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상태에서 최고의 쾌락을 느꼈다”
뇌과학자가 전하는 행복해지는 법 3
◇질 볼트 테일러(Jill Bolte Taylor)/*캡처=유튜브채널 TED
질 볼트 테일러 박사는 하버드 의과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이다.
그녀는 좌뇌 기능을 상실했을 때 자신이 겪은 상태와 변화를 관찰하고 수술과 8년 간의 회복기를 거치며 뇌에 대한 깊이있는 자각을 얻었다.
테일러 박사는 뇌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선천적인 혈관 기형이 있었는데 어느날 아침 갑자기 이것이 터지면서 좌뇌에서 대 출혈이 일어났다. 좌뇌에서 뇌졸중이 오면서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 신체의 경계와 시공간의 구별을 담당하는 영역의 손상을 입었다.
이 손상으로 테일러는 언어를 구사하는 모든 능력과 계산능력을 상실하여 상대의 말을 이해할 수 없고 자신 또한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의 뇌는 좌뇌의 언어중추를 통해 자신에게 계속 말을 건낸다. 테일러는 이러한 현상을 뇌의 ‘재잘거림’이라고 부른다.
테일러는 좌뇌의 기능을 상실함으로써 뇌의 재잘거림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으며 자신의 정체성이 사라짐을 경험하였다.
언어의 중추는 ‘나는 무엇이다’라고 말함으로써 스스로를 정의하는데, 이 능력이 사라져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인식하는 능력이 상실되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이때 기억, 몸의 경계, 시간의 감각이 사라졌다고 한다.
테일러는 이 경험을 ‘몸을 가진 존재로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이라고 전한다.
몸에는 뇌졸중이라는 일이 발생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이 상태에서 두려움을 느끼기 보다는 한없는 평화와 기쁨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 때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의 상태가 바로 이 느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말하지도, 말을 알아듣지도 글을 쓰지도 못했고, 걷는 것은 물론 몸을 구부리는 것도 불가능했는데, 흥미롭게도, 나는 내가 괜찮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내가 예전보다 못한 존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세상을 향해 빛을 내뿜는 존재였다. 좌뇌의 부정적 판단이 사라지자 나는 나를 완벽하고 전체적이며 현재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존재로 바라볼 수 있었다.”
테일러박사는 왼쪽 뇌의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예전처럼 자신의 마음은 무모한 이야기를 지어내고 부정적인 사고 패턴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 경험을 통해 좌뇌의 지배력에 사로잡히지 않는 방법을 깨달았다고 한다.
테일러 박사가 알아낸 좌뇌의 부정적 사고패턴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는, 부정적인 사고나 감정의 사고 순환의 회로에 우리가 엮여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뇌가 어떤 인지적 회로를 가동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나면 이러한 회로가 내 몸안에 생리적으로 어떤 느낌을 주는지 집중해야 한다고 한다.
즉, 부정적인 생각이 들고, 그것이 어떤 감정을 일으키는지 그 패턴을 관찰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뇌에 특정 사고 패턴에 엮여 들어가는 것을 중단하라고 전한다. 그러면 세포가 그 메세지를 전달받음으로써 부정적 사고를 중단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그녀의 통찰은 감정에 대한 것이다. 감정의 뇌라고 불리는 변연계에는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감정 프로그램이 있는데 하나의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었다가 완전히 멈추는데에는 90초가 걸린다고 한다.
예를 들어 분노라는 감정은 자동으로 유발되도록 설계된 반응인데, 어떤 계기고 인해 뇌가 분노를 자각하면 화학 물질을 분비하고, 이것이 몸에 차올라 생리적 반응을 겪는다.
그런데 최초의 자극이 있고 분노를 구성하는 화학 물질이 혈류에서 빠져나가면 우리의 자동반응은 끝난다.
그런데 90초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화가 나 있다면 그것은 그 회로가 계속 돌도록 스스로 의식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즉 어떤 자극으로 인해 감정이 유발되고 사라지는 것은 자동적으로 진행되는 것인데 이는 90초 만에 끝난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감정이 지속된다면 이것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 순간 어떻게 반응할지 무의식적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자동회로가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 주시하다 보면 의식적으로 선택을 내릴 수 있다.
즉, 90초 동안의 감정은 내 책임이 아니지만 그 이후의 감정은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달리 말하면 감정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테일러는 좌뇌의 언어 중추를 잃었을때 지각했던 것은 지금 이 순간이었으며 매우 경이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몸의 감각에 주목하거나 보는것, 듣는것에 집중하면 자신이 과거에 경험했던 평화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즉 행복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는 말로 이어진다. 우리는 뇌졸중에 걸리지 않아도, 임사체험을 경험하지 않아도 감정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다.
테일러박사가 전한 깊은 마음의 평화에 상태에 들어갔던 경험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다스려보자.
질 볼트 테일러(Jill Bolte Taylor,1959~), 미국의 뇌과학자
인디애나대학 의과대학에서 신경해부학을 전공했다. 하버드대학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중 37세의 나이로 뇌졸중에 걸린다.
뇌 기능이 하나둘 무너지는 과정을 몸소 관찰한 최초의 뇌과학자인 그녀는, 수술과 8년간의 회복기를 거치며 뇌에 대한 깊이 있는 자각을 얻는다. 회복 후 그는 이 특별한 경험을 TED 강연으로 공개했고 조회 수 2500만 건을 넘는 역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후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감동을 전해주었으며, 《타임》에서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바 있다.
https://youtu.be/mQlopMu7fQ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