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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진보진영의 가장 큰 문제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분석하려고 하지 않고 자기가 믿고 싶은대로 사실 관계를 단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새누리당한테 항상 깨진다. 야권이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이번 국정원국정조사청문회의 영웅으로 만들고 있는데, 다른 14명의 경찰들(디지털 포렌식 담당 및 수사관)의 증언은 전부 사실이 아니고, 권은희 전 수사과장의 발언 전부가 무조건 옳다고 단정한 까닭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모두 그렇듯이 어느 일방의 주장과 발언만이 사실이 아닌 경우도 있다. 아래 글은 공론의 장 '아크로'에 게시된 내용이다.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논리의 하나로 참고할 만하다고 여겨 소개한다.
어제 국정원 국정조사의 증인으로 나온 경찰들의 진술이 권은희 1인과 다른 경찰들(디지털분석관과 수사 경찰관) 간에 확연하게 갈리는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언론에서는 권은희의 증언만 집중 조명하고 다른 14인의 경찰들의 증언은 아주 조금 다루어 국민들이 진실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죠.
여러분들은 권은희와 다른 경찰 14인의 증언 중에 어느 쪽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이 들던가요? 제가 어제 국정조사 방송을 다 시청하지는 못했지만 주요 부분만 본 결과로는 권은희가 주관적 판단에 정치적 기동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중요 사안별로 따져 보기로 하죠.
1. 권은희는 서울경찰청장의 외압을 받았는가?
권은희는 어제 증언에서 서울경찰청장의 압수 수색영장 청구를 하지 말라는 말은 외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서울경찰청장의 외압인지 살펴보지요.
국정원녀 오피스텔이 민주당원들에 의해 봉쇄되고 있던 시점의 오전에 권은희는 소명자료가 부족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기 곤란하다는 브리핑을 했고 오후에 서울경찰청장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미 전에도 검찰에 압수수색영장을 두 번이나 신청했다가 검찰에 의해 기각당한 상태였습니다. 또 권은희 자신도 어제 증언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기에는 소명자료가 부족했다는 것을 시인했습니다.
자, 이런 상태인데 서울경찰청장이 내사단계이고 소명자료가 부족해 압수수색영장은 신청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 외압이 될까요? 권은희 본인 자신도 소명자료가 부족했다고 느꼈고 실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가 검찰로부터 기각을 두 번씩이나 당했다면 서울경찰청장의 말이 외압이라고 할 수 있나요? 오히려 무리하게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한 수서경찰서(권은희?)가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닙니까?
상황은 이런데 어떻게 국정조사장에서 권은희는 저렇게 이야기할 수 있나요?
2. 수사 지연과 방해는 누가 했을까?
권은희는 서울경찰청 디지털분석팀이 수서경찰서에 넘긴 자료(하드디스크 3점, CD 1장)는 인케이스 프로그램이 있어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열어 볼 수 없었다고 하면서 마치 서울경찰청 디지털분석팀이 수사를 지연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한 것처럼 증언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김수미 디지털분석관의 증언을 들어보니 권은희는 디지털분석에 문외한이거나 수사 지연의 의도를 갖고 있거나 둘 중 하나로 보입니다. 김수미 분석관의 말에 따르면, 12/18,19일에 수서경찰서(권은희 수사팀)에 자료를 넘겼는데 그 자료는 인케이스 프로그램 없이도 열어 볼 수 있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12/22에도 넘겨준 자료가 봉인도 뜯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고 합니다. 즉, 권은희는 자료를 12/22까지 아예 열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열어보고 수사할 의지가 있었다면 자료의 봉인을 뜯고 인케이스 프로그램이 필요한지 확인했을 것이고 만약 인케이스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면 그 즉시 요청했겠죠. 김수미 분석관에 의해 권은희가 새빨간 거짓말을 한 것이 들통난 것입니다.
3. 어느 쪽이 효율적이고 수사결과를 신속하게 내어놓을까?
당시 민주당은 처음엔 수사결과를 빨리 내놓도록 경찰을 다그쳤는데, 12/16에 막상 경찰이 자기들에게 불리한 수사 중간결과를 발표하자 이 때부터는 박근혜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수사결과를 대선전에 발표했다고 비난했지요. 어제 국정조사에서도 이 부분에서 권은희와 디지털분석관들이 충돌했습니다.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디지털분석팀은 국정원녀가 제출한 컴퓨터를 분석해서 대선관련 글을 작성한 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했는데 디지털분석에 대한 전문가인 분석팀은 분석 키워드는 박근혜, 문재인 등 아주 핵심적인 단어 4개로 추리고 국정녀가 사용한 IP, 아이디를 가지고 검색하면 더 효율적이고 충분히 공정한 수사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권은희는 70개 키워드를 넣었어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권은희는 70개를 4개로 축소한 것은 수사 축소 은폐 시도라고 주장했지요. 이에 대해 디지털 감식팀은 70개를 다 검색하면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고 권은희가 제시한 키워드가 필요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권은희가 검색해야 한다고 주장한 키워드들입니다. 아래는 어제 국정조사에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읽은 권은희가 키워드로 넣어야한다고 고집한 70개 단어들에 속해 있는 키워드들입니다.
사람, 이은미, 부산, 김일성, 김정은, 서민, 열쇠, 협력
도대체 권은희는 위 단어들을 왜 검색 키워드에 넣어야 된다고 주장했을까요? 여러분들은 대선 관련 댓글을 찾는데 저런 단어를 검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수사를 신속히 진행해서 결과를 빨리 내놓을려고 생각한 수사과장이라면 이런 키워드를 넣고 검색하는데 시간을 허비할 생각을 했을까요?
