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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도(欲知島) 여행
한려수도의 끝자락에 연화도, 두미도 등의 11개의 유인도와 145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욕지면 전체 면적 23.7평방 km 중 주섬은 14.95평방km 넓이의 섬으로, 통영항에서 뱃길로 남방 32km 떨어져 있는 섬입니다. 울릉도의 1/5 크기지만 울릉도에 못지않은 빼어난 관광자원을 갖고 있어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섬 안에서 등산과 낚시, 해수욕은 물론 차량으로 1시간 걸리는 일주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면 욕지도가 왜 울릉도에 못지않은가를 알 수 있습니다.
면소재지인 동항리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오랜 세월 동안 파도에 할퀴어 생성된 심한 굴곡과 요철을 이룬 암벽이 가히 절경입니다. 해안에 바싹 붙어 있는 촛대바위와 3개의 작은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삼여도 등의 아름다운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해안절벽과 초원 언덕, 백사장이 어우러지는 해안도로는 대단한 절경의 연속이며, 삼여마을 고갯마루에서 보는 일출은 붉고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전설이 서린 삼여도 등 이곳 남쪽 해안의 빼어난 풍광은 거제도의 해금강, 금강산 해금강의 풍치와 비교할만합니다. 넋 놓고 해안 절경을 구경하다 보면 저 멀리 바다 건너 연화도 용머리와 세존도도 보입니다.
버스를 타고 몽돌개를 가다 보면 어둔골(혼곡)을 지나게 되는데 버스 안에서도 충분히 조망할 수 있는 첫 번째 비경이 혼곡 거북바위입니다. 용의 발톱 같기도 하고 거북이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모습 같기도 합니다. 혼곡마을을 지나 대기봉으로 오르는 등산로 초입이 있는 삼여마을에 이르면 새천년기념공원이 있습니다. 욕지의 정남쪽 일주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2000년 1월 1일 욕지 주민의 염원을 담아 세운 공원입니다. 매년 새해 첫날 해맞이 축제를 개최하는 곳으로,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장관입니다.
새천년기념공원을 지나 삼여전망대에 이르기 전 산마루에는 지난 77년 신성일, 윤정희 주연의 ‘화려한 외출’ 촬영 기념비가 세워져 있어 그때의 추억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 산마루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점점이 떠 있는 남해도와 두미도, 사량도 그리고 통영이 보이고 제주 밀감보다 산도와 당도가 높다는 납도의 밀감섬도 손에 잡힐 듯합니다. 삼여전망대를 지나면 곧 유동마을입니다. 2006년 경상남도 어촌체험마을로 지정되어 관광과 체험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해수욕장과 유동등대가 있으며 마을 끝단에 새에덴동산이 있습니다. 이곳은 최숙자, 윤지영 두 모녀의 땀방울로 조성된 믿음의 동산입니다. 국내 3개 방송사에서 소개된 바 있는 욕지의 명소입니다.
대관령을 연상케 하는 초원의 언덕이 인상적인 유동마을을 지나면 밤자갈밭으로 유명한 덕동해수욕장을 만나고 곧 이어 도동해수욕장이 나옵니다. 넓은 몽돌밭과 해안 절벽, 소나무 숲이 한데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곳입니다. 도동마을 앞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 풍경은 환상적입니다. 목과마을에 이르면 한려수도의 눈 시린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목과에서 증촌으로 넘어가는 언덕에서는 상노대도, 하노대도, 모도, 사이도, 비상도, 막도, 납도, 봉도, 적도, 우도, 연화도 등 수많은 유 · 무인도가 물고기떼처럼 바다에 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흰작살해수욕장을 지나면 곧 근대어촌 발상지인 좌부랑개마을에 도착합니다. 여객터미널 근처에 있는 이 마을에는 과거 욕지도의 영화를 짐작할 수 있는 거리가 있습니다. 술집 100여 개가 밀집했던 자부랑께 골목입니다. 자부랑께를 따라 걷다보면 일본인이 세운 목욕탕, 유명 요정이었던 명월관, 선원을 상대했던 당구장 · 이발소 · 여관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자부랑께 골목의 왁자한 풍경은 사라지고 자부마을은 다시 조용한 어촌이 됐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하루에 커피 500잔이 팔릴 정도로 성황 중인 ‘욕지도 할매 바리스타’ 커피점이 있어 마을이 북적이고 있습니다.
