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발 30분쯤 지났나.... 넓은 바위가 있는데.... 가로질러 내려가는 길과 우측의 안전한 길이 있다... 나는 당연히 무릎도 안좋으니 우측으로.....
2-3분 쯤 걸어가는데... 뒤에서 악!! 소리가 들리다.... 순간 가슴이 철렁거리다....
동반자가 바위를 가로질러 지름길로 내려오다 비에 미끄러져 그만 밑에 있는 덤풀로 굴러 떨어졌다...
번개같이 달려가 상황을 보니... 누워 있는데, 무거운 배낭 떄문에 일어나지를 못하고 버둥거리고 있다... 발목이 아프단다.... 이런 낭패가.....
일단 일으켜 세워 배낭을 벗기고 앉아 상태 점검을 위해 부츠를 벗으니 발목이 벌써 부어있다...
응급First Kits 가방을 열고 내용물을 보니... 이런... 항상 들어 있던 연고와 압박붕대가 없다...
출발지였던 알레샤우레 산장으로 돌아가 도움을 청하여야 하나 고민을 하다...
갖고 있는거라고는 케토톱(관절통 패치) 뿐이라... 2장을 붙이고 손수건으로 임시로 묶고 부츠를 다시 신다...
- 동반자는 보통의 여성과는 달리 매우 도전적이고 매사 적극 긍정적이다...
일단 목적지 까지 걸을수 있다 하여... 무거운 배낭을 메고 일어나 걸음을 시도해 보다... 오늘의 코스가 길지 않기에... 천천히 걷더라도 강행하기로 하다...
내가 도울수 있는게 없다... 심지어 배낭도 들어 줄수가 없다..
먼저 한참을 걸어가 동반자 오는 것을 바라다 볼수 밖에...
그래도 매번 동반자를 기다리며 사방의 멋진 풍광을 감상할수 있는 행운?은 과연 무엇인가...?
- 그동안 걸었던 그 유명한 트레일들과는 완전히 다른 풍광이다...
이전의 유명 트레일들은 그저 멋진 풍광에 감탄의 연속이었다면, 쿵스레덴은 쉽게 표현하기가 어렵다....
대자연의 장엄 광활함, 외롭고 쓸쓸한 풍광에, 감탄에 앞서 눈물이 난다...
- 중간 중간 개울을 건너는 현수교도 있지만, 그냥 물속의 돌들을 밟고 건너야 하는 곳들이 3곳이나 나타나다... 얕고 안전한 돌들의 위치를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건너다...
- 연신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며, 동반자의 오는 걸음을 지켜보기를 수차례... 멀리 목적지 산장이 보인다... 계속되는 오르막에... 목적지가 손에 잡힐듯 하니 더 힘들다...
개울 건너 산장이 있는데, 지름길이 없고 계속 올라가 멀리서 우회하여 내려가는 길이다.
(카메라 렌즈 Zoom-in 해서 찍은 산장과 멀리 설산 풍경.... 아직 한참 가야 한다...)
- 마지막으로 힘든? 현수교를 건너, 9시간여 만에, 7시 드디어 산장에 도착하다.
배정된 방(4인실, 오늘은 내가 2층)에 짐을 풀고 다이닝룸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박수와 환호로 반겨준다. 우리를 창 밖으로 계속 지켜보고 있었노라고.....
- 아파도 밥은 먹어야 한다. 서둘러 준비 식사 후, 발목 상태를 보니 종아리 부터 심상치 않다...
지난 일이지만, 도착 부터 열과 통증 완화를 위해 냉찜질(개울물)을 게을리한게 후회되다...
(9/7) 쿵스레덴 (Day-4)
- 아침에 일어나니 동반자의 발 상태에 큰 차도가 없다... 열과 통증은 지속되고...
다행히 산장에 같이 머문 사람 중에 의사(여성)가 있다는 말을 듣고, 물색하여 동반자의 상태를 봐달고 하다.
발목과 종아리 부분까지 여러부분 통증 유무를 살펴 보더니... 발목 부분도 문제지만, 종아리의 큰 2개의 뼈 중에 뒤부분 뼈에 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주다.... 물론 우리 스스로의 결정이 중요하겠지만, 이 상태로 계속 걷는것은 상당한 무리와 위험이 따를것 같다고 하다....
특히 오늘의 코스는 초반 오르막길에 이어 긴 급경사의 내리막을 걸어 내려가야 한다...
내가 먼저 냉정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것 같다... 이만 물러서야 할 때라고....
1년 동안의 준비와 함께 한 부푼 기대와 환희를 뒤로 물리고 눈물을 머금고 중단해야 할거 같다...
"산과 들은 어디 도망가지 않고 언제나 그자리에 있기에......"
동반자는 아쉬움에 연실 눈물을 흘린다...
다른 트레커들은 하나 둘씩 떠난다... 모두들 우리의 상황을 같이 걱정해 주며 눈시울을 적시며 포옹으로 작별을 하다... 그들은 우리의 아쉬움을 너무나도 잘 이해할수 있기에
(다음 목적지인 살카Salka 산장 까지 12km....)
(아무도 없는 식당 안에서 내다본 창밖....)
- 산장 주인에게 헬기를 요청하다.... 연락해 보니 다른 일정이 있어 점심 때나 되어 도착할수 있다 한다...
아침에 산장주인이 어디서 찾았는지 목발을 빌려줬는데.... 헬기 타면서 돌려주려하니 그냥 가져가라고 한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 다시 올 떄 돌려주고 싶다...
2시45분 헬기(소형 5인승) 소리가 멀리서 들리더니 이내 바로 옆에 착륙하다.
아쉬운 이별을 하며... 30분 남짓 니칼루옥타Nikkaluokta 까지 이동하는데, 승무원이 주변을 Guide한다.....
- 아........ 장엄한 광경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다..... 가슴이 먹먹해 진다.....
저 아래 실같이 이어지는 저 길을 우리가 오늘 걷고 있었을텐데..... 오늘의 목적지인 살카산장이 바로 아래 손에 잡힐듯 하다....
걸으면서 보는 풍광과 하늘에서 보는 풍광은 완전히 다르다
(비행 도중 케브네카이제Kebnekeise 산장에 잠시 기착하여...)
비슷하게 생겼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