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 재활 22-22, 침대 ⑬ 하은 군 침대 들어왔습니다
침대가 배송 오기로 한 시간 전에 여유 있게 도착해서 청소한다.
바닥 매트와 에어 매트, 패드와 이불, 가드 쿠션과 다리 쿠션, 베개까지 펼쳐져 있는
은이 침구를 하나씩 걷어 내어 정리한다.
이부자리가 깔려 있던 바닥을 청소기로 밀고, 깨끗하게 빨아 온 걸레로 남은 먼지를 닦아 낸다.
“네, 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304호 가장 안쪽에 있습니다.”
배송 기사 두 분이 분리된 침대를 포장 상자째 가지고 올라왔다.
은이 집까지 직접 안내하고, 침대가 설치될 위치를 알린다.
침대를 옆으로 돌려 창문과 나란히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그러려면 가구를 옮겨야 하고 침대에 바퀴가 달려 있으니,
사용하면서 필요하면 이동해 보기로 한다.
이십 분쯤 지나니 침대 조립이 끝났다.
설치를 마치고 배송 기사가 작동법을 안내한다.
리모컨에 버튼이 여섯 개 있다.
“침대 조작하는 방법 설명해드릴게요. 가장 위에 있는 버튼 두 개가 등받이 조절하는 겁니다.
왼쪽이 위로, 오른쪽이 아래로. 그다음 중간에 있는 버튼 두 개가 다리 조절하는 거고요.
제일 밑에 있는 게 침대 전체 높이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겁니다.
아무래도 침대가 움직이면서 조절되다 보니까 벽에 맞닿는 쪽도 너무 밀착시키면 안 되고,
이 정도로 약간은 띄워져 있어야 하고요. 침대 밑에 물건 같은 거 두지 않도록 해 주시고요.
사용하시면서 궁금한 점이나 A/S 필요하시면 여기에 있는 업체 번호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들으면서 까먹지 않으려고 집중했는데, 생각보다 조작법이 간단하다.
은이에게 필요한 기능은 다 있는데 사용하는 방법이 어렵지 않으니 잘 되었다 싶다.
구체적인 조절 각도 같은 건 실제로 은이가 사용하면서 맞춰 가야 할 테다.
배송 기사 두 분을 배웅하고 다시 은이 집으로 돌아온다.
침대를 한 번 쓰다듬어 만져 보고, 개어 두었던 침구를 다시 하나씩 펼쳐 정리한다.
접었던 것과 반대로 매트리스 위에 에어 매트, 에어 매트 위에 패드와 이불,
그 위에 가드 쿠션과 다리 쿠션, 베개.
침대 주인은 학교 수업 중이라 자리에 없어 아쉽지만, 그럴듯한 잠자리가 완성되었다.
사진을 찍어 동료에게 알린다.
당장 은이가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많은 동료의 손을 거쳐 사용될 것이다.
‘하은 군 침대 들어왔습니다. 보조기기 교부 사업으로 신청해서 받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침대 구입 알아보며 매 과정 부모님과 의논하고 결정했습니다.
4월 7일, 면사무소에서 신청하고 몇 차례 과정을 거치는 데 두 달 가까이 걸렸네요.
함께하며 도움 주신 도은주 선생님, 고맙습니다.
하은 군 여름 침구는 배송받는 대로 교체하고, 침대 사용법은 추후 정리되면 공유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월핑빌라 카페에 게시되어 있는 침대 들이는 일에 관해 그동안 쓴 일지 목록도 함께 첨부한다.
이 일도 사회사업으로 보이고 사회사업답게 하려고 애썼음을,
은이 부모님이 당신 몫으로 여기고 매 과정 감당하며 함께했음을 기쁜 마음으로 자랑하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 오후, 동료들이 소식을 듣고 구경 겸 은이 집에 다녀온 소식을 전한다.
‘침대 설치했다고 해서 하은이 보러 왔는데, 아주 곤하게 자네요. 침대가 편한가 봐요.’ 최희정
‘최희정 선생님 방문 전에 제가 들어갔을 때는 깨어 있었습니다. 편안해 보이더라고요.
침대 높이가 높은 것 같아서 낮추어 놓았습니다. 속옷 보실 때, 높낮이 조절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함미정
아버지와 잠깐 통화하고, 당직 근무로 출근한 저녁에 어머니와 다시 통화한다.
부모님에게 전한 메시지를 읽고 연락하신 듯하다.
‘아버님, 어머님. 은이 침대 잘 쓰고 있습니다.
오늘 당직이라 근무 중인데, 은이 저녁 먹기 전에도 지금도 깊이 자네요.
오늘 선생님들이 은이 침대 생겼다고 은이 집에 와서 살펴보시고 좋다는 얘기도 많이 해 주셨습니다.
휠체어로 옮겨 앉거나 휠체어에서 침대로 다시 누울 때, 바닥에서보다 훨씬 편하네요.
은이도 힘들지 않고 서로 좋은 것 같습니다.
아까 은이 옆에 누워 보니 바닥에 매트와 에어 매트 깔았을 때보다 더 편하더라고요.
