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의 인구 정책은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굵직한 인구 대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효과가 있다는 분석은 드물고 오히려 지역 간 인구수 빼먹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큽니다. 출범 10주년을 맞은 세종시가 대표적인데, 세종시는 ‘수도권 인구와 기능을 지방으로 분산해 국토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2012년 7월 출범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 기대는 헛된 꿈에 불과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세종시가 수도권 인구보다 인근 대전시와 충청북도, 충청남도 등 주변 충청권 인구와 자원만 더 빨아들였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 전입 인구는 4만6972명. 그중 대전이 가장 많은 1만4097명(30.1%)을 세종시로 넘겨줬고, 충남 6317명, 충북 5286명을 다 합치면 2만5700명에 달하는 충청권 인구를 세종시가 빨아들인 것입니다. 세종시 유입 인구의 절반이 넘는 54.7% 규모였습니다.
반면 수도권인 서울·경기·인천 등지에서 세종시로 넘어간 전입 인구는 같은 기간 1만2904명으로 전체의 27.5%에 불과했고, 서울 순유출 인구 10만6000명 중 63.8%가 인근 경기도에 전입한 점을 감안하면 서울을 빠져나간 인구 10명 중 7명이 서울 인근에만 안착한 셈입니다.
혁신도시 사정도 다르지 않은데 정부는 2005년 이후 균형 발전을 표방하며 지방에 10개의 혁신도시를 조성했고, 올 상반기까지 공공기관 153곳이 이전했습니다. 혁신도시 계획인구는 26만7000명이지만 85.91%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충청북도 관계자는 “혁신도시 인구가 수도권 인구를 흡수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인근 지역민이 혁신도시로 이전한 측면이 더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노무현 정권이 주도한 인구 대책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인구 문제는 전 세계 초미의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합계출산율이 0.7 이하로 떨어진 것도 모자라 매년 하방으로 갱신하고 있고, 가임여성 숫자도 급격히 줄어들어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진단이다.
급류에 휘말리듯 사람이 살지 않는 나라로 떠내려가는 현실을 먼 산 불구경하듯 할 순 없지 않나. 인구 문제를 국가의 최고 아젠다로 인식하고, 모든 사회 갈등의 근원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실제로 남녀의 사랑이 시큰둥하고, 결혼과 출산이 망설여지는 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최근 실시한 한국인 의식 및 가치관 조사 결과, 결혼이 필수란 인식이 17.6%에 불과하다. 남녀갈등은 6·25 전쟁 급이란 말까지 들린다.
정부 정책이 인구 절벽의 개선과 적응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결혼과 출산에 관한 MZ 세대의 생각을 어떻게 바꿀 건지 방향을 제시하고, 양육에 관한 강박적 불안을 덜어줘야 한다. 특히 미래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인구 문제 기저에 깔렸다는 건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부족하단 뜻이다.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키워드는 ‘가족’과 ‘여성’ 그리고 ‘이민’이다. 세대·남녀·혈통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을 한가득 탑재한 주제다. 토론은커녕 대화조차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말문부터 여는 게 아닐까. 정부는 천문학적 혈세만 쏟아 부어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는 정책 나열식 패러다임을 버리고, 대한민국에 넘쳐나는 사회적 갈등부터 봉합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 단순히 돈만 살포할 게 아니라 뚜렷한 국가 비전을 토대로 효율성 있는 인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가족은 이제 유대감이 느슨한 경제단위인 가구로 전락하고 있다. 세대 갈등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전통적 가족문화를 터부시한 지 오래고, 가족 간 대화조차 자산과 교육 정도만 남았을 뿐 대부분 사라지고 말았다. ‘꼰대’나 ‘라떼’란 유행어는 부모 세대의 입을 닫아버렸고, 경험과 지식의 공유조차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이러한 가족 붕괴는 인구 절벽의 트리거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온 나라를 휩쓸고, 법이 이걸 뒷받침한 게 기름을 부었다. 역시나 좋은 의도를 벗어난 나쁜 결과를 낳았다.