좌부마을에서 여객터미널 쪽에 모밀잣밤나무숲이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343호로 지정된 이 숲에는 100여 그루의 모밀잣밤나무와 더불어 팔손이, 보리수나무 등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난대림과 희귀식물이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이곳은 화가 이중섭이 1953년 ‘욕지도의 풍경’을 그린 곳이기도 합니다. 욕지면사무소 뒤편에는 욕지도 패총 유적이 있습니다. 석기시대의 패각, 입석, 석기, 토기, 돌칼, 돌도끼 등의 유적과 유물로 보아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화로, 기왓장, 금불상 등도 출토되어 선대들이 이 섬을 영원한 삶의 터전으로 삼아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목이 울창하고 뱀과 사슴이 많아 매년 하지 때면 통제영에서 사슴을 사냥하여 녹용을 진상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욕지도가 개척된 것은 고종 25년(1888년)으로, 이곳 주민들은 매년 욕지 개척 기념축제를 열고 있는데 올해로 129주년을 맞고 있습니다. 지명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먼저 옛날에는 ‘녹도(鹿島)’라 불렀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는 1889년 개척자들이 처음 입도하였을 때, 수목이 울창하고 가시덤불과 온갖 약초가 뒤엉킨 골짜기마다 사슴이 뛰어다녔다는 증언을 토대로 충분한 신빙성이 있는 설입니다. 이밖에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로 ‘호주’라 불렸다는 설도 있고, 욕지항 안에 또 하나의 작은 섬이 거북이 모양으로 목욕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여 ‘욕지’라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유배지였기 때문에 많은 인물들이 이곳에서 욕된 삶을 살다 갔다 해서 ‘욕지’라 불렸다고도 하는데 정확한 고증은 없습니다. 100여 년 전 한 노승이 섬 동쪽에 있는 연화도 상봉에 올랐을 때 시자승이 “스님, 어떤 것이 도입니까?” 하고 묻자 노승이 욕지도를 가리키면서 “욕지도 관세존도(欲知道 觀世尊道)”라 말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도(道)를 알고자 하면 세존(석가모니)의 도를 보라”는 뜻의 말이었는데 뒤에 와전되어 섬 이름으로 정착됐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설입니다.
욕지도 비렁길
통영시가 2012년 조성한 해안 산책로 ‘욕지도 비렁길’은 관청마을부터 혼곡마을까지 1.5㎞ 정도 이어져 있어, 길을 왕복하는데 1시간 정도면 충분합니다. 바다를 벗하며 걷는 평탄한 길이 아니라 깎아질 듯한 해안절벽을 따라 걷는 산책로입니다. ‘비렁’은 ‘벼랑’을 뜻하는 남쪽 사투리입니다. 욕지도는 섬 전체가 암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천왕봉(329m) · 대기봉(255m) · 망대봉(205m) 등 봉우리가 바다를 뚫고 불쑥 솟아오른 모양새입니다. 그래서 욕지도 해안선 끝은 야트막한 모래사장이 아니라 해안절벽으로 이뤄졌습니다. 절벽과 절벽을 잇는 출렁다리를 건너야 비로소 산책로에 닿을 수 있습니다. 욕지도 비경은 출렁다리 뒤편 비렁길에 있습니다.
