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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철학의 우주론과 우주시
김세영(시인)
최근 우주적 소재와 우주적 시각과 인식으로 시를 쓰는 작업을 하는 중에, 기철학적 우주관이. 현대 천체물리학적 우주이론과 근본적 개념이 일치한다는 점에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이를 요약해서 말하면, 기철학氣哲學에서는 우주의 근원적 요소를 기氣라고 하는데, 현대 물리학에서는 이를 쿼크(quark)라고 표현하는 점과, 우주의 생성에서도 기철학에서 말하는 태허太虛와 태극太極에서의 기의 응축과 양고음취陽鼓陰聚와 현대 우주과학에서의 말하는 빅뱅설(Big-Bang)이 일치한다는 점에 있어서 동서의 두 이론은 우주에 대한 핵심적 관점이 같다고 할 수 있다.
기철학과 우주론
우주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공간과 시간의 총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우주만물의 궁극적 실체, 근원적 요소를 기철학에서는 기氣라고 명명하고 핵심 개념(key word)으로 삼고 있다. 기철학은, 모든 삼라만상 현상세계가 기의 운동과 작용에 의해 이루진다는 철학이다. 기는 물질의 궁극적인 최소 질량단위이면서 에너지 단위라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모든 존재 현상은 기가 모이고 흩어지는데 따라 생겨나고 사라진다고 본다. 또한 기의 운동 법칙성 내지 내재적. 속성을 리理라고 부른다. 그래서 기는 입자적 속성뿐만 아니라 운동성 및 파동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기파氣波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시에서도 기파라는 용어를 시어로 사용하고 있다. 기철학에서 기氣가 양陽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과 음陰의 성질을 가지고 것으로 분화된다고 하는데, 이것은 현대 물리학에서 소립자素粒子를 양의 전하를 가지고 있는 것(양성자)과 음의 전하를 가지고 있는 것(전자)으로 나누는 것과 일치하는 이론이다. 우주본체의 운동을 음양의 오행(木火土金水)법칙에 따른 파동적, 주기적 운동성(율려律呂)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주가 생성되기 전 기가 무한히 흩어져있는 상태를 태허라고 본다 서양철학에서 케이오스(chaos)라고 부르는 상태이다 우주의 기저바탕 (back ground)이리고 할 수있다. 기가 서서히 모여들어서 기가 응결된 상태 아직 양과 음이 분화되지 않은 상태를 태극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우주생성의 본체(core)이다. 이것이 극한으로 응축된 상태인. 우주알( cosmic egg)이 대폭발한 것이 빅뱅이다. 기가 팽창하면서. 일부 기가 응결되면서 우주가 생성되었다고 본다. 이상황을 서경덕은 原理氣에서 양고음취陽鼓陰聚라고 표현하였다. 즉 북을 치듯이 쿵 소리를 내며 터져나가고, 한편으로는 다시 기가 모여 응결되어 만물(별)이 생성되었다는 표현이다. 이러한 팽창의 종국에는 다시 태허의 상태로 돌아간다고 본다. 이처럼 태허와 태극의 순환이 바로 우주의 순환이다.
대표적 기철학자로는 중국의 장재張載, 주희朱熹 그리고 한국의 서경덕徐敬德, 이황李滉(퇴계), 이이李珥(율곡), 임성주任聖周, 최한기崔漢綺 등을 들 수 있다.
장재는 북송 때의. 사상가이다. 태허즉기론太虛卽氣論을 주장했다. 기가 집합해서 만물이 생기고 기가 흩어지면 종국에는. 태허가 된다고 하였다
주희는 송대의 사상가로 이본기말론理本氣末論을 주장한 이기이원론자論理氣二元論者이다. 리는 우주의 본체이고 형이상학적 근본이라고 하였고, 기는 우주의 형이하학적 작용이며, 만물의 물질과 기능으로서의 기본요소가 된다고 하였다.
서경덕은 조선 초의. 기철학자로서 태허론을 주장했다. 태허는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 아니라 기로 가득한 거대한 공간이라고 하였다. 관념적인 틀을 벗어나서 실체적 우주에 대한 인식을 가졌다.