문재인 정부는 ‘결혼은 당연하고, 자녀도 둘 정도 출산 한다’는 전통적 가족 관념이 차별과 편견을 양산한다고 주장했다. 혼인과 출산의 장려, 가족 해체의 예방, 건강가정의 복원을 위한 다양한 규정을 대폭 삭제한 건강가족기본법 개정안을 제출했고, 결혼 기피 가속과 저출산 심화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낡고 진부한 사고”라고 몰아붙였다.
또한, ‘결혼은 선택이고, 자녀도 반드시 출산할 필요 없다’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기혼과 미혼의 차별을 없앤다는 명분만 강조해 안 그래도 급증하는 1인 가구를 선별 지원하고, 가족이 한때 담당했던 기능을 하나둘 메스질해 국가로 이관했다.
민법까지 개정해 가족의 정의를 바꾸려 했고, 남녀 결합에 의한 자녀 출산이 다양한 삶의 선택지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교육했다. 학부모들이 전 정부의 교육정책에 강력하게 반발한 이유다.
당연히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과 제도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탈피론에 떠밀려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급격하게 그것도 지속해서 출산율이 하락한 건 이러한 정책 기조와 무관치 않다. 이러한 망국적 추세를 예상조차 못 했다는 건 백번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이 문제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걸 간과했다. 현재 대한민국 여성은 노동력을 제공해 생산 부족을 메우고, 자녀를 출산해 인구 충원을 감당하라는 요구를 한꺼번에 받고 있다. 아이도 낳고 돈도 버는 이중고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출산에 대한 MZ 여성의 마음을 돌리려는 노력은커녕 남녀갈등을 악용해 인구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표심에 휘둘린 ‘이대남, 이대녀’ 프레임이 갈등의 골만 깊이 후벼팠다. 최악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적 인구 정책인 이민 이슈다. 이제 이민은 국가 존속의 관점에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편협한 혈통주의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인구의 국가적 가치에 대한 사회문화적 운동을 추진하고, 이민자들이 우리 사회에 기여하게 만드는 정책이 절실하다.
가파른 속도전을 맞이한 인구 감소, 이젠 재앙 수준으로 봐야 한다. 갈등만 피하자고 쉬쉬하기엔 미래의 생존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다. 마침 대통령이 ‘인기에 연연치 않고 할 일은 하겠다’고 말했다. 반가운 일이다.
욕을 먹더라도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지도자다. 좌고우면 없이 거리낌 없이 토론해 인구 키워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인구 재앙을 막아낼 다이내믹한 에너지가 대한민국 DNA에 존재할 거라고 믿어 본다.>중앙일보.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변호사
저는 세종시와 혁신도시가 시작될 때부터 이게 실패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구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새 도시를 만들면 주변의 인구가 흡수되어 기존 도시와 농촌은 공동화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억지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보낸다고 그 직원들이 다 이사를 갈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도 어이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가 서울에 있는 집을 팔고 먼 지방으로 가겠습니까? 그런 순진한 정책을 세운 사람들이 안타깝습니다.
지금 위 글에서 얘기한 대로 인구 정책의 방향을 180도 전환할 시점입니다. 기존의 방법은 이미 효과가 없다는 것이 검증이 된 것들입니다. 애를 낳으면 정부가 고등학교까지 무상으로 교육을 시킨다고 해도 시큰둥할 겁니다. 그렇다고 대학 학비까지 무상으로 한다는 정책은 내지 못할 것이니 지금 상황에서 교육비 제공으로 애를 낳으라고 한 대서 달라질 것도 없습니다.
주택을 제공하겠다고 해도 서울이 아니면 별로 효과가 없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아이를 낳으려면 결혼을 해야 하는데 결혼을 할 수 있게 만들 대책을 확실하게 제시하지 않는 한 별 효과가 없을 겁니다.
이민이 우선순위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