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난다. 하동IC를 나와 쌍계사 방향 19번 국도를 타면 파란 하늘조차 연분홍으로 물들인 만개한 벚꽃이 이차선 도로 양옆으로 오랫동안 줄지어 서 있다. 봄의 절정에 피어나는 하얀 연분홍빛, 벚꽃의 화려함은 몽환적이다. 꽃의 유혹은 강렬했다. 취재진은 산행 들머리로 가지 못하고 화개장터에서 시작되는 하동 십리 벚꽃 길을 돌아본 후에야 남도화합대교를 건너, 산행의 들머리인 관동마을 입구 작은 주유소 옆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를 두고 올라가야 하는데 게으름을 부렸다. 결국 위태롭고 좁은 시멘트길에서 "펑" 하고 타이어가 찢어진다. 어이없고 황당하다. 잔머리를 쓴 대가를 치른다. 동행중 타이어를 갈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러나 서로 머리를 쥐어짜고 품을 나누어, 타이어를 갈아 끼운다. 놀람이 컸기에 모두 무척 기뻤다. 더 올라갈 수 도 있었지만 놀란 가슴이라 차를 근처에 세워 놓고 산행을 시작한다.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 진다. 시멘트길이 끝나고 이리저리 파헤쳐진 길에 표지기들이 어지러이 걸려있다. 지저분하게 보인다. 산행중 길을 모르거나 길을 잃어 당황할 때 뜻하지 않게 발견한 표지기의 고마움을 산꾼들이면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곳에 마구 잡이로 매달아놓은 표지기는 자연을 훼손할 뿐이다. 산을 오르는 사람이 산을 아껴야 한다. 산에는 신선한 초록의 새순들이 꽃을 피울 때를 기다리며 옹골지게 모여 움을 틔우고 있다. 그 모습이 귀엽고 대견하다. 조금씩 숨결이 가빠진다. 산에 깊이 들수록,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힘껏 뛰기 시작하는 심장의 박동 소리만이 들리고 느껴진다. 살아있다는 존재감이 힘들다는 감정을 억누른다. 그렇다하더라도 잠시 뒤돌아보자. 사람의 발걸음이 대단하다. 벌써 아득한 저 아래의 섬진강. 그 유순한 물길이 순박하고 강 건너 분지봉이 우뚝 솟았다. 두꺼비 ‘섬(蟾)’, 나루 ‘진(津)’, 섬진강이다. 고려시대 왜구의 침입 때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 떼가 울부짖어 왜구를 쫓았다 한다. 기댈 곳 없어 한낱 두꺼비에 의지해야 했던 민초들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이름이다. 그래서 섬진강은 굽이굽이 구성지다. 강은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이다. 전라도의 매화가 바람 끝에 채가시지 않은 겨울의 매서움을 이겨내고 봄을 인도하면, 강 건너 경상도의 벚꽃은 봄의 절정을 피워낸다. 제 때에 제 역할을 하며 조화를 이룰 줄 아는 만물이 참 아름답다.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앞서가는 일행들을 놓쳤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니 한그루 진달래가 반기는 배딩이재다. 이제부터 능선길, 땀을 꽤 흘렸으니 산이 이제는 우리를 편안히 안내할 것이라 믿으며 잠시 부드러운 길을 걷는다. 그런데 올라가네! 계속 올라만 가네! "속아지롱" 산이 말하고, 길은 계속 오름길이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 20여분, 방공호의 흔적이 있는 너른 갈미봉이다. 표지기들이 어지러이 걸려있다. 남쪽 방향 급한 내리막으로 길을 잡는다. 무덤가를 지나면 442봉, 잠시 내려가자 세상이 환해지며 연분홍 진달래가 반긴다. 뜻하지 않은 풍경에 산행의 피로가 사라진다. 마음은 흥겹고 발걸음은 가볍다. 이내 바람재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친다. 직진하여 가볍게 올라 산허리를 돌아가면 오른쪽엔 억불봉이 우람하다. 왼쪽으론 하동읍이 한 눈에 보이고 섬진강 물줄기가 부려놓은 고운 모래밭이 정겹다. 섬진강 굽이를 마주하며 이어진 길, 내내 진달래가 환하고 바람을 이기지 못해 흩뿌려진 꽃잎은 ‘소월’을 떠올린다. 떠나는 임이 사뿐히 즈려 밟고 가기를 원했던 영변의 약산 진달래. 그러나 진달래는 더 이상 영변에서 꽃을 피우지 못할 것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열강의 이해가 각축하는 갈등의 땅이 된 영변. 핵시설로 진달래가 꽃을 피우기에는 기온이 3배 이상 높아져 있다는 것이 인공위성으로 감지된다고 한다. 민족의 정한을 어루만져 주었던 영변의 약산 진달래는 이제 민족의 생존을 가늠하는 꽃이 되었다. 바위들이 겹쳐져 있는 봉우리를 지난다. 짧은 줄을 잡고 올라 496봉을 지나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여수에서 온 동아대학교 OB산악회 성기진(44세)씨가 여수의 자기 집으로 이번 산행에 동행한 산악회 후배들을 초대한다. 후배들이 망설이는데 휴대폰을 꺼내들고 식당을 예약하고 부인에게 그들의 잠자리 준비를 부탁한다. 멀리서 온 산악회 후배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대접하고 싶다 한다. 후배들은 그 마음이 고맙고 정겨워 뿌리칠 수 가 없는 모양이다. 산 사람의 정이 대개 이러하다. 조용한 능선길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간다. 잠시 후 산 이름도 야릇하지만 정상석이 볼품없는 세평 남짓의 쫓비산 정상이다. 마음이 열리며 새로운 기운이 차오른다. 내려갈 일만 남았다. 그래서 오래도록 머물고 싶지만 내려가야만 한다. 