이황은 조선조 주자학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학자이다 사물은 반드시 그렇게. 되는 까닭이 있으며 바로 그렇게 되어야하는 법칙이 있는데. 그것이 리(理)이라고 하였다.
이이는 천인감응설天人感應設을 주장하여. 자연과 인간 사이에 있는 기의 동질성에 근거하여 자연과 인간을 통일적으로 파악하려고 하였다
임성주는 기일원론자로서 리가 기와 별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즉 리는 기의 내재적 성질이라고 하였다
최한기는 초선후기의 기철학자로서, 현대물리학과 많은 부분 공조하는 기철학론을 주장하였으며, 현대자연과학과 가장 부합되는 우주관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은 인간의 인식 바깥에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하였다. 자연의 이치라는 뜻으로 물리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으며, 자연이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기가 응결하여 형질이 되고 형질이 흩어지면 다시 기가 된다고 하였다.
현대물리학의 우추론
우주에는 약 1000억 개의 은하가 존재하며, 태양계가 있는 ‘우리 은하’는 그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 은하’에는 약 2000억 개의 항성이 있고 그 중에서도 태양과 같은 별은 약 1000억 개가 된다고 한다. 우리 은하의 지름은 약 10만 광년(약 95X1016Km) 이고, 높이는 약 1.5만 광년이 된다. 중심에서 약 3만 광년 떨어진 곳에 지구가 소속한 태양계가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우주 생성의 기장 유력한 이론인 빅뱅우주론에 의하면, 약 138억 년 전 초고온, 초고밀도의 한 점에서 빅뱅이 일어나 우주가 탄생했으며 지금까지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다. 우주의 생성의 시작점을 밀도가 무한대이고 부피가 0인 영역인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한다. 기철학에서의 태극太極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이 시간도 공간도 없는 상태에서 반지름이 10-33cm인 초극미 우주(우주알)가 탄생하였다고 한다. 이 시작에서부터 초팽창(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이어서 대폭발(big bang)이 일어나서 헌재까지 우주가 계속 팽창 중에 있다고 본다. 우주가 팽창하여 온도가 낮아지면서 점차 무거운 입자가 생성되었다고 한다. 우주초기에 수소와 헬륨이 생성되고 이들 원소를 재료로 해서 수억 년(4억~7억 년) 후 은하와 별이 탄생하였다.
빅뱅후 약 38만 년 후 우주의 온도가 3000K로 낮아졌을 때 원자가 생성되면서 빛이 직진할 수 있게 되고 우주가 비로소 투명해 졌다. 원자 생성 이전의 우주는 전자가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며 빛과 충돌하여 빛이 직진하지 못해서 우주가 불투명하였다.
모든 물질은 1억분의 1cm 크기의 원자의 조합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 이 원자는 5조분의 1cm 정도의 극히 작은 입자로 구성되고 있는데, 이 작은 입자는 기본적으로는 전자, 양자, 중성자 3종류가 있으며, 소립자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양자와 중성자를 연결시키는 중간자, 중성자의 붕괴로 생겨나는 뉴트리노(중성미자) 등 새로운 소립자가 계속 확인되고 있으며, 그 수는 현재 약 300개가 넘는다고 한다.
