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요셉 공원에 잠드신
아버지 어머니를 뵙고
11월, 조석으로 스산한 바람이 분다
문득 부모님이 그리워지더니
잠들어 계신 공원에 가고 싶었다
눈물이 그렁한 채로 둘째에게 말했더니 흔쾌히 동행해 주었다ㆍ
아버지를 위한 막걸리. 엄마를 위해서는 사과를 간단하게 준비했다
차를 끌고 온 소희는 환하게 웃으며 꽃다발을 건넨다ㆍ국화향이 진하다
흰소국에 노오란 국화 카네이션이골고루 섞인 큰다발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드릴 것이고, 공처럼둥근 노랑방울이 예쁜 것은 내것이란다ㆍ
생각이 많은 참 예쁜 아이다ㆍ
둘째 며느리가 하는 몸짓은 감동하게 만든다ㆍ
그래선지 무엇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ㆍ
요즘 아이 같지 않은 섬세함을 가진 귀한 사람이다.
부모님께 가는 시골길이 멋스럽다
2차선 도로가 한가해서 초보 운전자인 소희가 운전하기에 좋았다ㆍ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괴산. 청천 미원을 지나며 플라타너스가 반기는
가로수에 감탄했다ㆍ
미원읍에 잠시 내려 떡집을 찾았다
아버지가 떡보이실 만큼 인절미. 시루떡 등등을 참 좋아하셨다ㆍ
막내딸이 아버지 앞에 떡을 놓아드리고 싶어서 떡집을 찾았는데,
이른 아침인지 모두 문을 닫아서 이곳에서 가장 큰 농협매장을 들렸다
새벽에 떡집에서 가져다 놓은 떡이 있었다ㆍ
골고루 한팩씩 사서 가방에 챙겼다ㆍ
"우리 아버지. 엄마가 어디 계시지?
소나무를 지나 쭉 선을 그으면 그곳이었는데ㆍㆍㆍ*
3년 만에 찾아서 그런지 달라진 부분이 많았다ㆍ
공원묘지는 더 넓어졌고 단장된 모습이었다ㆍ
비석곁에 있던 꽃병이 사라져서 더욱 정갈하고 깔꼼하다.
맑은 하늘 아래 햇살이 눈부시다ㆍ
한참을 허둥대다가 드디어 두분의 이름을 찾았다ㆍ
미안하고 죄만스러웠다ㆍ
아이에게도 체면이 아니었다ㆍ
돋자리를 깔고 가져온 것들을 앞에 차렸다ㆍ
부모님이 내 앞에 있는 듯 큰절을 두 번 올렸다ㆍ
막걸리를 조금 따라 잔디위에 살짝 뿌렸다ㆍ
아이도 따라한다ㆍ
기특하고 고맙다
생전에 따뜻하고 부지런했던 아버지,
우리동네에서 가장 먼저 모내기를 하고, 풀이 없을 만큼 깨끗했던 우리 논과 밭ㆍㆍㆍ
그런 아버지를 위해 바쁜 가운데도 짭쌀을 찌고 절굿공이로 찧어서 콩가루에 굴려 인절미를 만들어 주시고,
겨울이면 몸보신 하시라고 가난한 살림임에도 소고기를 끊어다 고아 주셨던 어머니를 이야기 했다ㆍ
남편을 위한 지극한 어머니로 인해 어버지께서 구순까지 건강하게 사신 거라고.
저녁이면 부엌에서 콧노래를 부르시며 쌀을 씻을 무렵이면 닭들이 몰려와
돌이 섞여 버릴 마지막 바가지를 기다렸다ㆍ
구구거리며 부엌앞에서 웅성거리던 닭들과 외양간의 소가 큰눈을 껌뻑거리던 모습
가만히 부엌을 기웃거리던 막내딸...행복한 시절이었다고.
하루종일 일하시고 해가 떨어져 집으로 돌아오실 때, 광주리 귀퉁이에
들꽃이 꽂혀 있었다ㆍ힘든 노동 후에도 리듬을 싣고 오시던 친정어머니였다.
"어머님 할머님이 낭만적이세요ㆍ
어머님이 할머님 닮으신 거죠?"
도란도란 얘기도 하고 넓은 공원도 둘러보았다ㆍ
죽은자들의 공원인데
부드럽고 평화롭다ㆍ
우리 아버지
우리 엄마
좋은 곳에 계시는구나!
행복해진다.
막내딸이 부모님 품안에서 잘놀다 돌아왔다 ㆍ
나도 이담에 이곳에서 잠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2024.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