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즐로 호머(Winslow Homer, 1836-1910), ‘안개 경고(Fog Warning)’, 1885년.
윈즐로 호머(Winslow Homer, 1836-1910)는 19세기 말 미국을 대표하는 풍경화가 중 한 명이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뛰어난 재능 덕에 삽화가를 거쳐 화가가 되었다. 그는 남북전쟁의 현장에서 직접 보고 그린 생생한 전쟁화로 이른 나이에 큰 명성을 얻었지만, 진짜 그리고 싶은 그림의 주제는 마흔 중반이 넘어서야 찾았다. 바로 바다와 어부였다. 인정받는 역사화가였던 그는 왜 갑자기 바다를 그리는 풍경화가가 된 걸까?
‘안개 경고’(1885년·사진)는 호머가 그린 가장 유명한 풍경화 중 하나다. 1880년대 초 영국 북동부의 바닷가 마을에 2년간 머물며 어부를 그리기 시작한 호머는 1883년 미국으로 돌아와 아예 어촌에 정착했다. 마흔일곱 살 때였다. 1884년 메인주의 황량한 어촌 프라우츠넥에 작업실을 짓고 바다 그림에 몰두했다. 이 그림은 이듬해 그린 것으로 강인한 어부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작은 고깃배를 탄 어부는 홀로 노를 젓고 있다. 고물(선미)에 놓인 커다란 넙치들을 보니 오늘 운수가 좋았던 듯하다. 하루 일을 마친 그는 수평선 위로 보이는 큰 배로 돌아가는 중이다. 한데 멀리서 짙고 거대한 안개가 몰려오고 있다. 바다는 거칠고 배는 파도 위에서 심하게 흔들린다. 갑작스러운 안개가 어부와 배를 집어삼킬지도 모른다. 좀 더 빨리 큰 배에 닿으려면 잡은 고기를 다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는 과연 무사히 귀가할 수 있을까? 고기를 내어주는 관대함과 목숨도 빼앗을 수 있는 무서움, 화가는 이렇게 바다의 이면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호머는 죽을 때까지 외딴 어촌에 살며 어부들과 자연을 관찰해 그렸다. 생존을 위해 매일 바다로 나가 싸우는 어부들의 삶이 총성이 울리는 전쟁터보다 더 치열하다고 느꼈을 테다. 바다 한가운데서 홀로 사투를 벌이는 어부는 어쩌면 새로운 예술을 낚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독한 예술가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윈즐로 호머(Winslow Homer, 1836-1910)
윈즐로 호머(Winslow Homer, 1836-1910)는 19세기 후반의 미국 미술에서 가장 강렬하고 표현이 풍부한 작품들, 특히 바다를 주제로 한 그림들로 유명하다. 그는 스케치와 수채화에 능했으며, 이것을 바탕으로 그린 유화 〈멕시코 만류(Gulf Stream〉(1899)는 자연을 직접 관찰하는 데서 오는 상쾌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그가 다루는 주제들은 겉보기에는 매우 단순하지만 위험한 순간에 처한 인간들을 통해 그들이 냉담한 우주에 맞서 인간성을 입증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아마추어 화가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미술을 좋아하게 되었고, 19세 때 보스턴에 있는 존 버퍼드 석판화 공방의 견습공이 되었다. 처음에는 주로 다른 미술가들의 그림을 모사하는 일을 했지만, 몇 년 안 되어 유명 잡지에 독창적인 드로잉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1859년 호머는 보스턴에서 뉴욕 시로 자리를 옮겨 자유기고 삽화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다음해 그는 국립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처음 전시회를 열었다. 호머는 초기에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지만 중기까지는 실질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웠던 영국에서의 2년간의 체제 중 바다에 대한 매력을 느꼈고, 바닷가와 바다의 풍경을 그려 명성을 얻었다.
윈슬로 호머, ‘멕시코 만류(Gulf Stream’, 1899년, 캔버스에 유성 페인트, 71.4m×124.8c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윈슬로 호머, ‘허리케인이 지나간 두, 바하마 제도(After the Hurricane), 1899년, 수채화, 54x38cm, 시카고미술관.
윈즐로 호머(Winslow Homer, 1836-1910), ‘거친 바람(Breezing Up)(A Fair Wind)’, (1873-1876).
윈즐로 호머(Winslow Homer, 1836-1910), ‘청어잡이 그물(The Herring Net)’, 1885년.
[자료출처 및 참고문헌: 동아일보 2024년 07월 11일(목) 「이은화의 미술시간(이은화 미술평론가)」/ Daum∙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