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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들면서 하고 싶은 일보단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어느 정도 生의 유치함을 벗은, '그래 이제는 어른이 되었다' 스스로 인정한 순간부터 우리는 책임과 무게, 고민과 체념이 섞인 건조한 삶을 살아왔다. 그럼에도 모두는 꿈꾼다. 완벽한 어른이 되는 각자의 모습을. <연애시대>의 은호와 동진이 그리는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이혼한 부부지만, 가급적 쿨하고 의연한 감정 선을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신도시 분당을 배경으로 근사한 어른을 꿈꾸는 두 남녀는, 춘천행 기차 안에서 그것이 어른들의 희망사항에 불과함을 뒤늦게 인정했다. 어른들의 동화, 어른들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가을 초입의 여행은 드라마 <연애시대>를 복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 언제부터 장래희망을 이야기하지 않게 된 걸까?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고, 1년 뒤가 지금과 다르리라는 기대가 없을 때.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니라 하루를 견뎌 낼 뿐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연애를 한다. 내일을 기다리게 하고, 미래를 꿈꾸며 가슴 설레게 하는 것.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
헤어지고 시작된 이상한 연애 공간 날이 유난히 맑았다. 가을을 예고하는 8월의 끝자락은 높은 하늘과 뭉게구름을 기분 좋게 선물하고 있었다. 실로 얼마 만에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었던가. 볕은 여전히 따가웠지만, 막힘 없는 도로 덕에 시원한 바람이 차 안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분당 초입으로 늘어선 공사현장, 발아래 흐르는 탄천 자전거도로, 멀리 성곽처럼 들어선 프리미엄 아파트촌이 여기가 바로 '신도시'임을 말해 준다.
서울로부터 벗어난 이곳에는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까. 드라마 <연애시대>의 두 주인공, 동진과 은호가 사는 마을은 다소 도회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사진 위_정자역 카페골목은 유럽 어느 거리를 옮겨놓은 듯 이탈리안 다이닝과 카페로 가득하다. 이웃사촌이 되어 서성이는 두 남녀 '이혼하고 시작된 사랑'을 주제로 방영된 <연애시대>는 방대한 스케일이나 극적 구조를 내세운 것은 아니지만, 실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덤덤한 연기로 수많은 '연시' 마니아들을 양산했다. 2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이들이 은호(손예진)와 동진(감우성)을 곁에 두는 건, 바로 맹물 같던 주인공들의 감정이 우리가 매 순간 목도하는 연애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까닭이다. 이혼을 겪은 동진과 은호는 분당을 중심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서현역, 정자역, 미금역 등 차로 20~30분이면 휘휘 둘러볼 수 있는 분당 일대에는 <연애시대> 촬영지의 상당 부분이 자리한다. 애당초 공간을 염두에 두고 연출이 이루어진 것처럼, 분당이라는 신도시는 <연애시대>를 위해 존재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 덕분에 하루 반나절 산책하는 마음으로 걷다 보면 주인공들의 '보금자리'에서부터 은호의 '자전거 출근길', 아지트로 유명한 '카페 숲'과 문제의 '던킨도너츠 매장', 거기다 지호와 닥터 공이 연애를 나누던 '분당제생병원'까지 연애시대 투어에 나설 수 있다. 그 감성여행은 노란 분당선, 분당역 2번 출구에서 시작한다. 드라마 1회 중반의 '분당역 2번 출구'는 인파 속에서 동진과 지호가 우산을 쓰며 사라지던 장면에 등장했다. 비 오는 퇴근 길, 형부에게 빨간 우산을 내밀던 지호(이하나)의 의뭉스런 웃음이 인상 깊던 장면. 정자역 2번 출구는 아치형으로 뻗은 신기교를 중심으로 1번 출구와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데,한밤중 빛나는 다리 위 텅스텐 불빛과 그 아래 후르는 탄천이 신도시의 정갈한 모습을 뽐낸다. 여기에 맞은편 정자역 3번 출구 안쪽으로는 우리가 잡지와 블로그 등을 통해 익히 보아온 그 유명한 '정자동 카페골목'이 있다.
두산과 아이파크 등 프리미엄 아파트들이 밀림을 이루는 골목은 기존의 아파트 상가가 보여 주는 구수하고 서민적인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세탁소, 빨래방, 슈퍼마켓 등 주민들의 일상을 책임지던 삶과 직결된 필수상가들 대신 고급 멀티숍, 애완동물 미용실과 각종 이탈리안 레스토랑들이 밀집해 있다. 청담동 어느 골목을 옮겨온 듯 사람들은 노천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오후의 여유를 만끽한다.
