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말러 7번 공연후기 - 밤의 혼돈이 아닌 대우주 교향곡
츠베덴의 말러는 대우주 교향곡이었습니다 !!!!
말러 7번이 츠베덴의 손에서 더이상 밤의 노래도 아니었고
현란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교향곡도 아니었습니다
츠베덴이 구현해 낸 말러는 대우주 속에 자리한
인간 삼라만상이 오롯이 들어있는
대우주 교향곡이었습니다
공연을 가기전에 오늘 말러 7번 1악장 테너호른이 잘 시작해 줄 지 걱정과 궁금함을 동시에 느끼며
공연장에 들어섰습니다
오늘 제 자리는 롯데콘서트홀 1층 C구역 정중앙, 정말 무대중앙이 바로 일직선 상태가 되는 자리였고 츠베덴이 등장하니 정말 그와 마주보고 있는 느낌이어서 좋은 기분으로 공연을 기다리는데
정말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위용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말러 7번을 준비하는 서울시향의 자세가 보인달까요
실은 오늘 리허설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시간이 안되어 못 간 것이 후회가 됩니다 리허설도 무척 좋았다 해요
말러 교향곡 7번 1악장의 시작을 알리는 테너호른의 소리가 공중에 퍼집니다
아 되었다~ 라는 생각이 드는 안정된 소리~
그리고 일제히 달겨드는 현악부의 힘있고 매끈한 소리 위로 관악부가 한파트씩 제몫을 다하며 일제히 울리는 소리는 마치 테너 호른이 세상의 태동이 알리자 삼라만상 모든 만물이 나 여기있어~ 하고 자기존재를 알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1악장은 내내 세상 곳곳에 산재되어있는 다양한 인간군상, 만물의 근원인 자연의 이치를 다 드러내 주는 듯 때론 일사불란하게, 때론 경쟁하듯 으르렁대는 그야말로로 관현악의 절정의 대비가 고스란히 관객에게 강타된 악장이었습니다
간간히 아름다운 현악부가 뽑아내는 주제선율은 1악장부터 마지막 5악장까지 일관된 정서를 전달해 줍니다
바로 생명의 숭고함, 그리고 삶의 의지입니다
말러 교향곡 7번은 제일 먼저 2악장과 4악장을 썼고 나중에 1, 3, 5 악장을 쓴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바로 2악장과 4악장의 '밤의 노래' 라는 표제는
램브란트의 <야경>이라는 그림을 보고 말러가 착안한 것이라고들 합니다만
제가 오늘 들은 2, 4악장은 밤의 노래이기보다는 너무나 밝고 명료한 생명에의 의지와 희망이었습니다
램브란트 <야경>
원래 이 그림은 밤 풍경이 아니라 낮 풍경을 그린 것이으로 '야경'이라는 제목은 100년이나 지나서 군대나 경찰이 야간 순찰을 하던 18세기에 전체적으로 어둡고 검은 그림을 보고 추측하여 붙인 것인데 원래 그림은 현재처럼 어두운 그림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램브란트가 그린 그림이 세월이 지나면서 변색되어 검게 되었다는데요
그림 속을 가만히 보면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표정으로 뭔가 모의하는 듯도 하고 뭔가 숨기려는 듯도 하지만 어떤 행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 그러니까 세상에 자신을 알리기 전 어수선한 자아를 수습해야 되고 행동을 결정해야되고 그리고도 다시 한번 자신의 위치를 확인도 해야되고 등등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 전의 모습같기도 하고 아직은 전열이 가다듬어지지 않은 무리의 집합같기도 한데 말러는 어떤 세상을 그리고자 7번 교향곡을 쓴 것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2악장은 그저 밤의 노래가 아니라 1악장에서 온 우주에 흩어져있는 만물이 존재를 드러낸 후에 그들이 본 세상이 너무 버겁고 힘든 느낌을 호른을 시작으로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까지 차례로 한마디씩 거들다가 현악부와 관악부가 서로 주고받으며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의로해 주는 듯 아름답게 감싸줍니다
그러나 결코 어둡고 힘들어 슬프고 불안한 2악장이 아니라 서로서로 공감해 가면서 살 길을 찾아보려는 노력의 의지가 보이는 2악장이었습니다
3악장은 본격적으로 삶으로 나갈 의지를 피력하는 듯 팀파니가 두둥 포문을 열면서 앞으로 나가자고 청합니다
첼로와 베이스가 아래서 받쳐주고 앞에서 고음현이 리드믹하고 탄력적인 선율로 끌어주고 사방에서 목관과 금관이 합세하니 이제 무서울 것이 없어 보입니다
4악장은 세상에 나와보니 너무 아름다운 세상의 자태에 놀라버린 미물들이 감상에 젖은 듯
더없이 아름다운 악장님 바이올린 솔로가 휘몰아쳐주면 만돌린과 기타가 대답합니다 맞다고 여기 너무 아름답다고....
오늘 객원 악장의 바이올린은 1악장 부터 역동적이다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4악장에 오니 생명력 가득한 탄력적인 소리가 귀에 각인이 됩니다 전체의 소리를 이 단 한대의 바이올린이 한번에 휘감아 끌어가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이제 마지막 5악장이 되니 우주 만물이 다 세상 밖으로 나와서 소리칩니다
바로 여기라고, 여기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작은 풀꽃도 큰 바위도 강한 인간도 약한 동물도 모두 우리는 이 우주에 존재할 자격이 있노라고 울부짖는 듯 합니다 다같이 울부짖다가 일시에 정지하는 듯한 클로징 또한 생명에 대한 의지로의 결말이 긍정적으로 실현된 듯 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일시에 가로막혀 절멸의 선고를 당한 듯 양가적 해석이 가능한 참으로 말러같은 느낌의 결말이어서 더 좋았습니다 너무 뻔하게 확실한 기승전결일리가 없으니까요 말러는
츠베덴이 박자를 요리하고 강약을 놓았다 쥐었다 하는 그 탄력이 너무 좋았습니다
또 다른 말러 7번을 들은 것 같은 이유는 츠베덴의 말러 해석은 결단코 복잡하지도 난해하지도 않은 확고한 생명의 의지를 보여준다 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들었던 말러 7번과 또 다른 새로운 말러 7번이 전 대단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첫댓글 후기가 공연장에 있는 듯한 리얼함을 보여줍니다
생생한 후기 읽으니 오늘도 가고 싶네요
부라보아저씨의 부라보가 거의 울부짖는 듯한 감동의 목소리였어요
브라보 아저씨의 절규도 들리지 않을만큼 제 감동에 취해서 그분도 용서가 되었습니다 ㅎㅎ
오늘도 잘 하시겠죠~ 오늘은 예당 정명훈 말러 2번에 몰리실 것 같기도 하지만
한번 더 듣고싶은 공연이었습니다 ㅎㅎ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는 만큼 들릴텐데.. 막귀라 듣긴 들어도 잘 몰라 해설자가 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이리 감상평을 올려주시니 정말 좋네요^^ 다양한 악기 보는 재미, 온 몸으로 지휘하시는 지휘자님의 열정에 감흥이 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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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부르크너 같은 작곡가의 교향곡은 실연으로 들어야 좀 그래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연주하는 단체와 지휘자에 따라서 감상의 질은 매우 다르지만요
츠베덴의 말러 7번이 생각보다 무척 좋았어서 7번 교향곡 관람 중에서는 손에 꼽힐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