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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께서 '예단비를 보내는 얼마간은 되돌려 받는다'고 생각하시는데 이는 잘못알고 계신 겁니다. '예단'은 우리네 전통혼례 풍습중 하나입니다. 과거 며느리로서 갖춰야 할 자질중 바느질 솜씨를 중요하게 여겼던 때 신부의 바느질 솜씨를 보여주기 위하여 시어머니의 옷을 한벌 지어서 보낸데서 유래가 되어 점차 범위가 넓으지고 변질이 되어 오늘날 현금으로 보내는 '예단비'로 변해진 것입니다. 예단은 원래의 의미도 그렇지만 '예물'의 성격인 바 오래 전부터 신부쪽에서 예단을 하는데 있어서는 유난히 신경을 많이 썼던 건 사실입니다. 어쨌던 예단은 신부의 부모가 신랑의 부모에게 보내는 예물이기 때문에 예의를 깎듯이 갖춰서 전해는게 예의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럼 신랑쪽에선 신부의 부모에게 해주는게 없느냐? 위에서 예단의 유래를 설명한 바와 같이 바느질 솜씨를 보기 위함인 바 장인 장모가 사위의 바느질 솜씨를 볼 일은 없었기 때문에 신랑쪽에서 신부쪽으로 보내는 예단은 없었습니다. 즉 예단은 신부쪽에서 신랑쪽으로 일방적으로 보내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예단비중 일부를 돌려 주거나 돌려 받을 수가 없는 이유는 예를 들어 친구의 생일날에 초코렛 한 상자를 생일선물로 보낸다고 칩시다 그걸 선물하는 친구쪽에서 '설마 그걸 자기 혼자 다 먹진 않겠지 반 정도는 돌려 줄거야'라고 기대하고 선물하시는 분도 없을 것이며, 그걸 받은 친구쪽에서도 '왠 초코렛? 이걸 반은 친구에게 돌려 줘야쥐'라고 생각하는 친구도 없을 겁니다. 왜냐? 정히 친구의 초코렛 선물이 고마우면 고맙단 인사를 하고 나중에 그 친구가 생일일 때 적당한 선물을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잖아요? 이처럼 친구간에 사소한 선물도 그걸 돌려 받거나 돌려 주지 않는데, 그보다 훨씬 더 귀한 예단을 돌려 받기를 바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인 것입니다.
그럼 신랑쪽에서 신부에게 돈을 주던데 그건 뭐냐? 일단 예단은 그걸 끝이 난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오래 전부터 신랑쪽에선 신부에게 입을 옷이며, 화장품 그리고 신부가 치장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보내 줬습니다. 그런 것들을 준비하여 함을 보낼 때 함안에 넣어서 보냈는데, 그런 것들을 통틀어서 '봉채'라고 하였으며, 그걸 현물 대신에 돈으로 주게 되면 그것이 바로 '봉채비'가 되며 봉채비는 신부가 꾸미는데 드는 비용인 바 한편으로 '꾸밈비'라고도 할 수가 있습니다. 즉 신랑의 부모가 며느리가 될 사람인 신부에게 봉채비를 주는 겁니다. 이게 사실은 예단비를 받기에 앞서서 신부에게 줘야만 맞는데, 과거에는 예단이란 것은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신부가 시댁으로 들어갈 때 갖고 갔었지만 요즘 신부들이 워낙 성격이 급하다 보니까 결혼식도 하기 훨씬 전에 예단을 보내 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봉채비를 예단비를 받은 후에 받게 되다 보니까 신부쪽에서 볼 땐 마치 예단비중 일부를 돌려 받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느끼는 것은 '예단비는 돌려 받는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진짜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결국은 신부는 시댁으로부터 아무 것도 받지 않고 자기네 돈으로 모든 걸 준비하는 셈이 되고 맙니다. 예단비나 봉채비가 다같은 돈이긴 하지만 그건 서로 별개의 것으로서 의미나 용도가 전혀 다른 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예단은 신부의 부모가 신랑의 부모에게 '드리는 돈'이며 봉채비는 시부모가 며느리에게 '주는 돈'입니다. 즉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거지 일부를 돌려 받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위와 같이 예단비와 봉채비는 성격이 전혀 다른 돈이기 때문에 굳이 비교를 할 수도 없는 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굳이 비교를 한다면 신부쪽에서 신랑에게 해주는 옷이며, 예물비와 비교를 하셔야만 맞습니다. 시부모가 며느리에게 해주는 옷이나 예물 등과 장인 장모가 사위에게 해주는 옷이나 예물은 똑 같은 거잖아요? 신부가 받은 봉채비나 예물비가 천만원을 받았다면 반대로 신랑에게 해준 옷이며 예물비가 얼마나 들었냐를 가지고 서로 따져 봐야 됩니다. 예단비는 그냥 일방적으로 보내 주면 그걸로 끝입니다.
그럼 신부 부모의 옷은? 일부에선 그런 돈도 받아야 옳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네 결혼과정이란게 오래 전부터 내려 오는 풍습을 따르는 것인 바 맨 위에서 설명했듯이 신랑쪽에서 신부 부모의 옷을 해주는 풍습은 없으며 그런 것을 뜻하는 용어조차 만들어 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신랑쪽에서 주는 돈(그게 봉채비라고 하든 꾸밈비라고 하든)이 꼭 신부만 쓰야 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그 돈으로 신부 부모나 식구들 옷을 해 입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명목으로 받은 돈이라고 보시는 것은 우리네 결혼풍습에 맞지가 않습니다. '시대가 변했는데 그딴 풍습은 따질 필요가 뭐 있느냐?'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어차피 전통풍습을 따질 필요가 없다면 애초부터 예단이니 함이니 이바지니 패백이니 그런 것들은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