동비렁, 서비렁 해안절벽 사이로 포말이 하얗게 부서지고, 초도와 좌사리 제도와 국도 너머 일본 대마도가 보입니다. 욕지항에서 1km 남짓 걸어서 갈 수 있는 욕지도 비렁길은 조망이 탁월합니다. 출렁다리까지 이어지는 거리 964m 나무 데크와 이름 모를 식물들이 옹기종기 반깁니다. 바다로 삐죽 뻗은 바위 모습이 펠리칸의 부리를 닮은 펠리칸바위 부근에 이르면 출렁다리가 보입니다. 출렁다리는 그렇게 길지 않지만 많이 출렁거리고 아찔합니다. 고래강정은 커다란 바위협곡에 파도가 치면서 만들어 내는 포말이 흡사 고래가 숨을 쉴 때 흰 물줄기를 뿜어내는 모습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죽은 고래가 떠내려 와 작명되었다고도 합니다.
고래강정 사이로 환상적인 모습의 삼여가 가깝게 보입니다. 삼여는 욕지도의 대표적인 비경으로 전설이 있는 바위입니다. 옛날 용왕의 세 딸이 있었는데 마을에 900년 묵은 이무기가 변한 젊은 총각을 서로 사모였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용왕은 크게 노하여 세 딸을 바위로 변하게 했고 힘이 장사인 총각은 자기 연인을 돌로 변하게 한 용왕이 미워 산을 밀어내어 두 개의 섬으로 바다를 막았습니다. 훗날 세 여인이란 뜻으로 삼여라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욕지도 섬 산행
욕지도의 또 하나 명물인 해발 392m의 천황산과 310m의 약과봉 산정은 기묘한 바위들로 둘러싸여 고성(古城) 같은 느낌을 주며, 이곳에서의 일출과 일몰 풍경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시정(詩情)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합니다. 욕지도 등산의 묘미는 사방이 탁 트인 바다와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 절경을 조망하는 것입니다. 전체 코스는 부두-(버스로 이동)-야포-일출봉-망대봉-노적-혼곡-할매바위-매바위(항구 조망)-대기봉-천황봉-태고암-시금치재-약과봉-논골-부두로 이어지며, 4시간 30분이 소요됩니다.
*망대봉 코스: 부두-(차량이동)-야포-일출봉-망대봉-노적-혼곡-부두(2시간)
*약과봉 코스: 부두-시금치재-약과봉-논골-부두(1시간 30분)
*천황봉 A코스: 부두-혼곡-할매바위-대기봉-태고암-시금치재-부두(1시간30분)
*천황봉 B코스: 부두-혼곡-새천년기념탑-마당바위-대기봉-태고암-부두(2시간)
*천황봉 C코스: 부두-야포-일출봉-망대봉-혼곡-할매바위-매바위-대기봉-천황봉-태고암-
시금치재-부두(4시간)
<천황봉 C코스> 12:28 부두-12:42 야포-12:47 야포 출발-13:07 일출봉-13:11 연화도 전경 조망지-13:22 망대봉 정자(노적 0.6km, 야포 1.5km, 혼곡 2.4km)-13;45 망대봉 출발-13:53 임도 3거리(노적마을 보임)-13:54 산길-임도 갈림길(임도로 진행-바다 조망)-13:59 콘크리트 도로 3거리에서 오른쪽 길 진행)-14:11 샛길(임도 가로지름)-14:24 옥동 정상(사각정자, 3분)-14:31 콘크리트 도로 빠져나와 산길, 임도 갈림길(임도로 진행-바다 풍경 조망)-14:40 등산로 안내도-15:05 할매바위(5분)-15:18 매바위 정상(5분, 대기봉 0.8km 혼곡 1.1km)-15:28 대기봉 정상(왼쪽: 새천년기념탑 1.5km, 오른쪽: 태고암 0.9km)-15:37 마당바위(6분)-15:50 대기봉-15:52 억새평원(천황봉 정상 바로 앞)-15:55 갈림길(대기봉 0.4km, 태고암 0.5km)-오른쪽 계단길로 내려감-16:00 태고암(5분)-콘크리트 포장로따라 600m 내려감-16:13 시금치재에서 오른쪽으로-16:20 저수지-16:40 터미널-미진장여관 앞 고등어회-17:30 출항(답사일: 2007년 10월 3일)
욕지도 맛 기행
‘맛 기행’은 욕지도를 여행하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욕지도에는 여행자의 입맛을 돋우는 먹거리가 많습니다. 욕지도의 명물 음식 중 가장 유명한 것이 고등어회입니다. 뭍에서는 횟감 조달이 힘들어 고등어회를 먹을 기회가 적지만 욕지도에서는 고등어조림 · 구이보다 외려 고등어회가 흔합니다. 욕지도는 국내 최초로 고등어양식에 성공한 섬이자 현재도 국산 고등어 주산지인 덕분입니다. 욕지도 해안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바다 위 오륜기처럼 떠 있는 구조물을 볼 수 있습니다.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유영하는 고등어에 맞춤형으로 설계된 가두리 양식장입니다. 2016년 기준으로 전국 고등어양식장 17곳 중 12곳이 욕지도에 밀집해 있습니다.
