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역사] 투표 방식
6·25 전쟁 후 탄피로 동그라미… 1985년부터 전국 똑같은 기표 용구 써
입력 : 2023.05.16 03:30 조선일보
투표 방식
▲ 제4대 대통령 선거 때 투표 용지(왼쪽). 기호를 막대기로 표시했어요. 오른쪽은 탄피로 만든 기표 용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5월 10일은 유권자의 날입니다. 1948년 우리나라 최초로 실시된 5·10 총선거를 기념하지요. 현재 대부분 국가는 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투표를 통해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고 주권을 행사하도록 보장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투표 방식은 어떻게 변화해왔을까요?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 폴리스(도시국가)인 아테네에서 투표가 실시됐습니다. 아테네 정치가 클레이스테네스는 참주(비합법적인 독재자) 출현을 막기 위해 투표로 참주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추방하는 제도를 도입했어요. 이때 도자기 파편에 추방할 사람 이름을 적어내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 제도를 '도편(陶片)추방제'라고 부릅니다.
고대 로마 제국 동전 중에도 투표하는 시민의 모습을 새긴 게 남아있어요. 바구니처럼 생긴 투표함에 표를 넣는 모습이지요. 다만 투표 결과에 대해서 민중이 큰소리로 찬성 또는 반대를 외치기도 했다고 해요. 이러한 관습은 교황 선출 과정에도 나타났는데, 11세기 이전까지는 성직자들이 교황 후보를 결정하면 로마 민중이 큰소리로 찬반 의사를 외치는 방식으로 교황을 뽑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콘클라베(conclave)'라고 부르는 추기경단의 비공개 회의를 통해 교황을 선출하지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후보자 이름과 정당이 인쇄된 투표용지에 기표 용구를 이용해 도장을 찍는 방식으로 투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초창기 투표용지에는 후보들의 기호를 아라비아 숫자로 적지 않았어요. 문맹률이 높아 숫자를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숫자 대신 막대기 개수로 후보의 기호를 표시했어요. 기호 1번은 'I', 2번은 'II'로 표시한 것이죠. 4번, 5번도 'IV', 'V'가 아니라 'IIII', 'IIIII'로 적었어요. 1971년 7대 대통령 선거부터 투표용지에 아라비아 숫자를 적었습니다.
초기에는 기표 용구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었어요. 동그라미 표시만 할 수 있으면 뭐든 상관없어서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대나무와 탄피를 썼습니다. 6·25전쟁 이후 탄피가 흔했던 아픈 역사가 담겨 있죠. 이후 기표 용구는 기표대에 묶어둔 볼펜대 등을 이용하다가 1985년 일률적인 플라스틱 기표 용구가 도입돼 전국 모든 투표소에서 똑같은 기표 용구를 사용하게 됩니다. 2006년부터는 잉크가 내장돼 인주를 찍을 필요가 없는 기표 용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자 투표도 등장했어요.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투표소에 전자 투표 기계를 설치한 뒤 기계를 통해 투표하는 방식이에요. 인도처럼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습니다. 다만 오류나 해킹 가능성, 세대와 계층에 따른 정보 기술 격차 등 단점이 있어 보편화되지는 않았어요.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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