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라 늑장을 부리는데 성훈이 전화했다.
지붕 고양이 드나드는 문과 빗물 막는 공사를 한다고 비용청구서를 보내겠다고 한다.
난 하자보수라 생각했는데 비용이 청구되니 머리가 무겁다.
바보도 이리저리 알아보라며 청구내용에 대해 불만이 가득하다.
오후 4시에 동네 사람들과 그의 악기전시회가 열리는 율포 녹차탕으로 가기로 한 마음이 싹 없어진다.
겨우겨우 나 혼자 나서려다가 바보에게 보성사람들은 당신이 더 많이 아니 가자고 한다.
바보나 나나 말이 없다.
매제와 순주의 트럭 두대에 10명이 전시장에 도착한다.
사람이 없다. 그의 거족인지 한둘 보이고 나머지는 우리 뿐이다.
목욕하고 나오던 가족 몇이 들여다 본다.
가야금을 앞에 둔 여성 하나가 줄을 고르자 성훈이가 가야금 토크쇼를 하겠다고 한다.
가야금 악기의 변천사를 이야기하면서 설명과 연주를 하는데 난 흥이 나질 않는다.
그의 의도가 있겠지 하지만 이런 형태의 전시회 개막행사는 처음 본다.
바보에게 괜히 미안해 문화원이나 군청 관계자 악기협회 관계자 축사하나 없다고 한다.
바보는 아무말 말라고 한다.
선아에게 빌린 10만원 봉투를 섞어 전해 준다.
장어탕 집에 걸어가 탕을 먹는다.
성훈이가 소주 한병을 시켜준다.
선아가 한병 더 갖다준다. 술 마실 기분도 아니지만 술을 마시니 조금 입이 열린다.
술이 힘이 묘얗다.
밥을 먹다가 어느 대학 교수로 퇴직했다는 이와 교장으로 퇴직했다는 날 소개한다.
지나고 보니 그의 전시회를 축하한다는 건배라도 제안해 주는 것이 나잇값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