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겉시속차인 어느 위대한 개의 이야기
벅이라는 개가 있다. 이 개는 썰매 개이다. 원래 벅은 썰매 끄는 개가 아니었다. 밀러 판사 저택에 군림하는 어느 한 (개)제왕 이었다. 어쩌다가 노름하는 어떤 하인에 의해서 썰매 개가 된 거다. 이 벅이라는 개는 일찌감치 몽둥이와 송곳니의 법칙을 따르는 북쪽 땅에 적응했다. 급기야는 피를 원하는 원시적(?)인 상태까지 이르게 되었다. 썰매 개들의 대장을 죽이고 자신이 대장이 된 벅은 여행 중에 손턴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영원히 그의 개가 됬다. 그러나, 벅이 잠시 그의 곁을 떠나 있었을 때, 이하트 부족이 와서 손턴의 목숨을 앗아 갔다. 벅은 이하트 부족의 전체를 다 죽이고, 늑대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어 살아가게 된다.
이 책을 대략, 아니 한 줄로 요약하면, ‘벅이라는 개가 작은 저택의 제왕에서 늑대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기까지, 광활한 알레스카를 정복한 어느 위대한 개 이야기.’ 라고 할 수 있다. 유달리 배우는 것이 빠르고, 몸집이 크고, 리더십이 강했던 개, 벅은 겉뜨속차가 아니라, 겉시속차인 위대한 개이다.
책을 읽다 보니, 이래서 어른들이 항상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고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벅은 손턴 앞에서는 온전히 손턴의 개였지만, 손턴의 곁을 떠나면, 아예 늑대 같은 개가 됬다. 손턴에게는 벅은 충성심 강하고, 착한 개였겠지만, 벅의 내면에 있던 자연의 모습은 혼자 있을 때 드러난 것이다. 이걸 보면 엄마가 항상 하던 이야기가 또 생각난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내면의 모습이 드러난다고 늘 말하신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까,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 같고, 그저 귀찮은 엄마의 잔소리가 다 뜻이 있고, 내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것처럼 겉과 속은 다르다는게 또 적용이 된다. 또 그러고 보니까, 겉과 속은 다르다, 겉차속뜨, 겉뜨속차와 같은 말들이 겉으로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에서 늘 마주하고, 너무나도 중요하지만 안 중요하기도 하게 되는 사사실이다. 자신이 겉따속차 또는 겉차속뜨의 사람이 된 적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괜찮아~! 괜찮아~!”하고서 집에 와서 엄청난 이불킥을 한 적이 많다. 그래서 이 주제가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던 것 같다. 내가 겉차속따인 사람이니까.
자유 주제로 에세이를 써야 해서 가장 짧은 책인 이 책을 골라 읽었지만, 이런 주제를 찾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냥 뭐 야성에 관한 이야기에 대해서 쓸 줄만 알았다지, 겉시속차라. 꽤 괜찮네. 만족한 글이었다. 이 책의 표지가 너무 인상적이다. 하늘색으로 채색 된 눈 오는 산맥에 벅, 아니 늑대?가 울부짖는 모습이다. 겨울이라 이 표지를 보고 골랐다는 변명도 있다. 아, 그리고 이 책의 표지와 내용을 보면, ‘겉추속소름'이라고 할 수 있다. 잭 런던님! 어케 이런 책을 쓴거에요? 마치 진짜 개의 심리 상태를 보는 것 같아요.
겉시속차인 벅이라는 어느 위대한 개의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제 에세이 잘 읽… 아니 썼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