*늘푸른회센타(055-642-6777): 여객선터미널 주변에 고등어회를 다루는 횟집 6곳 중에서 1993년 문을 연 원조 식당입니다. 고등어살을 초물에 담갔다가 회를 뜨는 ‘욕지도식 고등어회’를 정착시킨 집입니다. 초물에 10여 분 숙성시켜 고등어의 잡내를 제거하는데 계절에 따라 초물의 농도, 초물에 담그는 시간을 조절한다고 합니다. 고등어회(3인분) 5만원.
*해녀 김금단 포차(055-643-5136): 국내 최고의 고등어회 맛을 즐길 수 있는 집으로, 선착장 바로 옆에 있습니다. 고등어회는 작은 한 접시 15,000원부터 3만원, 4만원. 생선회가 듬뿍 들어간 회덮밥, 보말죽, 성게알미역국, 성게알비빔밥 각 10,000원입니다.
*욕지도 할매 바리스타(055-645-8121): 한적한 섬 풍경을 즐기며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명물 카페로, 2014년 문을 열었습니다. 욕지도에 거주하는 할머니 10분이 함께 운영하는데, 종업원 평균 연령이 ‘고작’ 70세에 불과합니다. 전업 주부이거나 농사를 짓거나 물질을 했던 할머니들은 이제 에스프레소 머신을 돌립니다. 커피도 인기 있지만 여행객은 욕지도 특산물 고구마로 만든 메뉴를 많이 찾습니다. 비탈진 황토밭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욕지도 고구마는 당도가 높습니다. 고구마라떼(3500원), 고구마마들렌(1000원) 그리고 빼떼기(넓적하게 썰어 말린 고구마)죽이 있습니다. 팥 · 강낭콩 등을 함께 넣고 끓인 빼떼기죽은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입니다(5,000원).
*고구마 막걸리: 바다여행펜션 앞 도로에 붕어빵을 파는 노점 ‘소문난 수정잉어’를 찾아가서 주문하면, 붕어빵 사장님 시누이가 집에서 만드는 막걸리를 병째 갖다 줍니다. 막걸리 1ℓ를 만들 때 고구마 1㎏을 넣는다고 합니다. 알코올 함량이 적고 담백합니다. 봄볕을 쬐며 시원한 막걸리 한 모금 죽 들이키면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2L 1만원.
*한양식당(055-642-5146): 여행객이 줄을 서서 먹는 욕지도의 유일한 중식당입니다. 주말에는 대기 줄이 길어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한양식당의 주 메뉴는 해산물을 푸짐하게 올린 짬뽕(6000원). 겨울에는 통영 산 굴을 넣고, 여름철에는 홍합을 넣습니다. 밀가루 면을 끓여낸 면수를 이용해 걸쭉한 국물을 내는 게 이 집의 비법이라 합니다. 오후 2시 30분이 되면 문을 닫습니다.
출처 :유유자적 등산여행클럽 원문보기▶ 글쓴이 : 길라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