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 재활 22-16, 침대 ⑩ 좋은 소식 있을 거라

[정진호(직원)]

하은, 재활 22-16, 침대 ⑩ 좋은 소식 있을 거라

다시 현관으로 나와 보조공학사를 배웅한다.

은이가 거쳐야 하는 절차는 모두 끝났다니,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그동안 순탄했던 것처럼 마지막까지 좋은 결과 있기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혹시라도 까먹을까 봐 틈틈이 메모해 두었던 것을 확인하며 은이 부모님에게 소식 전한다.

‘아버님, 어머님 안녕하세요? 은이 오늘 창원에 있는 경남보조기기센터에서 오신 분과 잘 만났습니다.

 명함을 받았는데, 허윤정 보조공학사라고 하네요.

 지난번 말씀드린 대로 국민연금공단에서 나온 분은 기본적인 내용만 확인했는데,

 오늘은 좀 더 자세히 묻고 기록했습니다.

 기본적인 은이 현재 상황부터 의학적인 내용(장애 판정을 언제 받았는지, 현재 먹고 있는 약이 있는지,

 관절 가동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씹고 삼키는 건 어디까지 되는지 등)까지 하나하나 물어보셔서

 알고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전문적인 내용은 옆에서 도은주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설명했습니다.

 장애인 보조기기 교부 사업은 저소득 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자체에서 지원해서 운영하는데,

 은이가 현재 생계급여 대상자로 되어 있어 신청 자격 요건에는 부합한다고 합니다.

 다만, 문의하니 오늘 만난 보조공학사가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보조공학사가 은이가 이 사업에 ‘적합’하다고 판단해서 다음 단계로 넘겨도,

 최종 결정은 각 지자체(군)에서 하게 된다고 하네요. 오늘 잘 만났으니 다시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보조기기 교부 사업은 지원 금액이 120만 원으로 정해져 있고,

 지정된 금액 초과 시 본인 부담 등으로 처리되는 게 아니라, 딱 그 120만 원까지만 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120만 원 안에서 침대를 구입하고, 거기서 더 필요한 물품이나 옵션이 있다면

 이 사업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물건 사듯이 업체 등 판매처에서 사면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가능하면 보조기기 기계 자체에 최대한 금액을 투자해서 사업을 신청하고,

 별도 품목(매트리스 커버 등)이 더 필요하다면, 추후에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설명 들었습니다.

 보조공학사가 적합성 평가하고 군에 의뢰할 때, 구체적인 품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해서

 아직 지원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설명을 듣고 침대 사양을 선택했습니다.

 전동 침대의 경우 A/S를 우선 고려해야 하는데,

 거창 위치를 생각하면 경남이나 경북 지역 업체를 추천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성이엔지와 영남베드가 있다고 했고,

 보조공학사는 그동안 경험을 토대로 우성이엔지 쪽을 더 추천한다는 뉘앙스였습니다.

 지난번 아버님이 찾아보고 전화번호 알려 주신 바로 그 업체라 잘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성이엔지에서 나오는 전동 침대에서 1모터(등받이 조절), 2모터(등받이 + 다리 조절),

 3모터(등받이 + 다리 + 상하 조절) 중 3모터를 추천한다고 했고,

 도은주 선생님도 은이에게 3모터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낙상을 방지하는 침대 옆 가드(손잡이)의 형태에 따라서도 금액이 달랐는데,

 고정형(위로 뽑아 올려서 뺐다 끼웠다 하는 형태)가 고장이 덜하지만 금액이 더 비싸고,

 밀고 당겨서 접었다 폈다 하는 형태가 사용하기 편하고 금액이 비교적 저렴하지만

 고장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은이가 손잡이를 고장 날 만큼 잡아 흔들거나 할 우려가 적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지원하는 사람이 은이를 도울 때, 손잡이를 접고 펼 것을 생각하면

 밀고 당겨서 접었다 펴는 형태가 적합하겠다고 했습니다.

 바닥에서 더 가까운 완전 저상형도 있지만, 가격이 더 비싸고,

 지원하는 사람에게 일반 침대 높이가 더 편한 것을 생각하면 은이 상황에서는 해당 사항이 없어 보였습니다.

