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BGM은 '동물원'의 '혜화동'입니다.
간만에 듣는 추억돋는 곡. ^^
아시죠?
아래 화면에서 마우스 우클릭!!
'연속 재생' 체크하시면
무한 반복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잠시 폴의 어린 시절로 달려볼까요? ^^
< 혜화동 - 동물원 >
폴이 아주 어릴 적
당시 아버지의 직업은
집장사라고 부르던 건축업이었다.
나사렛 예수의 아버지 '요셉'
그의 직업도 목수였던 건축업
물론....
두 명제의 연관성은
완벽한 제로다. -_-;;
암튼 직업의 성격상 아버지는 늘 새벽에 나가셨고
때문에 어머니는 늘 새벽밥을 지어야 했다.
조명빨이 시원찮던 당시
해가 지면 일을 할 수 없던 이유로
최대한 일찍부터 일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쉰새벽 채 어둠이 물러가기도 전에
부엌엔 말갛게 불이 켜졌고
그렇게 어머니의 새벽밥 짓기는
아버지가 현역에서 물러나실 때까지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 서산의 노을 >
그러나
뛰어난 대장장이 집엔
절대 쓸만한 부엌칼 하나 없단 말은
결단코 사실인 것 같다. =_=
어릴 적 시골집은
장마철마다 여기저기 물이 새서 늘 양동이나 대야로 받쳐놓았고
봄철 개나리가 만개하곤 했던 길고 긴 뒷담은
폐가처럼 곰삭아 쓰러져 갔어도
아버진 좀체 고치시지 않았다.
시골 생활을 하던 그 시절엔
비록 한때였지만 어머니 역시 낙천적인 성격이 한껏 웃자라
아버지께 그다지 잔소리를 하지 않으셨기에
그 상-_-태는 심각하게 악화되기만 했다.
더 이상 받혀놓을 양동이가 부족해지면
그제서야 온 몸으로 비를 맞으시며 지붕에 올라
뜨문뜨문 수리를 하시곤 했었다.
일생 동안
크고 작은 수 십 채의 집을 지어 새주인에게 양도하신 분이
정작 자기집 지붕 고치시는 일은
왜 그리 힘들어 하셨는지.... .
그 당시
아버지의 성격을 대변해 주는
절묘한 문장이 하나 있다.
"낼 할까?" -0-
지붕을 고치시다가도
장독대를 손보시다가도
혹은 자재가 모자르거나 저녁시간이 되가거나
갑자기 술 생각이 나시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낼 할까?" -0-
..라고 하시곤 했다.
시골 생활을 하며
넉넉한 시골 풍경을 닮아가시던.. 원래는 까칠한 성격의 어머니 역시
"그래요. 낼 해요."
..라고 넘어가시곤 했고....
어쩌면
야밤에 두 분만의 시간을 가지실 때도....
"낼 할까?"
"그래요. 낼 해요."
이런 아*-_-*쉬운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
짐작하기도 했다.
내 밑으로
동생이 없는 걸 보아서도 말이다. -_-;;
< 산책길 >
일이 전혀 없으실 때는
가끔 집 수리도 하시긴 했다.
언젠가 장독대를 수리하실 때의 일이다.
한참 시멘트를 개어서 바닥에 바르시다가
시멘트가 부족했던 것 같다.
의례 아버지의
"낼 할까?"
신-_-공이 나왔고..... .
"그래요. 낼 해요. 까짓거."
어머니의 마-_-공이 뒤를 이었다.
웬지 날씨가 구리구리 하단 걸 느낀 폴이
"아뇨! 오늘 해요!" ..라고 겁 없이 대들어 보았지만
시멘트가 잔뜩 묻은 아버지의 큰 손에
볼살찝힘의 적절한 형-_-벌을 당했을 뿐이다.
그날 밤....
기억하기론 100밀리가 넘는 큰 비가 내렸다.
아침에 나가보니
장독대는 이라크 전쟁 때
연합군에 무차별 폭격을 당한 바그다드처럼
심하게 망가져 있었고.....
아버지는 그 모습을 "쯔쯔!!" 혀를 차며 바라보시더니
한참을 생각하시다 이렇게 말씀 하셨다.