삶의 고달픔을 토로하는 대신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를 소비하는 것. 그것이 분당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주변상권의 모습이다. 은호와 동진 역시 그들만의 아지트를 두지 않았던가. 분당역 4번 출구로 나와 백궁 삼거리까지 5분여를 걷다 보면, 왼쪽 골목으로 '던킨도너츠 정자점'이 자리한다. 은호와 동진이 사소한 핑계를 들며 시시콜콜히 만나곤 하던 문제적 카페. 테라스에 앉아 떠나가는 여름 햇살을 만끽하는 동네 사람들이 더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한눈에 짐작되는 은호와 동진의 테라스 자리를 지나 매장 안으로 들어선다. 은호가 즐겨 마시던 녹차쿨라타는 이미 메뉴에서 사라진 지 오래지만, 매장 안에는 서로를 유리창 너머로 몰래 훔쳐보던 그들의 안타까운 시선이 남아있다.
대낮에도 매장을 가득 채운 동네 아주머니들의 소음, 그 덕에 드라마의 감성 하나 곱씹지 못하는 시장통 같은 공간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득부득 창가에 자리를 잡는다. 스트로우를 깨작깨작 물고는 창밖을 내다본다.
유경이와의 결혼을 얘기하던 동진의 덤덤함, 대학교수와의 만남을 상담받던 은호의 쓸쓸함까지. <연애시대> 마니아라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인물들의 감정이, 북적이는 소음을 비집고 떠오른다. 던킨도너츠 정자점이 이혼 뒤 만남의 장소였다면, '카페 숲'은 동진과 은호의 결혼시절을 고스란히 간직한 추억 속의 공간이다. 왕년에 힘 좀 쓴 조폭 사장님이 운영하는 카페 숲은 정자3동 이마트 뒤 카페 골목에 자리한다. 외관만 촬영한 채 내부는 세트에서 이루어졌다고. 은호와 동진의 결혼기념일과 생일 등을 치르거나 혹은 연애시절 맥주 한잔 즐기던 환기의 공간은 이혼 뒤 그리움의 장소로 변질되었다.
동진이 그리운 날, 은호는 홀로 찾아와 술잔을 홀짝이기도 했고, 어느 날은 우연히 마주쳐 합석을 하기도 했던 카페에 동진이 유경을 데려오면서 추억도 그렇게 바라지는 듯 보였다. 사실 우리 삶이 대부분 그렇지 않던가. 누군가를 잊기 위해선 또 누군가를 만나야만 하는 힘이 없는 과거. 시간이 된다면 카페에 들러 차 한잔 들어 보도록 하자. 카페 앞으로 아담한 공원이 있어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우리의 삶은 너무도 약하여 어느 날 문득 장난감처럼 망가지기도 한다. 언젠가는 변하고 언젠가는 끝날지라도, 그리하여 돌아보면 허무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우리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사진 위 왼쪽, 사진 아래_동이 4길 일대는 은호의 자전거 코스로 등장했다. 언덕 위로는 산책길이 있어 등산을 즐기거나 계곡물에 발을 담그기에도 좋다. ▷사진 위 오른쪽_탄천 자전거 전용도로. 차량이 진입할 수 없어 분당 사람들의 하이킹 코스로 사랑 받는다 <연애시대>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라이프스타일은 많은 이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지적인 수트 차림의 북마스터 동진,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던 은호의 건강한 모습은 부러움을 사기 충분했다. 분당고등학교 뒤편 '동이 4길' 언덕은 은호가 매일 출퇴근을 하던 자전거 길.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산자락에 자리해 마치 작은 휴양림에 들어선 듯하다. 베이지색 재킷에 후드티를 내어 입고 힘차게 페달을 밟던 단발머리의 은호를 기억하는 이들은 아직도 <연애시대>의 서정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로 그녀의 출근모습을 꼽는다. 은호의 출근길과 동진의 출근버스는 동선이 같아, 늘 버스 뒷자리에 앉은 동진은 자전거를 타는 여성의 뒷모습만 봐도 힐끔거리곤 했다.
그 아련한 시선의 교차가 이루어지는 자전거 코스는 동이 4길로부터 불정교 사거리를 지나 탄천 자전거 전용도로 이어진다. 탄천 주변 가운데 '봉우재 공원'은 7회와 16회에 동진과 은호의 다정한 데이트 장소로 등장했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아늑한 만남의 장소로 공원만한 것이 있을까. 우리는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떠올리며 늘 상상하곤 한다. 푸른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정갈하게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는 어느 행복한 가족의 한때. 아이는 아빠와 공을 차며 놀고, 엄마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풍경. 어른들의 연애와 사랑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 혹은 더 소박하여 공원 데이트에 더없는 행복감을 느낀다. 동진과 은호가 보여주고자 했던 엔딩씬의 행복한 모습은 그래서 조금 인위적이고 가식적이다.