1960년대에 실험에서 관측되는 숫자가 점점 증가하는 원자구성입자들을 설명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론물리학자들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더 작은 물질의 단위로 이루어져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게 되었다. 1961년 미국의 머리 겔 만과 이스라엘의 유발 네만의 두 물리학자는 강력으로 결합한 입자들을 구조 성분으로 설명하는 입자분류구조를 제안했다. 1964년 겔 만은 그러한 구조의 물리적 기초로 쿼크 개념을 도입했다. 쿼크들이 결합하여. 양성자와 중성자가. 생기게 된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하여 중수소의 원자핵과 헬륨의 원자핵이 생기게 된다. 이 수소와 헬륨의 원자핵에 전자가 결합하여. 원자가 생긴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원자핵을 이루는 것과 같이 양성자와 중성자 그 자체는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양성자와 중성자 외에 다른 중입자들도 핵의 구성성분을 결합하는 힘인 강력에 의해서 상호작용하는 모든 입자처럼 쿼크로 설명한다. 현재 받아들여지는 이론에 의하면 쿼크는 질량을 가지고 있으며 각 운동량의 양자역학적 기본단위의 1/2 스핀(입자의 축 주위의 회전에 해당하는 본질적인 각운동량)을 갖는다. 쿼크는 궁극적인 기본입자로 보인다. 쿼크는 내부 구조가 없는, 즉 더 작은 그 무엇으로 분리될 수 없는 입자이다.
동양의 기철학에서 말하는 우주론과 본질적으로 일치하는 현대 이론물리학에 의하면, 물질의 최소단위인 쿼크는 입자와 파동의 성상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입자의 질량과 그 에너지는 등가적이라고 한다. 이 쿼크(quark)가 기철학에서 말하는 기氣에 해당한다고 본다.
우주시
이러한 기철학적 우주론의 개념과 시세계적 상상력으로, 우주적 소재와 현세계의 사물을 융합적으로 느끼고 사유해서, 최근 여러 편의 시를 써서 발표했다, 「사막의 기상도」 「너」, 「첨성」, 「풍장」, 「바오밥 채널」, 「뭉치」, 「어둠의 결」, 「입적」 등이 있다. 기철학적 우주론적 인식을 시에 적용한 간단한 해설적 시작노트와 함께 소개해 본다.
1>
잠자는 물성들의 기표氣標가/ 마디마디, 깨어나/ 사구위에 층층이 돋아 오른다//
그 탑의 꼭지에서/ 기파(氣波)의 춤사위가/ 신기루를 이룬다//
경직된 몸틀이 다시 꿈틀거리고/ 토막토막, 몸마디들이 일어난다/
정수리 위, 떠도는 / 혼령의 기파가 안테나처럼/칭칭, 가시에 감긴다
-시 「사막의 기상도」 부분
불질의 기파 즉 에너지파 특히 유기체의 기파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생명체로서 형상화하여 물성의 기표氣標로서 존재성을 드러낸다. 이 기표 속에 원초적 생존의지가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끈질긴 생명력의 상징인 사막의 선인장을 메타포어로 사용해서 생명력을 시적으로 형상화해 보려고 하였다.
2>
한 덩이 몸빛으로 /수천 광년을 달려오다 /마지막 기층의 틈 속에서
무거운 몸은 태워버리고 / 날카로운 빛도 마모되어, 이제 /대나무 속청의 떨림 같은
기파氣波로, 어둠 속 하늘거미집 같은 /둥지를, 내 울림통 속에 짓지 않을래?
-시 「너」 부분
한 영혼과 한 영혼이 만나다는 겻은 수천 광년 떨어진 시공간을 달려온 두 별이 만난다는 실로 기적 같은 조우인 것이다. 육신의 것은 다 태워버리고 영성의 기파로 가슴 속 울림통 속에 허공 속 의미를 낚는 거미집 같은 둥지를 짓고 싶다는 바램을 표현했다. 그 속에서 공명의 울림을 함께 느끼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을 담았다.
3>
어떤 혼의 기파여,/같은 주기로 공명은 하지 못 할자라도
그대 파동의 그늘 한 자락으로 /월식이 스치듯 잠시나마
기진한 심장의 봉분을 덮어다오
-시 「첨성 瞻星」 부분
첨성대는 신라시대의 별을 관찰하는 곳이다. 사럄 몸 또한 하나의 첨성대라고 할 수 있다. 완벽한 공명의 주파수를 가진 한 영혼을 만난다는 것은 억년을 기다린들 불가능할 것이다. 공명의 그늘 한 자락이라도 있으면 외로움에 지친 심장을 잠시 동안의 월식으로라도 감싸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4>
꿈결, 앙상한 가지돌기 사이로, 빠져나가/ 흰 구름 위로 날아갈 것이다//
탈육한 흰나비 떼들, / 바람의 결을 타고
어디, 아득한 허공 저편 / 별들의 굴속에 홀씨로 묻히려나.
