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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이현옥 칼럼니스트】'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막식을 몇시간 앞둔 지난10월31일 오후. 골볼 경기가 열리는 부산대학교 경암체육관을 찾았다.
여자골볼 대표팀의 지난해 파리 파리패럴림픽 경기가 생각났다. 야무지고 당찼던 우리 선수들은 체격면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유럽 선수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오랜 시간 다져진 팀웍으로 볼만한 경기를 보여줬다. 입상권에는 들지 못했으나 애틀란타 패럴림픽 이후 27년만의 패럴림픽 참가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그것도 여성 단체 구기종목에서 말이다.
경암체육관에서는 여자골볼 충남과 부산의 8강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파리에 갔던 대표선수들은 충남과 서울시청 실업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었다. 당연히 국대 클라스 충남 선수들의 경기에 눈이 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상대팀인 부산 선수들에게 카메라 앵글이 자꾸 기울어졌다. 분명히 무거운 경기용 볼이 구르고 있었지만 부산 선수들의 움직임이 경쾌하고 날렵했다. 단박에 든 느낌은‘경기를 즐기고 있다’였다. 흔히 하는 말이 있지 않은가, 즐기는 자를 이길 수는 없다고.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부산 여자골볼팀의 8강전 경기모습. ©이현옥
옆 자리에 앉아있던 대한장애인골볼협회 백님식 회장이 부산 선수들을 소개해주었다. 현직 특수학교 선생님들이라고, 골볼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그들은 시각장애인이었고 말이다. 볼을 향해 몸을 날리며 끊임없이 서로의 사기를 북돋는 외침을 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종달새 같기도 하고 벌새 같기도 했다.
경기결과는 충남에게 1대 11패,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것이지만 패자인 그들이 궁금해졌다. 시각장애인으로 특수학교 교사 신분인 그들이 전국무대에 선수로 나선 이유를 더 알고 싶어 다음날도 경기장을 찾았다. 이날은 경기복이 아닌 일상복을 입고 같이 훈련해온 남자골볼 부산팀의 8강전을 응원하기 위해 여전히 파이팅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부산 여자골볼팀이 같은 팀 남자골볼팀을 응원하고 있는 모습. ©이현옥
김자영(92년생) 부산 해마루학교 음악교사, 이은정(92년생) 김해 은혜학교 체육교사, 김하은(96년생) 부산 해송학교 국어교사. 이들의 직업이다. 김자영은 일반고를 졸업한 후 중도장애로 스무살 되던해 맹학교 진학을 다시 했고, 이은정은 일반고, 김하은은 맹학교 출신으로 교단에 선지 각각 8년, 6년에 이른 중견교사들이다.
이은정은 8강전 상대팀이었던 충남의 이현미(현 국가대표)와 자매 사이이기도 하다. 2022년부터 같이 운동을 시작한 이들은 순도 100%의 아마추어 선수들이지만, 이번 대회 동메달을 목표로 강훈을 이어왔다고 한다.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출전한 부산 여자골볼팀 선수들. 좌측부터 이은정, 김하은, 김자영. 세명 모두 특수학교 교사들이다. ©이현옥
각자의 학교생활이 있으니 주말에만 부산 한마음체육센터에서 훈련을 이어온 이들이 생각하는 부산대표 여자골볼팀의 강점은‘팀웍’이다. 그 팀웍을 지탱해준 것은 아무래도 긍정에너지라고 본다.
남자팀의 경기를 응원하는 과정에서 실점을 하면“잊어잊어”구호를 외치고 수비를 잘하면“조코조코(좋고좋고)” 득점이라도 할라치며“대박대박”을 리듬에 맞춰 외쳤다. 관중석의 경계가 따로 없는 경기장 플로어에 앉아 이들이 흥겨운 응원을 하면, 곧 경기가 있는 다른 팀 선수들이 어느새 가까이 와 몸을 풀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좋은 에너지는 나눠 갖는 기쁨이 있으니, 다같이 즐겁다.
김자영에게 팀의‘단점’을 물으니, 이내 풀이 죽는다. 연습할 체육관도 골대도 부족하단다. 소속된 실업팀이 없으니 대관에 목 마른게 현실이다. 이점은 현장에서 자주 접하는 장애인선수들의 공통된 염원이다.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인‘누구나 즐기는 스포츠’를 위해서는 장애인이 안정적인 여건에서, 하고 싶은 운동을 원없이 해야한다. 게다가 이들은 전문직 종사자로 스포츠활동을 즐기는 아주 이상적인 스포츠선진국형 모델을 실천하는 모범생들이다.
골볼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심판이 선수들의 안대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현옥
부산 골볼팀을 지도하는 이상훈 감독은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치고 2015년 최연소 국대 감독을 역임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교사라는 업을 멈추고 선수로 뛰는 이들에게 안정적인 여건과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한다.
실제로 부산 여자골볼팀은 엔트리를 채우지 못한 상태서 3명이 경기를 전담해, 선수 부상시 대체할 선수가 없는 상태에서 경기에 임했다. 실업팀을 상대로 마음 맞는 친구들이 코트 위에서 몸을 던져 공을 막아내고 서로를 믿고 또 공격 드로잉을 했다.
부산 골볼팀 이상훈감독.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남자골볼 국가대표 출신이다. ©이현옥
학교에서 만나는 제자들에게‘운동하는 선생님’은 살아있는 교과서이다. 청소년 시절 눈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학교는 확대 시험지와 햇볕이 잘드는 자리를 배치해 주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특수학교는 이제 시각이나 청각 같은 감각장애나 질병장애는 치료 가능성이 늘어 그 숫자가 줄고, 발달장애 학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변환경이 개선되고 부모들의 양육방식도 좋아지고 있으나,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의 자식을 품에 두려는 마음이 오히려 제한적인 벽을 만들고 있다.
운동에 마음을 열지 않는 부모나 교사들에게 '일단 하고 봐라,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꼭 해주고 샆다고 한다. 정작 자신들의 소속팀은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교사로 있는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이야기 하는 부산 여자골볼팀. 이토록 심신이 건강하고 멋진 선생님들의 긍정 에너지와 비상이 꺽이지 않고 계속 이어져 다음 체전에서도 경쾌한 골볼경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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