<연애시대>가 보여준 특별한 감성이 다른 드라마들과 다를 바 없이 일반화되는 데 불만을 느꼈던 탓이다. 하지만, 공원 잔디 위로 나른한 단잠을 즐기며 남편과 딸을 바라보는 은호는 속으로 말한다. "여기가 내 시간의 끝이 아니기에, 지금의 우리를 해피엔딩이라 말할 수는 없다"고. 솔직하지 못한 그들의 집은 '분당요한성당' 주변에 위치한다. 성당 바로 뒤편의 은호네 집은 누군가의 가정집으로, '헤어캔버스 바이 선우'라는 헤어살롱 간판이 정겹다. 차마 인기척을 내기 조심스러운 그 집 마당을 까치발을 들고 훔쳐보노라면, 어느새 마음은 은호 주위를 서툴게 서성였던 동진이 되어 간다. 동진의 집은 은호의 집으로부터 걸어서 10여 분 거리에 자리하는데, 서현지구대의 '이화빌라'가 바로 그곳. 은호가 지호와 함께 새 집을 얻은 데 반해 동진은 지호와 살던 보금자리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었다.
채 마르지 않은 건조대의 양말을 뺨 위로 갖다 대며 분주한 출근준비를 하던 그에 비해 은호는 얼마나 정갈했던가. 둘의 보금자리에서 살아가던 동진보다도, 그 보금자리를 벗어나 살던 은호의 상실감이 더 컸다라고 말하면 엄청난 비하일까. 일기장을 찾아 동진의 집으로 몰래 찾아온 은호가, 자신이 던진 숟가락에 움푹 팬 벽 언저리를 만지며 무너지던 모습이 아직도 선한 그 집. 들어갈 수는 없지만 드라마의 느낌만은 고스란히 짐작할 수 있는 공간을 멀리서나마 확인하고 돌아선다. 사실, 은호와 동진의 집은 '연애시대 투어'라고 하기엔 어설프고 초라하다. 남의 집이라 세트장처럼 들여다볼 수도, 그렇다고 외관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작품에 푹 빠져 있던 이들은 그저 그들의 집 앞을 서성이는 것만으로도 차마 솔직할 수 없어 괴로웠던 그들의 서늘한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연애시대 OST '를 찬찬히 더해 듣다 보면 감수성은 한결 풍성해진다. 이 밖에 판교IC 초입의 '분당제생병원'은 닥터공(공형진)과 지호가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던 장소. 제생병원 맞은 편 공원에서 주로 촬영이 이루어졌으며, 지호의 엽기적이고 4차원적인 캐릭터가 극에 톡톡한 즐거움을 주며 많은 이들을 끌어 모았다.
△사진 위 왼쪽_은호와 동진의 행복한 엔딩 씬을 촬영했던 봉우재 공원 △위 가운데_은호의 집 입구. 강원도 춘천
"너 이게 뭐하는 짓이야?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죽으러 가는 거야?" "기차여행, 가는데" "그러니까 무슨 여행! 자살여행?" "춘천… 밤기차 여행" 문득 사는 것이 지루한 순간 밤 기차에 오르다 '춘천(春川)'은 늙지 않는다. 춘천은 늘 춘천 같아 늘 봄이고 늘 행복하다. 누구나 대학시절 가슴 설레는 첫사랑의 추억 하나쯤은 간직한 연인들의 도시. 그래서 세상 모든 남녀는 춘천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은호가 자살하러 떠났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정신없이 춘천행 기차에 올라 탄 동진은 선반위의 신문을 꺼내려던 그녀의 등짝을 향해 절박하게 쏘아붙인다. "너 이게 뭐하는 짓이야?"라는, 단 한번도 거칠게 화내어 본 적 없는 동진에게서 튀어나온 다급한 고함. 모든 것이 지호의 거짓말임을 알게 된 두 남녀는 그렇게 춘천행 밤기차를 타고 서로를 마주한다. 감빛 벨벳 의자시트가 향수를 자극하는 무궁화호는 어두컴컴한 밤길을 가르며 춘천으로 치닫는다. 경춘선 기차를 타는 순간, 우리는 종종 무장해제되는 마음을 느낀다. 대성리-청평-가평-강촌-춘천으로 연결되는, 그 개개의 이름만으로도 떠오르는 무수한 추억들이 건조한 마음을 순수하게 녹여낸다.
