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원산악회 순천만 습지와 국제정원 박람회 견학
2023년 9월 2일(토) 비, 맑음
김홍주 서정복 조종구 김영일 한선희 윤태진 오창식 원달연 외 34명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다.
전라남도 남해안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에 있는 순천만은 예향의 땅을 누비는 호남정맥 산줄기의 지맥이 침강하여 이루어진 만이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순천만 습지는 천연자원이 그대로 보전되어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오늘 산행을 개최한 교원산악회는 학교 교사를 주축으로 1990년에 창립된 전통 있는 산악회다. 산악회 리더이신 김홍주 큰 선생님은 91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산을 안내하는 원로산악인이다. 텔레비전을 비롯한 신문 방송에서 올바른 산행문화 확립을 위해 진력하여 왔다. 또한, 조망의 즐거움을 비롯한 10여 권의 등산책을 저술했다. 오늘 산행에 참여한 서정복 회장님은 1대 대전광역시 등산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베테랑 산꾼이다. 전국 대부분 산을 답사했고 81세의 고령이지만 지금도 반드시 고스락(정상)을 밟는다. 내가 2005년에 대전 등산연합회 사무국장으로 재직할 때 모신 분이다.
교원산악회는 그 외에도 회원 대부분이 평생을 2세 교육에 헌신하신 전직 교사로 이루어져 품격 높은 산악회다. 교장 선생님을 역임한 회원이 19명이 되고 사회적으로 덕망이 높은 분들로 언제나 정원인 44명을 채운다. 황혼의 인생을 아주 아름답고 멋지게 살고 계신 분들의 단체가 교원산악회라고 확신한다.
순천만 습지 주차장서 트레킹을 시작한다(11:15). 이곳부터 전망 좋은 용산전망대까지는 2.5Km쯤 돼 1시간쯤 소요된다. 제1코스인 람사르 길로 나아가 생태체험선 선착장에 이른다. 선착장에선 배를 타고 순천만 습지를 조금 더 가까이서 감상하며 즐길 수가 있다. 곧이어 무진교로 순천만을 건너 갈대숲 탐방로 오른쪽 길로 진행한다.
순천만 습지 갈대 군락지는 국내 최대 규모인데 빈틈없이 빼곡하게 갈대밭을 이루고 있어 빼어난 자태를 자랑한다. 사람 키만큼 자라는 갈대가 한창 자라는 중이지만 초록빛 물결로 싱그러움이 가득한 느낌이다. 길은 데크로 잘 시설돼 있고 중간중간에 쉼터를 만들어 쉬어갈 수 있게 했다. 쉼터에 앉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관찰하며 명상도 하고 환희의 마음을 가질 수가 있다.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길로 용산전망대를 향해 길을 재촉한다. 산악회 책임자이신 김홍주 큰 선생님이 1시간 30분이란 짧은 시간을 줘 발걸음은 빨라진다. 얼마 후 산기슭에 있는 출렁다리를 건너 잰걸음으로 산에 올라간다. 데크로 이루어진 산길은 왼쪽 사면으로 휘며 산을 돌아간다. 산길은 유순해 진행이 쉽고 아주 평온하고 단아한 느낌이다.
전망 데크
곧이어 명상의 길과, 다리 아픈 길이 나타나 야자 매트가 깔린 명상의 길로 진행한다. 비는 조금씩 내리고 있지만 절로 사색할 수 있게 하는 아름다운 길이다. 자신을 성찰하며 걸어가 명상의 길과, 다리 아픈 길이 합류하는 곳에 이르러 이젠 능선을 타고 기분 좋게 나아간다. 군데군데 전망데크가 있어 아름다운 순천만 습지를 내려다볼 수가 있어 좋았다. 이젠 마사토 길이 나타난다. 마사토 길은 미끄러운데 이 길은 미끄럽지 않고 주변 나무와 어우러져 운치 있는 멋진 길이었다.
잘록이(안부) 위에 놓인 갯바람 다리와 솔바람출렁다리를 거쳐 데크 길과 야자 매트 길로 용산전망대 230m라고 쓰여 있는 곳을 지난다(11:43). 곧이어 약간의 내리막길로 내려서다가 완만한 오르막길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용산전망대에 올라선다(11:45).
고스락(정상)에서는 순천만 습지가 한눈에 훤히 내려다보인다. 참으로 평화롭고 정겨운 풍경이라 환희심이 일어난다. 용산전망대는 2층으로 되어 있는데 아래층에서는 철새와 갯벌에 관한 표지판이 걸려 있고 망원경이 설치돼 있어 순천만 습지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가 있다.
2021년에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갯벌은 숲보다 50배 빠르게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수많은 미생물과 조개, 게 등의 서식지로 도시의 오염원을 가장 먼저 받아들여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 이곳에선 시베리아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날아온 철새들의 화려한 군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다양한 해양생태 경관을 뽐내는 순천만 습지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경승지이다. 잘 관리하고 보존하여 후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줘야 할 것이다.
오후에 순천만 국제정원 박람회장으로 이동한다. 동문 주차장에 주차하고 무료입장한다(13:10). 바로 확 트이는 이국적인 풍경에 마음과 눈이 놀란다. 인공적으로 건설한 곳이지만 자연과 조화를 이뤄 잘 시설한 느낌이다. 워낙 넓은 곳이라 어떻게 진행할까를 생각하다가 오른쪽으로 나아가 호수 위를 걷는 몽환적인 데크 길로 고분처럼 조성한 봉화 언덕에 올라간다.
나에겐 직진해서 오른다고 해도 전혀 어려울 것이 없지만 길은 원을 그리듯이 빙빙 돌아 완만하게 오를 수 있게 만들었다. 고스락(정상)에서 주변 풍경을 감상한다. 한 눈으로 정원의 그림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본다. 아주 시원하고 청아하고 신비한 풍광이라 기분이 좋아진다. 봉화 언덕에서 내려와 인공적으로 만든 개울 길을 따라 진행한다. 해변처럼 하얀 모래로 만들어졌고 의자에 앉아 발을 담글 수 있게 한 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어 세계 각국의 정원을 감상한다. 먼저 영국 정원을 둘러본다. 정원 입구에는 찰스 3세 국왕 부부의 등신대가 세워져 있어 찰스 3세 국왕 정원으로 불린다. 일본 정원에선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다. 일본 정원은 돌이나 자갈 등을 이용하여 아기자기하고 섬세하게 조성한 것이 돋보인다. 태국 정원은 화려하고 잘 정돈돼 깨끗한 느낌을 준다. 궁전을 연상케 하는 스페인 정원도 관찰한다.
이젠 시원하게 뚫린 메타세쿼이아 길로 진행하여 미국 정원을 감상한다. 자유의 여신상과 S자형 꽃길이 눈길을 끈다. 풍차를 살려서 예쁘게 조성한 네덜란드 정원도 볼만하다.
국제정원 박람회는 온종일 보아도 모자랄 것 같았다. 오후 4시까지 주차된 곳으로 돌아와야 하므로 술로 목을 축이기 위해 친동생인 원달연 대원과 함께 2시 50분쯤 박람회장을 나왔지만, 주변을 살펴도 음주할 곳은 없었다. 어쩔 수 없어 멀리 보이는 아파트를 향해 15분쯤 걸어가 중국음식점서 탕수육과 자장면을 안주로 소주 2병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독서와 똑같은 정원 길을 걸으면 절로 힐링이 된다.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고 한다. 새로운 곳으로 일상을 잠시 떠나서, 새로운 공간 안에서 사회적으로 부여된 자신의 위치나 모습을 잠시 잊고, 새로운 생각과 경험을 하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고 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