4. 디지털분석과정의 투명성
원래 디지털분석을 할 때 일체 녹음하거나 녹화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공정성, 투명성, 인권보호를 위해 디지털분석관들이 자진해서 진술녹화 시스템에 들어갔다고 하는군요. 127시간 디지털 분석을 하고 그 과정을 모두 녹화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검찰에 의해 짜깁기, 왜곡 편집되어 경찰이 수사를 축소, 왜곡했다는 기소의 증거로 쓰였습니다. 권은희를 제외한 경찰들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죠.
이번 국정조사에서 드러났지만 검찰의 CCTV 짜깁기, 왜곡은 국정조사감입니다. 어떻게 검찰이 증거를 저렇게 조작하여 기소의 증거를 삼았는지 아연실색할 뿐입니다.
5. 여러분은 누가 더 신빙성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14명의 디지털 분석관과 수사경찰들은 사건의 은폐, 축소, 외압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경찰 중에 권은희만 은폐, 축소,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4명의 경찰관들이 외압을 받아서 허위 진술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권은희가 자기 주관과 정치적 성향이 가미되어 객관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권은희가 영웅이 되었군요.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00166.html
권은희의 국정조사장에서의 발언(증언)이 소신인지, 주관적 판단인지, 사실 왜곡인지 따져 보는 것은 없고 무조건 권은희 칭찬 일색입니다. 나머지 14명의 디지털 분석관과 경찰들은 거짓말쟁이이고 소신이 없는 것인가요?
어제 국정조사를 시청한 사람이라면 저렇게 권은희를 싸고돌지 못할 것입니다.
진실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공세의 수단으로 국정조사를 이용하려는 민주당이나 저런 식으로 권은희를 영웅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기가 옳다는 독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자기 검증에는 상대 비난의 1/10도 시간을 할애하지 않지요. 심히 걱정됩니다.
댓글 2013.08.20 17:25:39
새누리당으로부터 민주당과 결탁했다는 매관매직의혹을 산 국정원 전 직원 김상욱의 국정조사장에서의 발언도 가관입니다. 김상욱은 "국정원 직원인 것처럼 속여서 여직원 주소를 파악해도 되냐"고 따지는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에 맞서 "거기에 현혹돼서 말한 당직관이 문제지 내가 문제냐"고 큰소리쳤지요. 할말 없게 하는 저 뻔뻔함에 어이가 없군요.
또 국정원녀를 차량으로 미행한 CCTV가 있다고 하자 "차 번호를 대라. 내가 세금 내고 살아가는데 어디를 간들 범죄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국정원녀를 정영기(당시 현직 국정원 직원)와 미행하는 CCTV를 보여주자, 국정원녀와 가는 방향이 다른데 왜 미행이냐고 되레 큰 소리쳤지요. 이에 기회다 싶어 민주당 박영선의원은 CCTV가 조작되었다고 치고나왔습니다. 조명철 의원이 CCTV의 미행하는 순간만 보여주고 그 뒤에 서로 방향이 다르게 움직이는 것은 보여주지 않고 마치 미행한 것처럼 속였다고 주장했지요. 조명철 의원은 국정원녀는 정문을 나가고 정영기는 동문에 있었기 때문에 움직이는 방향이 다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 설명하고 더욱 미행이 확실하다는 증거를 내놓습니다. 정영기와 김상욱이 국정원녀를 미행하는 장면이 두 번에 걸쳐 있었다는 CCTV 영상을 보여주고 정영기가 국정원녀의 국정원내 움직임을 미행하고 국정원 밖으로 나갈 때는 김상욱에게 연락한 기록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국정원녀, 정영기, 김상욱이 동시에 출현하는 장면이 두 번씩이나 나올 수 있는 경우가 의도하지 않았다면 확률적으로 얼마나 될까요? 국정원녀를 미행하는 김상욱과 정영기가 나오는 CCTV, 당시 두 사람이 통화한 기록, 국정원녀의 주소를 물어본 사실 등이 밝혀졌는데도 미행한 사실을 국정조사장에서 부인하는 저 뻔뻔함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4개 키워드와 관련성을 찾아서 대선개입의 정황이 드러나면 거기서 다시 그와 연결된 이후의 게시물들에서 맥락적으로 개입된 문장들을 추가해서 대선개입의 증거라고 제시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4개 핵심 키워드 외에도 보조 키워드 몇 개를 더 넣는 것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김일성, 김정은, 빨갱이 등등의 키워드는 보조적으로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이런 보조적 키워드들은 핵심 키워드와는 취급을 달리해야 하겠습니다. '종북비판'을 위해서 쓴 글에 쓰인 단어들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 서민 등등의 키워드도 보조적으로 넣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국면에서 많이 쓰였던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4. 디지털분석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주장 : CCTV를 검찰이 조작했는지 경찰청이 조작했는지는... 제가 봤을 땐 검찰이 조작했을 가능성이 경찰청이 조작했을 가능성보다는 더 높다고 생각하는데 확인할 수가 없으니 다 까놓고 비교하면 되겠습니다. 다만 CCTV로 기록하지 않아도 되는데 경찰청이 기록한 것은 이전보다는 더 투명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걸 두고 불투명하다고 주장하면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