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무예청 연무의식을 위한 변명 (신성대)

놀이문화(축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자.   하층문화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 축제문화   고려 시대의 연등회, 팔관회 등 조선 전기까지만 해도 우리의 축제 문화는 상하의 구분이 없는 모두의 놀이였다. 그러다가 조선 후기로 들어서면서 양반문화와 평민문화가 극렬하게 대비되면서 그들의 놀이문화 역시 그 간극이 더욱 확연하게 구분되어갔다. 조선 후기, 조정은 양반들의 권력다툼으로 파쟁을 그칠 날이 없었고, 백성들은 점점 살기 힘들어지면서 전국 각지에 유랑민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떠돌이 예인집단인 남사당패, 걸립패 등이 생겨나 민초들의 한을 달래주고 양반들의 행태를 조롱하는 각종 연희나 소리가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이후 나라를 잃고 식민지배를 거치고, 다시 군사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풍물놀이 판소리 등 소위 민속놀이나 축제들이 정권에 항의하는, 민초들의 한을 표출시키는 도구로 이용되면서 본래의 순수한 의미를 잃어가게 되었다. 민주화가 된지 오래인 지금도 우리의 놀이문화는 어김없이 데모, 시위 등등 모든 갈등 현장의 전위에 서서 민중들을 선동하고 있다.   관 주도의 어설픈 장터문화, 한국의 축제   그런가 하면 관 주도의 축제는 언제나 특색 없이 비슷비슷한 장터문화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축제 혹은 행사가 강요되고 중복되거나 일회성이어서 생산적이지 못하고 터무니없이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 그저 왁자지껄 꽹과리 두들기고, 먹고놀자판이어서 굳이 문화적이란 말을 붙이기에도 민망할 지경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놀이문화   이미 세계적으로도 한국은 위협적이고 파괴적인 집회문화로 소문나 있다. 전통적인 연희들이 민주화 운동, 노사투쟁, 붉은 악마, 촛불시위 등 반체제적인 집회문화에 휩쓸려 들어가면서 그 순수성은 물론 예술로서의 승화 발전의 가능성마저 상실해가고 있다. 본디 공동체의 화합을 목적으로 하는 놀이문화는 찾아보기 어렵고, 모두가 함께 즐기기보다 오히려 계층 간의 갈등 구조를 심화시키는 쪽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이젠 우리의 경제적 문화적 수준을 좀 더 높여야 한다. 우리의 축제문화가 구습을 청산하고 중간층을 위한, 화합을 위한 진정한 놀이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놀이문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체계를 전환해야 한다.   광화문 광장을 어떻게 가꾸어 나갈 것인가?   광화문 광장은 경복궁과 대통령관저인 청와대의 정문 앞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모든 행사는 대한민국의 품격을 가늠하게 된다. 게다가 광화문 광장에는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의 동상이 버티고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 펼쳐지는 축제 혹은 놀이는 그에 어울리는 품격을 갖춘 것이 되어야 함은 말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당연히 하층의 놀이보다는 상위의 놀이 혹은 행사가 행해지는 곳이어야 한다. 시청 앞 광장은 당연히 시민의 것이어야 하지만 적어도 광화문광장만은 국가, 혹은 국가 최고기관을 상징하는 권위와 위상을 가진 놀이가 펼쳐져야 할 것이다. 이곳은 백성들의 공간이 아니다. 역사와 대한민국의 정체성, 국가기관의 위엄을 느끼는 장소여야 한다. 어설픈 하급의 축제나 놀이, 행사를 할 바에야 그냥 비워두는 것이 오히려 더 여유와 위용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경복궁, 광화문에는 어떤 행사가 어울리나?   현재 경복궁에서는 ‘수문장 교대의식’이 상설로 행해지고 있고, 궁궐 내에서는 간혹 ‘왕세자 책봉식’ 등등 과거 왕실의 행사가 일회성으로 재현되고 있다. 하지만 수문장 교대의식은 그 역사적 근거가 희박한 것을 억지로 만들어서 그런지 복식만 전통적이지 그 형태는 누가 봐도 영국의 왕실근위병 교대식을 본떠 급조한 것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어색하기만 하다. 그 내용 또한 지루하게 정적이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별다른 정취를 느끼지 못하게 하고 있다. 역시 궁궐 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일회성 행사들은 과거의 그것이 과연 문헌대로 재현되는지 확인하는 학구적인 호기심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그들만의 행사로 끝난다. 때문에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이런 행사에 쉽게 동화되지 못하고, 곧장 발걸음을 옮기고 만다. 경복궁과 광화문에서 행할 수 있는 행사로는 당연히 과거 왕실의 행사나 놀이문화 밖에는 없을 것이다. 몇 년 전 <왕의 남자>라는 영화에서 궁궐 내에서 온갖 저자거리 놀이들이 펼쳐지긴 했지만, 이는 물론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유랑예인 집단들은 조선시대에는 도성 안으로 발도 들여놓지 못했었다. 실제 근자에 들어 궁궐 내에서 음악회, 전통연희를 소재로 한 축제들이 행해진 적이 있지만, 모두 어색한 분위기만 연출한 그들만의 행사로 그치고 말았다. 그렇다고 과거 왕실 놀이를 재현하여 시민들로 하여금 함께 참여하고 즐기게 할 만한 것을 찾기란 쉽지도 않고, 또한 상설로 재현하기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처럼 천박한 놀이를 펼칠 수도 없을뿐더러, 고궁을 이용한답시고, 귀빈을 위한 만찬이나 상류층을 위해 고급한 현대예술 행사만을 펼쳐서는 시민들의 원성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예청 복원과 연무(練武, 혹은 試藝)의식   무예청은 조선시대 국왕을 최측근에서 모시던 무예별감(武藝別監, 武監)들의 집단으로 지금으로 치면 대통령 경호청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당연히 조선 최고의 무사들로 국기인 십팔기 최고수들로 구성되었다. 그들은 궁궐 내에서 무예를 연습하고 때때로 왕이 보는 데에서 시예(試藝)를 가졌었다. 이 무예청 군사들의 연무의식을 경복궁에서 펼치는 것은 역사적 사실에 부합될 뿐 아니라, 경복궁과 광화문을 이야기가 있는, 살아있는 고궁으로 살려내어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최고의 문화관광 상품이 될 것이다. 더하여 최상위의 의전문화를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중간층 문화로 탈바꿈시켜, 이를 보고 즐기는 이로 하여금 은연 중 국가의 권위와 위용, 그리고 유구한 역사 앞에 숙연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능도 한다. 또한 그동안 자기 무예를 잃어버리고 식민시대를 거치면서 강제로 이식된 일제의 호신용 깡패문화라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의 무예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전통무예를 통해 상무숭덕의 정신을 배양하는 데에 크게 일조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