"오늘은.. 친구 만나러 가기로 했는데.... 낼 할까?"
"그.. 그래요. 까짓거.... ."
어머니도 평소완 달리
불안한 음성으로 받으셨고....
ㅡ_ㅡ;;
폴은 ↑이런 표정만 짓고 있었다.
< 삼양 목장 >
아버지는 때론 타지방에 땅을 사셔서 집을 짓기도 하셨는데
때문에 짧게는 몇 날 길게는 한 달 가까이 집을 비우시기도 하셨지만
지척인 바로 윗 동네에서 일을 하시기도 했었고....
그래서 아버지가 가까운 곳에서 일을 하실 때면
자주 현장으로 찾아가곤 했었다.
건축업의 성격상 인부들이 모자라거나
공사기간이 촉박해 일손이 바쁠 때면
여지없이 막노동꾼으로 변신합체하셨던 아버지.... .
어느날
지붕 쪽에서 하는 일이 많아선지
갈 때마다 아버지는 지붕에 계셨고.....
폴은 그날 학교에서 받은 상장을 높이 들어보이며
철없는 막내 아들놈을 대견히 여겨주시길 간절히 바랬다.
예상대로....
아버지는 껄껄 웃으시며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꺼내
아래로 휘익~ 던져주셨다.
그러나
9.8g의 중력으로 자유낙하한 동전은
최신 양자역학의 티끌 이론처럼
순식간에 웜홀을 통과 미립자로 변해버린듯 결코 보이지 않았고
한참을 헤매는 내게 아버지는 재차 동전을 던져주셨다.
두 번째는 제대로 보고 기쁜 마음으로 동전을 주운 후
서둘러 돌아가려는데....
우연히 먼젓 번 동전을 발견했고
몹시 순진했던 폴은
그날 저녁 돌아오신 아버지께
동전 하나를 돌려드렸다.
"순진한 녀석 허허허!!"
아버지는 웃으시며 동전을 받지 않으셨고
그날 폴은
순진함이란 단어의 뜻을 명확히 알게 되는
훌륭한 인식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_-
다음날
어제까지 순진했던 폴은
역시 어제의 상장을 들고 가서
지붕의 아버지에게 높이 들어 보여드렸고....
아버지는 "야! 또 탔냐?"
..라면서 예의 동전을 휘익~ 던지셨다.
그리고
동전이 떨어진 위치를 정확히 확인한 폴은
전성기의 조용필처럼
못 찾겠다. 꾀꼬리-0- ..를 짧게 외쳤다. -_-;;
아버지는 마치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처럼
다시 동전을 휘익~ 던지셨고
어제까지 순진했던 폴은
두 개의 동전을 받아서 돌아갔다.
어린아이의 발전 속도는
실로.. 놀랍다. -_-;;
허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폴의 놀라운 발전속도에
늘 경계심으로 대하던 어머님.... .
당시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자꾸 생기자
어머님은 습관처럼 무-_-당을 찾으셨고....
"액운이 꼈어! 오래된 물건 하나를 내다버려!" -0-
..라는 무속인의 말을 믿고....
어머님은....
끝내....
나를....
내다버릴 생각을 하셨단다. -_-;;
< 숲과 단청 >
매우 금술 좋은 부부셨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대판 싸우신 적도 있었다.
어느날
아버지는 장기간의 공사로 지은 집을 처분하셨고
각종 밀린 대금을 치루고 남은 돈으로
대한민국 땅 구석구석 숨어 있던 친구들을 몽땅 불러
2박 3일로 술을 드셨던가 보다. =_=
한참 거나하게 취하셨을 때
어머니의 예리한 레이다에 포착되어
시골 집까지 연-_-행 되어 오셨다.
그 와중에도
아버지의 두툼한 손엔
캬라멜 사탕 한 봉지가 들려 있었는데....
"막내야. 사탕 너 다 먹어라!" ..하시며
잠든 폴의 콧잔등에 냅다 던지시는 바람에
늦은 밤 잠결에 깨어난 폴은
정말 혼자 먹어야 할지 누이들과 나누어야 할지 따위를
마치 신-_-;;탁을 받는 사제처럼 고민했고....
