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우값은 비교적 좋았다. 하지만 돼지 구제역 발생과 연이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또는 협상 타결로 축산농가들의 위기 의식은 그 어느때보다 컸던 한해였다. 사진은 산지 가축시장의 한우 거래장면.
한우값이 이처럼 강세를 보인 것은 사육마릿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한우고기 소비가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291만8000마리였던 한우(육우 포함) 사육마릿수는 올 9월엔 282만마리로 줄었다. 12월엔 273만마리 수준으로 떨어졌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는 한우값 폭락을 우려한 정부가 2012~2013년 대대적으로 암소 도태사업을 벌인 결과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농협·전국한우협회·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연중 한우고기 할인판매에 나서는 등 대대적인 소비촉진운동을 펼쳐 한우값을 지지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한우자조금을 재원으로 펼친 생산자단체의 한우고기 소비촉진운동이 한우값 안정에 상당한 도움을 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올해는 3년여 만에 돼지에서 구제역이 발생, 한우산업에도 ‘불똥’이 튀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어렵게 얻어낸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를 2개월 만에 잃어버리는 바람에 한우고기 수출이 무산되는 등 피해가 적지 않았다. 실제 강원의 한 축협은 2년여 동안 준비해온 한우고기의 홍콩 수출을 접었다. 구제역 발생으로 현지 바이어로부터 계약 취소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 영연방 3국과의 FTA 체결 또는 협상 타결은 한우산업에 ‘발등에 떨어진 불’로 다가왔다. 이들 국가는 쇠고기 수출 강국으로, FTA가 발효돼 관세가 없어지면 한우산업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돼서다.
이 때문에 한우 사육농가들은 전국한우협회를 중심으로 영연방 3국과의 FTA를 논의하기에 앞서 한우산업 피해방지 대책부터 마련할 것을 정부 측에 강력히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농가 기대치에 크게 못미치는 대책을 발표했고, 이런 탓에 농가들은 대규모 궐기대회 등을 열어 정부를 강력히 성토했다. 이에 정부는 농가 요구사항 일부를 수용하고 후속 대책마련을 약속했으나 농가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광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