-시 「풍장」 부분
우리의 육신은 영혼의 일시적 거처인 것이다. 그래서 육신의 생이 끝나면 의식의 가지돌기에 접속되어 있던 혼령 즉 탈육한 흰나비 떼는 별들의 굴속 즉 블랙홀 속으로 귀속한다는 상상적 믿음을 가져본다.
5>
극동의 아파트 옥상에 바오밥 안테나를 세우고/ 별빛의 집광으로 밤마다 충전해서
가지돌기 수용체의 고리를 풀고 귀천하는 / 기체덩이가 공명의 주파수를 감지한다//
라이트 세일*하는 기류 속에서 /시공의 숨결을 되짚어가는 흰 연어처럼
영성의 발원지, 그 별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시 「바오밥 채널」 부분
우듬지 천문泉門의 시냅시스*에서 /유니버설 조인트로 연결된 시공의 궤도 위로
새로 충전한 기파氣波 뭉치가 솟아 올라가고 있다//
언젠가 본 UFO처럼 아득한 창공으로 날아가고 있다/ 푸른 공으로 빛나는 곳,
축구놀이 기억이 그리워지면 / 언젠가는 낯익은 UFO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척추 뼈로 풀밭이 거칠어 갈수록/새벽 산책길의 별자리는 더 총총 아름다워졌다.
-시 「뭉치」 부분
땅붙이의 존재로서 육신의 개체로 태어나지만 뇌세포의 수용체 돌기, 시냅시스에 공명의 주파수를 가진 혼령이 결합이 되면서 영적 존재로서도 한 생을 지낼 수 있게 된다. 육신의 생이 다하면 모천의 숨결을 되짚어가는 흰 연어처럼 영성靈性의 발원지인 영성 세계의 그 별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상상한다. 이러한 종교적 귀소의 믿음은 이승에서의 삶에 긍정적 위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6>
공중으로 증발하는 한 뭉치의 파동을 어둠의 결이 감싸서 모아준다/
빛의 바늘로 깁지 않은 천의무봉의 검은 천이다 /
그 천의 결을 따라 분별의 마디 없는 델타파가 흐른다
태초의 어둠 속을 운행하던 율려의 기파이다//
예리한 바람이 회를 뜨듯 살점을 베어내면 /살속의 신경 수상돌기가 마른 씨털처럼
기파의 율동을 따라 날아오른다
-시 「어둠의 결」 부분
존재의 형태의 개별성을 중요시 하지 않는 어둠과 밤은 혼령의 시간이다. 한밤의 하늘공간은 명상의 뇌파나 깊은 수면 뇌파인 델타파와 유사할 것으로 추정하는 우주공간의 율려 기파가 흐르는 천의무봉의 천과 같을 것이 라고 이미지화 해본다. 탈육한 혼령의 존재로서 기파의 흐름으로 우주공간을 소유해 본다.
7>
한 조각의 공간이 어둠 속에 닫히고/
한 토막의 시간이 고요 속에 묻히고 있다//
마지막 /한 가락 파동이 /한 가닥 빛살이/
블랙다이아몬드 같은 진공의 알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시 「입적」 부분
일정 공간과 일정 시간의 집합체로서의 한 존재의 소멸을 형상화 해 보았다. 형상 조각들은 빛에너지를 방사하지 않아 어둠 속에 묻히고, 시간 단위로 매듭지어진 기억들은 토막토막 끊어져 적막 속에 묻힌다. 이 모든 우주 폐기물들은 블랙홀이라는 초고압축의 진공의 알속으로 매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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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2007년 「미네르바」 등단. 시집: 『하늘거미집』 외
계간 『포에트리 슬램』 편집인, 한국의사시인회 고문,
제 9회 미네르바 작품상, 제 14회 한국문협 작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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