그래서 스무살을 넘기면서부터 경춘선은 호남선과 경부선에 비해 늘 특별했다. 서울역과 용산이 아닌 청량리에서 탈 수 있는 유일한 열차라는 점, 퇴근 뒤 훌쩍 몸을 실을 수 있다는 점도 모두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는다. 동진과 은호는 춘천행 열차 안, 맥주 한 캔을 들고서야 비로소 조금씩 눌러 왔던 속말들을 꺼낸다. "사는 게 지루했어. 이동진 금단현상 같은 거, 6년 동안 당신의 자리가 조금 컸던가 봐." 그러다 들려오는 안내방송. "다음 정차역은 대성리, 대성리입니다." 이쯤에서 내린다면 서울까지 돌아가는 건 어렵지 않다고 은호는 남자를 설득했다. 잠시 뒤 대성리역에 멈춘 밤 기차. 3번 칸 문이 열리며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타기를 반복한다. 차마 동진의 뒷모습을 지켜볼 자신이 없던 은호는 화장실 거울을 마주하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동진은 돌아가지 않았다. 그 둘은 춘천까지 그렇게 침묵했다. 마음이 아프면 왼쪽 심장 언저리를 한 손으로 누르던 은호는 또 그렇게 감정을 꾹꾹 눌러 가며 차마 물어볼 수 없던 동이의 안부를 그제야 꺼냈다. 연인들이 가장 솔직해지는 춘천까지의 여정은 청량리로부터 1시간50분.
△사진 위,아래 왼쪽_청량리에서 남춘천역까지 향하는 2시간 동안, 은호와 동진은 침묵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한다 △사진 오른쪽_밤이 내린 남춘천역의 플랫폼 기차에서 내린 그들은 공지천 다리를 걷는다. 시커먼 어둠이 내려앉은 을씨년스러운 춘천의 밤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말없이 걷는 동안 마음은 기차 안에서보다 한결 더 솔직해진다. 고백의 순간에 용기를 더해 주는 건 바로 밤공기가 만들어내는 진중함일 테다. 유경과 결혼을 하고서야 은호의 소중함을 알게 된 동진은 뒤늦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만, 은호는 단호히 그 마음을 거절한다.
은호가 홀로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던 곳은 공지천 다리 아래의 황금비늘 산책길. 그녀는 이곳에서 '원주 사는 K'가 되어 라디오 방송에 고민을 상담받는다. "어떨 땐 그럭저럭 살 수 있을 것 같다가 또 어떨 땐 이대로는 못 견디겠다 싶다가도, 그냥 눈물이 나올 때도 있고 멍해질 때도 있고 그래요. 그 사람을 더 이상 만날 수 없을지 모르겠다 생각하고 나서부터는 사는 게, 지루해졌어요." 그런 은호에게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면 이 세상도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하는 은호 아빠의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낮게 떨리고 있었다. 춘천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남녀는 그제야 엉킨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1년, 또 1년. 자연스레 흐르는 시간만큼 상처가 무뎌지기를 기다리면서 다시 하나가 되는 두 사람. 일상은 흐르고 사람들은 매 순간 추억을 만들며 살아가지만, 그래도 먼 훗날의 우리가 지금의 이때를 후회스럽게 기억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저 순간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문득 사는 게 지루하다 느낀다면 홀연 춘천행 밤 기차에 올라 보는 것도 좋다. 열차 칸 전체를 내 공간처럼 독식할 수 있는 그때, 창문으로 비치는 내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며 가장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춘천행 기차는 여행을 떠나는 모두의 기차라 혼자라 한들 아무도 이상하게 보는 이 없으며, 또한 역에 내려 굳이 뭔가를 둘러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남춘천역이라 쓰인 소박한 기차역은 그 자체로 추억이고 여행이고 특별한 의미가 되니 곧장 서울로 향한들 여행을 망칠 까닭이 없다. 솔직하고 싶거든 춘천으로 떠난다. 은호와 동진의 얽힌 실타래가 풀렸던 그곳에서, 세상 모든 연인들은 가장 해맑은 얼굴로 웃게 된다.
△ 공지천 다리와 그 아래황금비늘 길. 너무 늦어버린 마음을 고백하던 동진과 그를 애써 외면하던 은호가 걷던 곳 information 분당 반포IC에서 판교IC로 진입. 차로 20여 분 소요. 전철의 경우 분당선 정자역 하차. 춘천 청량리-남춘천역 열차가 하루 13회 운행되며 1시간50분 소요. 버스의 경우 센트럴고속터미널에서 하루 20회 운행하는 고속버스와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75회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모두 2시간 정도 소요. 자가용의 경우 서울-구리-청평-가평 코스로. 소요시간 약 2시간30분. 남춘천역 033-257-7022, 춘천 고속버스터미널 033-256-1571, 6010 연인들을 위한 춘천 데이트코스
'강원도립화목원'은 꽃과 숲이 어우러진 대형 목재원. 시원한 분수와 이색적인 선인장 등은 서로 대화 나누며 돌아보기 좋다. '공지천 다리'는 춘천역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위치하며, 다리 아래로 흐르는 공지천을 따라 산책과 하이킹, 오리보트타기와 같은 연인들을 위한 체험을 즐기기 좋다. 특히 소설가 이외수가 좋아하는 황금비늘 거리를 오순도순 산책하는 연인들이 많다.
문의 http://tour.chuncheon.go.kr 033-250-30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