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
수굿이 살고 싶다
박성목
젊은 시절 나는 까칠하고 모난 성격과 밴댕이 소갈머리 같은 속 좁은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 때문에 친구, 지인들과도 한 번씩 부딪치고 직장생활에서도 동료들이나 상급자와도 의견충돌이 일어날 때가 가끔 있었다. 그때는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것이 바른 도리요 정의로운 길이라는 신념 때문에 날뛰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제 황혼 길에서 되돌아보니, 지나간 많은 일들이 분수를 모르고 나대던 객쩍은 혈기들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땐 왜 그랬을까? 왜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진중하게 행동하지 못했을까? 지나온 내 삶이 후회와 상처투성이로 얼룩진 것 같아 참으로 민망스럽다.
요즘 ‘수굿하다’는 말을 자주 생각한다. ‘수굿하다’는 말을 국어사전에서는 ‘고개를 조금 숙인 듯하다. 흥분이 좀 가라앉은 듯하다.’ 라고 풀이하고 있다. 나는 수굿이 살고 싶다. 그렇다고 내가 수굿이 사는 어떤 지혜나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인생을 살다보니 그저 수굿한 마음으로, 수굿한 태도로 사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수굿이 산다는 것은 까탈지게 살지 않는다는 말이다. 작은 일, 큰일 가리지 않고 화를 잘 내는 사람은 마음이 너그럽지 못한 사람이다. 장수하는 사람들 평소 모습을 보면 너그러운 성품을 지닌 이들이 많다고 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다. 모난 성격을 가진 사람은 그 뾰족하고 날카로운 모서리 때문에 자신도 괴롭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도 불편하다. 바닷가 몽돌 같은 둥글둥글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갈 일이다.
수굿하다는 말은 잘난 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친 행동과 큰 목소리로 자기주장을 내세우지 않고 거들먹거리지 않으며 겸화한 자세로 조용히 사는 것이다. 수굿한 삶은 남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내가 손해를 좀 봐도 괜찮다는 생각을 내포하고 있다.
봉사하는 생활은 수굿한 삶이다. 내 시간과 정성을 이웃과 사회를 위해 쓰겠다는 마음은 귀하다. 봉사는 내가 손해 보는 일이 아니라 나를 살리고 남을 일으키는 아름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소박하다. 순리에 따른다. 너그럽다. 베푼다.’ 이런 마음가짐들이 ‘수굿이 살고 싶다’에 어울리는 말들이 아닌가 한다.(♠)
첫댓글 글 잘봤습니다~!
좋은글 잘보았습니다
여러가지 교훈을 주시는 말씀 감사합니다~~^^
쓰신 글을 읽으며 나를 돌아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박성목 선생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두고 살아가도록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강화평님, 박영자님, 윤홍섭님, 이영옥님, 김영희님
댓글 감사합니다.
한편의 도덕교과서를 읽은 기분입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숫구이 살고 싶다.
박선생님께선 언제나 겸손한 모습으로 실천을 먼저 하시면서 사시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르침. 깨우침, 반성, 모두 포함된 듯합니다.
공손히 받아 드리며 하나씩 저도 겸허히 일상을 처하고 싶네요.
방경희님, 꽃순이님, 댓글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 아닌 저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수긋하다" 라는 말이 가슴 저리게 들어오는 이유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