 자연스럽게 인물화에서 흥미로운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게 이끈다.
특히, 동판화를 즐겨 작업했던 렘브란트를 소개. 렘브란트와 동판화라는 다소 생소한 주제를 재미있는 실습으로 풀어내 돋보인다. 다양한 표정 연구를 위해 동판화를 활용했던 렘브란트처럼 판화로 자화상을 그리는 모노타이프 실습은 색다른 관점에서 렘브란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작가는 렘브란트의 자화상만 나열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자화상’의 매력을 알려 줄 수 있는 대표 화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한다. 미남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프리다 칼로, 수수께기 화가 요하네스 굼프, 현대 화가 로비스 코린트 등 여러 화가들의 작품에서 돋보이는 ‘나만의 특징’을 찾아본다. 작가는 비밀 보따리를 하나하나 풀어내듯 우리에게 맛깔스러운 이야기들을 속삭인다.
렘브란트 그림 속 비밀, 숨은 자화상 찾기!
렘브란트는 자신의 초상화를 통해서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니다. 의뢰 받은 그림 속에 자신의 모습을 슬쩍 담아 두는가 하면, 성서의 한 장면을 그린 그림의 주인공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대입하기도 했다. 역사화에서도 왕의 뒷자리에 슬그머니 자신을 그려 넣는 대범함도 보였다. 그는 진중하고 진지한 예술가이면서 한편으로는 익살스러운 면모를 가진 예술가였던 것이다.
이어서 부록에서도 명작 속에 숨겨진 화가들의 자화상을 찾아보는 ‘숨은 자화상 찾기’를 덧붙였다. 가볍게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화가의 자화상도 찾아보고, 화가와 그림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화가 보티첼리의 『동방 박사의 경배』,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넣어 더 풍성하게 다양한 작품을 즐길 수 있게 하였다.
나의 장단점을 실피며 매력을 찾아가는 자화상 그리기 체험
다양하게 즐기는 체험으로 창의적인 생각의 가지가 뻗어 나간다!
체험은 단순히 “그려 보자!”라며 권하지 않는다. 자화상을 그리기 위해 우리가 어떤 부분을 어떻게 살펴 나가야 하는지 세세하게 짚어 준다. 얼굴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비법, 역할 놀이를 통해 자신을 꾸며 보기, 자신의 미운 표정과 예쁜 표정 그려 보기, 거울로 관찰하는 자신의 모습 보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관찰의 비밀을 한 가지 알려 줄게.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면서 그게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풍경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언덕과 비탈, 계곡과 능선이 있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고 상상하면서 얼굴의 각 부분이 차지하는 크기와 비례를 따진다면 자신의 얼굴을 훨씬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지.
-본문 중에서
그리고 자화상을 ‘그리기’에 그치지 않고 ‘만들기’까지 확장하여 더 다채롭고 흥미로운 놀이가 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푸딩으로 만든 내 얼굴’은 접시 위에 남은 음식으로 얼굴을 꾸미는 장난을 이용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본다. 미술이 더 이상 어려운 공부가 아니라 ‘놀이’임을 다시 한 번 알려 주는 것이다.
밥먹고 나서 접시 위에 남은 음식으로 하는 꾸미기 놀이 다들 한번씩 해 봤지? 그러고 나면 괜히 엄마한테 야단이나 맞잖아. 이제 정식으로 작품을 만들어 보자! (중략)
푸딩을 붓기 전에 석고 암틀 안쪽에 주방용 비닐 랩을 씌우는 걸 깜빡할 뻔했군. 푸딩 재료를 고를 때는 맛도 중요하지만 색깔도 신중하게 골라야 해. 스머프나 보라돌이가 되는 건 한순간이니까 말이야.
-본문 중에서
‘나만의 특징’을 담아낸 자화상들을 살펴보고 자화상 만들기로 갖가지 창의적인 생각들을 확장하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새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 속에서 내가 갖고 있는 매력을 쏙쏙 찾아냄으로써 미술 놀이를 넘어서 ‘자신의 가치 발견’이라는 값진 체험이 되는 것이다.
더불어 새로운 도전과 대범한 실험 정신을 실천한 렘브란트의 혼을 가슴에 담아 보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책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무언가를 그리고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도 자존감을 배우며 자신의 꿈과 자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글쓴이 수잔나 파르취
1952년 태어난 수잔나 파르취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미술사, 인종학, 교육학을 공부했다. 그 후 4년 동안 루드비히스하펜 시에 있는 빌헬름하크 미술관에서 일했고, 지금은 뮌헨에서 글을 쓰고 있다. 쓴 책으로는 『집들이 어떻게 하늘 높이 올라갔나』 『미술의 순간』 『어린이를 위한 뮌헨의 고성 탐방』 등이 있다. 1998년에 『당신의 미술관』으로 독일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함께 글쓴이 로즈마리 차허
1966년에 태어났다. 대학교에서 미술교육학과 미술사를 공부했고, 뮌헨 대학교 미술교육학부에서 강의를 했다. 지금은 독일 가우팅에 살면서 순수 미술 예술가와 삽화가로 활동하고 있고, 미술관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일을 하고 있다. 수잔나 파르취와 『어린이를 위한 뮌헨의 고성 탐방』을 함께 쓴 인연으로 이번 시리즈에도 함께 글을 썼다. 『마리엔광장의 뱀들』 『바이어른을 이끈 왕관』 등을 함께 썼다.
옮긴이 노성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독일어를 공부했고, 독일 퀼른 대학교에서 서양미술사와 고전고고학, 이탈리아어문학을 공부한 후, 박사 학위를 받았다. 『창조의수수께끼를 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춤추는 세상을 껴안은 화가 브뢰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이야기』 등을 썼고, 『그림 속 신기한 그림 세상』 『어린이를 위한 클림트』 『세계 미술사 박물관』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