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봉건(封建)이라 할 때 봉(封)은 ‘토지를 하사하다’란 뜻이랍니다. 그리고 ‘건(建)’은 ‘나라를 세우다’란 뜻인데 즉, 왕(또는 황제)이 일가친척에게 지방의 땅을 나눠주고 그 친인척들이 그곳에서 자기들의 나라를 만들어 살라는 뜻이랍니다. 엥? 이미 나라가 있는데 나라를 또 만들라고요? 독립하란 말인가요? 아닙니다. ‘큰 나라가 있고 그 안에 조그만 나라를 만들어 살라’는 뜻이랍니다. 실제 이렇게 왕에게 지방 부동산을 받고 나간 친인척들을 제후(諸侯)라고 불렀고 그 ‘꼬마 나라’를 제후국(諸侯國)이라고 불렀는데 꼬박꼬박 수도의 왕에게 세금을 바치고 왕이 위험에 처했을 때 지원군만 보내준다면 사실상 내정 간섭을 전혀 받지 않고 독립국 행세를 할 수 있었답니다. 당시 교통도 발달 안 된 데다 왕권도 강력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그 넓은 땅의 왕국을 유지할 수 있던 유일한 방법이 봉건제도였어요. ‘믿을 건 친척밖에 없다’란 생각에서 시작된 이 봉건제도 덕분에 주나라는 무려 790년 동안 유지가 됩니다.
(62-63)
당시 중국도 마찬가지였어요. 춘추전축시대란 헬게이트가 열리자 이 혼란을 해결할 해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사상과 사상자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죠. 그중 원톱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공자(孔子)였어요. 공자는 인(仁)과 예(禮), 즉 ‘어짐과 예절’을 강조했고 묵자(墨子, 밥 묵자, 아닙니다.)란 어르신은 ‘평화’를 강조헸어요. 그리고 노자(老子)란 양반은 “자연으로 돌아가자!”를 외쳤답니다. 하여간 춘추전국시대의 각 나라들은 이런 사상 중 하나를 자기 나라 통치 이념으로 택해서 나라를 다스렸는데요. 지금 중국의 변두리인 산시성에 위치했던 진(秦)나라는 “우리는 ‘인, 예, 자연, 평화’ 따위는 필요 없다! 우리는 법(法)이 최고다!”라면서 법으로 강력하게 나나를 다스렸어요. 결과적으로 그것이 중국을 통일시킨 원동력이 되었고요.
(140)
아시다시피 인도에는 ‘카스트’라고 4개의 신분 제도가 있지요? 수천 년 동안 뿌리를 내려 오늘날까지도 카스트 제도 때문에 벌어지는 신분 제도를 철저히 거부했어요.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란 철칙이 있었지요. 그 말은? 맞습이다. 불교틑 ‘카스트의 나라’ 인도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또 다른 정착지를 찾아 나섰는데 그중 하나가 중국이었어요.
(144)
북조 역사에선 딱 한 인물만 기억하면 돼요. 바로 북쪽을 통일한 선비족의 나라 북위 ’효문제(孝文帝)’란 황제랍니다. 471년에 북경에 북위의 황제가 되는데요. 오랑캐 유목 민족 황제였지만 한족의 ‘오리지널 중국 문화’를 너무나 사랑했던 황제였답니다. 그래서 선비족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한족의 중국 문화를 받아들입니다. 심지어 북위의 수도도 북쪽 선비족의 근거지에서 지금까지 중국 역사의 중심지인 낙양으로 옮겨버려요. 부산 사람이 서울을 너무 좋아해서 부산 사투리도 못 쓰게 하고 동네 이름도 광안리에서 압구정으로 바꿔버리고 아예 부산을 버리고 서울로 이사를 온 격이조.
(162-163)
그때 아버지 이연은? 한가로이 호수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답니다. 이세민은 측근 부하를 이연에게 보내서 이 사실을 알랍니다. 아버지 이연은 깜짝 놀랐지만 할 수 있는 하나도 없었어요. 한순간에 당나라 권력이 이연에서 이세민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습니다. 태자까지 궁 안에서 화살로 죽여버리는 인간이니 아버지라고 봐줄까요? 겁에 질린 이연은 이세민에게 황제의 자리를 물려주고 자기는 스스로 ‘쫓겨납니다.” 사실상 당나라는 애초부터 이연이 세운 나라라기보다 이세민이 세운 나라라고 해야 해요. 형제를 죽이고 또 아버지 이성계를 몰아내고 왕이 된 조선 태종 이방원과 거의 싱크로율 100%랍니다. 이세민은 당나라 태종, 즉 당태종이 됩니다. 앗, 그러고 보니 이방원도 태종이고, 이세민도 태종이네요! 하여간 서기 626년의 일이었습니다.
(206)
금나라가 열심히 남송을 괴롭히고 있을 때 금나라 북쪽 초원 지대에 또 다른 유목 민족이 힘을 키우고 있었어요. 바로 몽골족이었답니다. ‘몽고(蒙古)’란 한자 표기는 중국 한족이 몽골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표현이랍니다. ‘몽(蒙)’은 ‘어리석다’란 뜻이고 ‘고(古)’는 ‘오래되다’란 뜻이에요. 즉, ‘어리석고 구닥다리 민족’이란 뜻으로 중국 한족이 의도적으로 만든 표현입니다. 몽골족은 이 중국식 한자 표현 ‘몽고’를 굉장히 싫어해요. 이제부터라도 ‘몽골’이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요?
(224)
그러나 ‘이렇게 굶어 죽는 건 다 몽골족 때문이다’란 생각에 당시 한창 송나라 부활 운동을 벌이던 홍건적에 합류를 해요. 그의 나이 25살 때였습니다. 그리고 이름을 바꿔요. ‘주원장(朱元璋)’으로요. 주(朱)는 주살(誅殺)하다, 즉 ‘죽여 없애다’의 ‘주(誅)’와 발음이 같죠. 그리고 원(元)은 당연히 원나라를 뜻했어요. 마지막으로 장(璋)은 ‘인재’라는 뜻이거든요. 즉, ‘원나라를 죽여 없애는 인재’란 뜻입니다. 얼마나 원나라에 대한 증오가 끓었는지 짐작할 수 있지요.
(233-234)
유럽이 대항해의 시대를 시작해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 1492년이니까 거의 100년 전에 중국은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는 건데 왜 중국은 유럽과 달리 세계 제패를 못했을까요? 항해의 목적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스페인과 같은 유럽 국가들은 식민지 건설 또는 무역이 항해의 목적이었던 반면에 명나라의 항해는 “우리 중국 짱이지! 무릎 꿇어!”라는 힘의 과시가 목적이었어요. 그래서 “우리 힘이 이 정도야!”란 것을 보여준 후 더 이상 항해를 하지 않았어요. 전 세계에 그냥 ‘힘 과시용 순회공연’ 한 번 한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