 전동 침대 내구연한은 10년이라, 만약 보조기기 교부 사업으로 지원받을 경우

 10년 후에 재신청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정리하면, 현재 최종 결정은 아직 알 수 없으나, ‘우성이엔지 업체 / 3모터 전동 침대 /

 밀고 당겨서 접었다 폈다 하는 손잡이(난간) / 매트리스 커버와 방수 커버’로 신청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했을 때, 지원 금액 120만 원에 근접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매트리스 커버와 방수 커버가 하나씩 들어간다고 들었는데,

 추가로 필요하다면 다른 물품과 함께 은이가 개인적으로 업체 통해 구입하면 되겠습니다.

 외부 벤치에서 2~30여 분 정도 이야기 나눈 후에,

 보조공학사가 잠깐 은이 집으로 올라와서 실제 침대 놓을 공간도 확인하고 갔습니다.

 종종 침대 둘 자리가 없는 경우도 있다는데,

 은이 집이 그렇지는 않아 물리적인 공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합니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과정과 절차가 간단하지는 않지만, 이제 조사나 확인은 마친 듯합니다.

 좋은 소식 기대하며 기다려 봅니다.

 듣고 기억한 것과 부모님께 알려드리려 메모한 것 종합해서 작성했는데,

 잘 전달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궁금한 것 있으면 편하게 전화나 메시지 주셔도 됩니다.

 평안한 저녁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어머니가 보낸 메시지를 읽는다.

하나하나 확인하시는지 메신저 읽음 확인이 사라지고도 얼마쯤 지난 후에 답장이 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정말 생각보다 너무 복잡하네요.

 120만 원 선에서 하다 보면 힘들 텐데, 그래도 3단 전동 침대, 밀고 당겨서 접었다 폈다 하는 손잡이 난간,

 매트리스와 방수 커버까지 120만 원 근접할 것 같다니 잘 맞춘 듯합니다.

 선생님, 고생 많이 하셨네요. 꼭 좋은 소식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네, 어머니. 감사합니다.

 그동안 순조롭게 진행되어 왔으니, 마지막까지 좋은 소식 이어지기 바랍니다.

 은이는 잘 자네요.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당직이신가 보네요. 밤새 고생하시겠네요. 수고하세요.’

어머니와 대화가 끝나고 거의 바로 아버지가 건 전화가 울린다.

“정 선생님, 당직이신가 봅니다. 통화 괜찮으십니까?”

“네, 아버님. 괜찮습니다. 말씀하세요.”

“꼼꼼히 올려 주신 글은 다 읽었습니다.

 이렇게 복잡할 줄 몰랐는데 괜히 정 선생님 번거롭게 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아버님. 아버님 어머님이 처음부터 하나하나 살펴보고 알려 주셔서 저는 어려울 것 없었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기다리는 기간이 길어지기는 하지만,

 이제 다 끝났다고 하니 기다려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혹시 교부 사업으로 안 되면, 사면 되니까요. 너무 마음 안 쓰셔도 됩니다.”

“그럼요. 아버님께서 여러 번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저도 마음이 편합니다.

 되면 좋고, 안 되면 사면 되죠. 어떻게 하더라도 은이가 쓸 침대가 생기는 거니까 은이한테 좋은 일이겠습니다.”

“맞습니다. 은이 돕는 선생님들도 더 편했으면 하고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당직 고생하시고요.”

‘안 되면 사면 된다’는 아버지의 말이 어떤 말보다 큰 격려로 와닿는다.

이 모든 과정을 진행하면서 은이에게 남는 것은 침대, 직원에게 남는 것은 부모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남는 것은 아들 일에 여전한 부모님 몫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2022년 5월 11일 수요일, 정진호

이렇게 자세히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옆에서 직접 듣는 것보다 쉬 이해하시겠어요. 떨어져 지내는 부모님의 형편과 심정을 헤아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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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연(직원)]

그렇네요. 안 되면 사도 된다는 아버님 말씀이 위로가 되고, 격려오 와닿아요.

우리가 하는 일은 침대를 보조기기 교부 사업에 적합한 대상자가 되어 침대를 지원 받는 게 목표가 아니라, 하은 군이 침대를 사는 데 주인 되게 돕고, 가족과 연락을 주선해서 당사자와 가족의 일로 여기게, 그래서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직접 하게(복지를 이루게) 돕는 일이라는 것을 정진호 선생님의 기록을 읽으며 깨닫습니다. 사회사업가의 시선과 해야 할 일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잘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