산은 정상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또 다른 산으로 이어져 있다는 걸 알기에 아쉬움이 아니라 충만하게 채워진 뿌듯한 마음으로 즐거이 내려간다. 10여분을 내려오면 짧은 오름길, 내려왔던 리듬으로 내쳐 올라 산허리를 돌아가면 삼거리 능선이다. 오른쪽 길은 전북 장수의 주화산에서 시작된 호남정맥이 광양의 백운산, 갈미봉, 쫓비산을 지나 정맥의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토끼재, 불암산 방면이다. 내리막길이 눈에 확 뜨이며 도로가 가까이 보여 자칫 토끼재로 내려가기 십상이다. 지도는 이때 필요하다. 독도법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지도를 정치할 줄 아는 정도의 기본만 갖추고 지도를 가지고 다니면 이런 곳에서 길을 잃지 않게 된다. 지도를 보며 길을 찾고, 그 길을 따라 가면 산행은 더욱 즐거워진다. 취재진은 정면으로 길을 잡는다. 곧이어 가파른 내리막, 5분여 내려가면 산은 이내 순해지고 환한 진달래꽃이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처럼 곳곳에 무리지어 피어있다. 만나기 쉽지 않은 편안하고 기분 좋은 하산길, 매화로 유명한 청매실농원으로 내려선다. 섬진강 매화 축제로 유명한 이곳은 매년 3월이면 사람들로 넘쳐 난다. 지금은 매화꽃 대신 파릇하게 싹튼 매실이 볼 만 하다. 이미 매화꽃은 졌지만 다시 오는 봄에, 매화나무는 새로이 꽃을 피울 것이니, 꽃을 못 본 아쉬움은 접어 두자. 매화아이스크림을 사서 한입 베어 문다. 혀끝에서 매화 향이 꽃을 피운다.
*산행길잡이
관동마을-(50분)-배딩이재-(20분)-갈미봉-(10분)-바람재-(50분)-쫓비산-(20분)-삼거리능선-(50분)-청매실농원주차장
쫓비산(536.5m), 발음하기 힘들고 읽으면 욕 같이 들려 산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은 당황하고 절로 웃게 된다. 이 요상한 이름의 유래를 찾아보려 했으나 광양시청의 '광양시지'에도, 주민들에게서도 알 길이 없다. 다만 전라도 사투리 '쪼삣' 혹은 '쪽빛'에서 유래한다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산의 분위기와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아무튼 이름이 특이하여 눈길이 가는 산이다. 호남정맥의 마지막 구간 중 일부이며 산행은 청매실농원의 매화가 피는 시기에 주로 이루어진다. 매화꽃이 지고나면 찾는 이가 드물지만 자칫 밋밋한 산행에 진달래가 꽃을 피워 볼거리를 만들어주는 지금이 조용하고 운치 있어 더 좋다. 19번 국도의 벚꽃과 하동십리 벚꽃길은 쫓비산 산행의 덤이다.
*교통
승용차는 하동나들목을 기점으로 한다. 하동나들목에서 쌍계사 방면, 첫번째 만나는 섬진교를 건너 우회전, 4km 거리의 날머리 청매실농원을 지나 5분여 가면 관동마을이다. 벚꽃을 구경하려면 섬진교를 건너지 말고 직진하여 19번 도로를 따른다. 화개장터에서 우회전 하동십리 벚꽃을 구경하고 남도화합대교를 건너 861번 지방도를 10여분 달리면 역시 관동마을이다.
*잘 데와 먹을 데
하동나들목에서 5분 거리인 하동군 고전면 선소마을에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 지역에만 서식하는 강굴인 벚굴이 별미이다. 봄에만 먹을 수 있고 양식이 없다. 구이, 회무침, 죽으로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벚굴식당(055-883-4342), 주변에 재첩전문 식당이 많이 있다. 산행들머리와 가까운 하동읍내에 숙박지가 많이 있다.
*볼거리
옥룡사 동백나무숲 천연기념물 제489호다. 통일신라시대 도선국사가 35년간 수행하고 제자를 가르치다 입문한 사찰인 옥룡사지 주변에 도선국사가 땅의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심었다는 7천여 그루의 동백림이 있다. 수령 100년 이상이며, 산책로가 잘 되어 있다.
광양 매화 마을과 섬진강.
* 산행신청은 예약란을 이용해주세요.
쫓비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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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 이 : |
쫓비산(537m), 갈미봉(520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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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치 : |
전남 광양시 다압면 | |
특징·볼거리 쫓비산은 광양 매화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으로, 호남정맥 백운산에서 갈래 쳐진 산이며 섬진강을 끼고 앉은 산이다. 호남정맥이 끝나는 백운산 동편 산줄기에 솟은 것이 갈미봉 쫓비산 자락이다.
쫓비산은 평소에는 찾지 않는 산 이지만 섬진강 매화마을의 매화가 만개하면 멀리서 매화 여행만으로만 아쉬움이 있는 산꾼들이 산행도하고 매화도 즐기는 매화산행 코스이다.
섬진강 섬진교를 사이에 두고 하동과 광양으로 갈라지는데 섬진교 주변 마을과 마을 뒷편은 대부분 매화를 가꾸고 있다, 3월 중순 매화개화시기에 매화축제가 열린다. 섬진교에서 섬진포구에 이르는 다압면은 매화로 유명하다. 이중에서 청매실농원이 있는 매화마을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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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관동마을.ㅡ배딩이재.ㅡ갈미봉.ㅡ쫓비산.ㅡ청매실농장.ㅡ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