가드 쿠션을 깔았을 때, 좀 좁지 않을까 싶어서 가드를 치워야 하나 생각도 했는데
막상 은이가 누우니 꼭 맞았습니다. 안정감이 들어서 이대로 두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석재 어르신도 은이 침대가 들어오니, 이전보다 공간이 더 넓어진 것 같다고 좋다고 하시네요.
침대 사용하면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아직 모르니,
당분간은 은이 지원하면서 자세히 살피고 필요한 것 있으면 편하게 말씀해 달라고
다른 선생님들께 부탁해 두었습니다.’
통화 중에 어머니와 침구 이야기를 나눈다.
침대에 올리니 가드 쿠션 부피가 있어서 답답해 보일 수 있는데,
지금 은이가 사용하기에 좁거나 불편하지는 않고 꼭 맞아 보인다는 말과
여름 침구로 너무 얇은 이불은 입에 쉽게 넣어서 적당한 두께감이 있는 것으로 골랐다는 말을
공감하며 주고받는다.
침대 위치나 가드 쿠션 탈착 여부 등은 사용하면서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으니,
자주 살피며 은이에게 편한 방법을 찾겠다고 이야기한다.
최종 결정을 알기까지 지금까지도 배송 소식 말고는 따로 들은 게 없어 여전히 당황스럽지만,
여차저차 좋은 결과로 끝났으니 다행이라는 인사를 끝으로 통화를 마친다.
다시 아버지가 메시지로 인사한다.
‘가드 베개가 좁아 보이긴 합니다만 푹신한 베개라면 움직임에 무리 없겠습니다. 편해 보여 다행입니다.
마냥 누워있기만 하는 침대가 아니라서 상체도 올려 보고, 하체도 올려 보고 하면
은이가 더 편하게 그리고 재밌어하겠습니다.
이너 자세 벨트보단 침대 자세를 세워 기대면 더 편히 쉴 것 같습니다. 수고하십시오.’
‘네, 아버님. 며칠 이렇게 저렇게 바꿔 가며 살펴보고, 편한 방법 찾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은이 잘 자네요. 지금 은이가 누운 자세에서 양옆으로 이 정도 공간이 있습니다.
그래도 가드 쿠션 부피가 있어서 여유로워 보이지는 않으니,
살펴보다가 답답하게 느껴지면 빼거나 작은 걸 찾아보겠습니다.
편한 밤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곤히 잘 자네요. 수고하십시오!’ 어머니
2022년 5월 26일 목요일, 정진호
‘침대 ⑬ 하은 군 침대 들어왔습니다’ ⑬! 월평
하은, 재활 22-1, 유지원 선생님과 계획 구상
하은, 재활 22-2, 복지관 운동재활 계획 의논
하은, 재활 22-3, 복지관 수중재활 계획 의논
하은, 재활 22-4, 학교 언어치료 계획 의논
하은, 재활 22-5, 월요일에 재활의학과
하은, 재활 22-6, 마음이 놓이기도 합니다
하은, 재활 22-7, 침대 ② 아버지와 오래 통화
하은, 재활 22-8, 침대 ③ 세 곳 인터넷 링크
하은, 재활 22-9, 침대 ④ 정 선생님도 연락을
하은, 재활 22-10, 침대 ⑤ 군청에 문의하면
하은, 재활 22-11, 침대 ⑥ 신청하면 된다고
하은, 재활 22-12, 침대 ⑦ 은이 면담 잘 끝났습니다
하은, 재활 22-13, 침대 ⑧ 적합성 평가를 해야 한다고
하은, 재활 22-14, 오래 쉬었던 것에 비해
하은, 재활 22-15, 침대 ⑨ 보조기기센터 적합성 평가
하은, 재활 22-16, 침대 ⑩ 좋은 소식 있을 거라
하은, 재활 22-17, 재활은 마라톤 아닙니까!
하은, 재활 22-18, 동료의 배움 ① 자기 의지
하은, 재활 22-19, 동료의 배움 ② 앉는 자세
하은, 재활 22-20, 침대 ⑪ 아직 연락 없지요
하은, 재활 22-21, 침대 ⑫ 내일 들어온다고
첫댓글 침대 일지 시리즈 13번째, 마지막화이군요. 사진을 보니 마음이 웅장해 집니다. 덩달아 뿌듯하네요.
"침대 들이는 일에 관해 그동안 쓴 일지 목록도 함께 첨부한다. 이 일도 사회사업으로 보이고 사회사업답게 하려고 애썼음을, 은이 부모님이 당신 몫으로 여기고 매 과정 감당하며 함께했음을 기쁜 마음으로 자랑하고 싶었다."
침대 시리즈를 읽으면서 매 일지마다 감탄했어요. 적합성 평가 때는 하은 군을 앞세우고, 과정과정마다는 부모님과 침대 관련 담당 직원과 주선하고 연락하여 부모님 몫을 부모님께서 직접 감당하시도록 도왔지요. 기록 읽으며 사회사업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하고 배웠습니다. 선생님 스스로도 동료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만큼 뜻을 세워 일하셨으니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저에게도 선한 자극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