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X-파일 도청사건을 지켜보며 미국의 판례에 따른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우선 도청자(eavesdropper, wiretapper)가 정부일 경우에는 헌법이 보호하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는 차원에서 다루어지게 되지만 일반 민간인간의 전화도청 또는 전화녹음에 관한 규제는 각 주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논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수사를 목적으로 전화 대화의 감청이 필요할 때는 판사의 영장을 발부 받아서 시행하되, 구속영장이나 수색영장을 발부 받을 때와 같은 요건들을 충족시켜야만 영장 발부가 가능하다. 즉, 감청 대상자의 대화에서 범죄를 입증할 증거포착이 가능하다는 수사관의 선서증언을 근거로 영장이 발급되며 영장에 감청허용 날짜와 시간을 명기한다.
만약에 정부가 피의자의 전화통화를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도청하여 증거를 수집했다면 이는 분명 위법이다. 이런 방법으로 수집된 증거는 독을 먹고 자란 나무의 열매에 불과하다는 독과실론(毒果實論·Poisonous tree doctrine)에 의해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하급법원에서 이러한 증거에 의해서 유죄판결이 내려진 형사사건이 항소법원에서 뒤집힌 사례가 하나 둘이 아니다. 이렇게 뒤집힌 사건들 중에는 살인사건도 여러 건 있었다. 범법자를 처벌하지 못할지라도 정부의 횡포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보호해야 하는 원칙을 지켜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전화통화의 도청이 아니고 일반대화를 도청했다면 이렇게 엄격한 규율에 의한 제재를 받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워싱턴 DC의 배리 시장을 마약 소지, 사용 혐의로 기소했던 사건을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이 때에 정부측이 성공적으로 공소 유지를 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증거는 배리 시장이 호텔 방에서 마리화나를 사용하는 장면을 비밀리에 녹음, 녹취한 비디오 테입이었다. 피고측이 독과실론을 주장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결국 증거로 채택되어 배심원에 의한 유죄평결이 내려졌고 1년간 복역한 적이 있다. 이 재판은 연방법원에서 열렸다.
만약 메릴랜드주 법원에서 재판을 했더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도 있었다. 관할 법원에 따라 다른 증거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전화통화와 일반대화가 이와 같이 판이하게 다른 기준의 보호를 받는 이유는 대화의 비밀이 기대되는 척도에 따라서 대화의 비밀을 보호하는 보호막의 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화통화는 절대적인 비밀을 기대하는 문화에서 기인된 법이 적용된다. 내가 알기로 셀폰의 도청에 대한 판례가 아직 없기 때문에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일반 유선전화와 같은 보호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추측한다.
정부가 아닌 개인이 전화통화를 녹음한 케이스 하나를 상기한다. 빌 클린턴 대통령과 스캔들이 있었던 모니카 르윈스키가 대통령과의 관계를 그의 친구 린다에게 전화로 말했다. 린다는 이 대화를 녹음했고 녹음된 테입이 사건을 담당했던 특별검사에게 전해짐으로써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철저하게 보호받아야 하는 전화통화가 녹음되어 외부에 알려진 이 사건이 독과실론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녹음한 자(wiretapper)가 정부가 아니고 일반 민간인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논리를 한국의 X-파일에 적용한다면 녹음된 대화가 전화상의 대화가 아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배리 시장 케이스에서 녹음, 녹취된 비디오 테입과 같은 수준의 증거 능력이 있는 테입으로 보아야 한다.
X-파일을 증거로 채택하여 재판에 사용하면 이는 공개된 기록(public records)이 되기 때문에, 이를 공개해야 되느냐의 이슈를 놓고 지금부터 논쟁을 벌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녹음된 내용이 보호받을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에 증거로 채택되며 그런 연유로 공개되는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용어는 X-파일 사건에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