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밝게 더 기쁘게
연중시기 마지막 주일은 항상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처음 오셨을 때 왕의 모습은 저 십자가에 INRI “유다인의 왕 나자렛 예수”라고 쓰여진 죄명패처럼 -물론 우리에겐 참된 왕명패지만- 인성이 드러난 비참한 왕의 모습으로 돌아가셨지만 다시 오실 때에는 신성을 드러내시며 영광스러운 왕의 모습으로 심판하실 것입니다.
심판하신다는 것은 “정의”를 생각하게 합니다. 주님께서 판단하시는 정의는 “자비”입니다. 얼마나 자비롭게 살았는지, 얼마나 선을 베풀며 살았는지를 기준, 정의 삼아 심판하실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자비와 선행을 꾸준히 실천할 때에 주님의 재림이 더 애타게 기다려 질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자비와 선행이 주님을 맞이할 수 있는 깨어있는 모습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1독서 다니엘 예언서는 사람의 아들이 구름을 타고 성부께 가시니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 나라들, 언어가 섬기게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봉황은 나뭇가지를 가려서 깃들이고, 현자(賢者)는 주인을 가려 섬기는 법”이라 합니다. 봉서(鳳栖)산은 봉황이 깃들인다는 뜻이고 봉명(鳳鳴)동은 봉황이 운다는 뜻입니다. 봉서산쪽에서 우리를 향해 운다는 것이겠지요. 우리 봉명동 교우분들은 봉황처럼 큰사람이고 현명하신 분들이니, 가리고 가리어 낸 진리이신 주님을 올바로 섬겨서 봉명(奉命), 주님의 명을 제대로 받드는 현명한 모습이길 바랍니다.
오늘 화답송은 주님께 많이 입혀드립니다. “위엄을 입고 권능의 띠를 두르고 집에 거룩함이 서리고” 우리가 입는 옷은 신분이나 영예, 마음상태를 반영합니다. 우리가 오늘 입고 옷을 한번 보시면 여러분의 신분이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처음 오셨을 때에는 벌거벗은 아기의 모습으로 오시고 발가벗겨진 죄인의 모습으로 돌아가셨지만 다시 오실 때에는 여러분들에게 차려입고 오실 것입니다. 위엄, 권능, 거룩함으로 말이지요.
2독서는 요한 묵시록 1장 5절부터의 말씀이니 시작 부분입니다. 시작에 하고 싶어하는 말의 대부분이 연역적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미 이루어진 일, 이제 벌어지는 일, 장차 일어날 일에 대하여 기록했기 때문에 예언서이자 묵시록입니다. 주님께서는 태초부터 암묵적으로 당신의 일, 구원의 일을 계속해 오셨고 그 모든 것이 인간을 향해 있습니다. 알파요 오메가이신 분이 우리의 구원을 위해 처음부터 계획하셨던 섭리를 마지막까지 이루실 것입니다.
엊그제 전례분과 모임을 시작하면서 오늘 복음을 읽고 각자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읊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때 저를 포함해서 여섯 분 모두 “진리”란 단어가 들어간 구절을 읊으신 것을 보고, 사람 생각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진리란 단어가 들어간 구절을 택하게 된 것은 복음 마지막에 이 단어가 세 번이나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신약성경에 “진리”라는 단어가 109번 쓰여지는데 절반 정도는 요한문헌에 쓰여졌습니다. 그만큼 요한은 진리에 대해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당시 요한이 복음서나 편지, 묵시록을 쓸 때에는 영지주의(그노시스=지식)라는 이단이 교회 내에 성행했습니다. 지식이 모든 것의 기원이며 구원을 가능케 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이에 요한은 지식보다 더 우월한 진리를 역설하면서, 진리 자체이신 예수님만이 우리의 유일한 구원의 근거이심을 보여주고 싶었던 겁니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요한 10,27)라는 말씀처럼,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라고 비슷하게 쓰여졌습니다. 절대불변하는 것을 진리라고 말합니다. 그렇지요. 진리는 변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와 하나이시며 성령과도 하나가 되셔서 우리 인간에게 구원과 자유를 주시는 거룩한 분이시라는 이 참된 이치, 진리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말로 “당신이 임금이라는 말 아니요?”라는 빌라도의 의문문을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임금이라는 말이야?”라는 감탄문으로 바꾸시는 말장난을 하십니다. 조롱하려는 죄명패가 우리에게는 왕명패가 되는 것처럼 “주님이 임금이실까?” 라는 모든 의문이 “주님께서야말로 참된 임금이시구나!” 라는 감탄으로 바뀌어져야 합니다.
우리 봉명(鳳鳴)동 교우들에게 주님을 우리 삶의 참된 임금으로 섬기는 사명, 즉 봉명(奉命)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졌습니다. 이 사명을 성실히 수행하여 나중에 주님 나라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저는 봉명(鳳鳴)동에서 주님을 봉명(奉命) 하였습니다.”라고 자신있게 외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저는 봉명(鳳鳴)동에서 주님을 봉명(奉命) 하였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