때문에 한참동안 사탕봉지를 껴안고
한산섬 달 밝은 밤에 깊은 시름에 잠겼던
이순신 장군의 퍼포먼스를 연출하며
욜 깊은 시-_-름에 잠겼더랬다.
한시적인 국지전으로 끝날 줄 알았던 부부싸움이
전방위적인 지구전으로 격해지자.....
곧 누이들도 깨어났고
교육상 좋지 않다는 명목상의 이유로
졸지에 야심한 밤 집 밖으로 쫒겨난 삼남매는
가로등도 졸고 있던 동네 교회 앞에 모여앉아
사탕을 나누는 성대한 의-_-식을 거행했다.
큰뉘 하나.. 작은뉘 하나.. 나 하나....
큰뉘 하나.. 작은뉘 하나.. 나 하나....
큰뉘 하나.. 작은뉘 하나.. 나 하나....
그 성스런 의식을 가만히 바라보던 폴
욜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씨~ 아빠가.. 나 다 먹으라 그랬는데.... ."
그러나
결의에 찬 폴의 어필은
누나들의 -_-+ -_-+ 요런 시선을 야기했으며
즉시 성스런 의식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큰뉘 둘.. 작은뉘 둘.. 나 하나....
큰뉘 둘.. 작은뉘 둘.. 나 하나....
큰뉘 둘.. 작은뉘 둘.. 나 하나....
"머.. 머 하는 짓이야!!" -0-
놀란 폴의 외침이었고
분명한 거부의 의사가 담긴
어린 소년의 절박한 외침에도 불구에도
누나들의 매우 편파적 나눔의 의식은
결코 멈출 줄 몰랐다.
큰뉘 둘.. 작은 뉘 둘.. 나 하나....
큰뉘 둘.. 작은 뉘 둘.. 나 하나....
큰뉘 둘.. 작은 뉘 둘.. 나 하나....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른 폴
짧은 순간에 두 누이들을 제압할
정말 화끈하고 강력한 한 방을 생각해내야 했다.
이윽고 결심을 굳힌 폴은
창연한 밤하늘을 향해
목청것 크다란 사자후를 토해 낸다.
↓이렇게.... .
"늑대야!! 늑대가 나타났어효!!" -0-
"욜~~ 큰 늑대가 나타났어효~~!!" -0-
....
....
....
....
비웃지 마라.
당시.. 초딩 2학년
철 없던 어린 소년이 생각했던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임팩트 있다고 생각했던
강력한 한 방이었다.
물론....
효과는....
개-_-털이었지만.... . -_-;;
지난 주말과 휴일 이리저리 쏘다녔더니
아직도 뼈마디도 쑤신다.
노쇠화로 몸속 당-_-도도 떨어졌는지
하루죙일 단게 땡기는 폴이었습니다.
아!!
캬라멜 사탕 먹구 싶다. =_=
*간만에 PS
동물원의 '혜화동' 듣기 좋져? ^^
학창시절엔 누구나 풍부한 감성을 지니고 있다.
나 또한 제법 그런 듯도 싶다.
날이 흐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업까지 제끼고
옛시골마을을 온종일 돌아다니기도 했으니까.
그땐 몰랐었다.
삶이.. 사랑이.. 어떤 모습인지....
물론.. 지금도 전혀 모른다.
다만.. 낡은 워크맨 속에서 수 없이 돌고돌아
한참이나 늘어나 버린 그 카세트 테잎처럼
그시절 향수만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오랜만에 듣는 '혜화동'
진한 여운이 남는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현장에 다녀오느라
아이스 커피 몇 잔과 함께 보내 하루였습니다.
벌써 덥네여. ^^;;
어린 시절.. 아마도 많이 그립기 때문에
더더욱 기억이 각별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유독 특별한 추억들이 많아 그럴 수고 있고......
암튼.. 늘 그리워여.
다들 그러하시겠지만요. ^^
이제 퇴근하려 준비 중입니다.
오늘도 수고하셨구여.
내일도 모래도 매일매일 행복하세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