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고등학교를 다녔던 1990년대와는 달리 요즘에는 많은 학생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 되어 있다. 심지어 고3 학급의 학생들
중에서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의 수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매일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일상적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화기의 본질적인 기능인 의사소통 기능에 충실한 2G 폰과는 달리 스마트폰에는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그러기에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를 단 하나의 기기로 충족시키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다양화된 기능들이 스마트폰 유저들에게 독이 되고 있다.
특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그렇다.
고등학교 학생들 중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나지 않는 아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스마트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때가 많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학생들이 일과시간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학생들이 이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아침마다 담임 선생님께 휴대폰을 제출해야 하지만 공기계를 내는 등의 편법적인 방법으로 규율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매시간 수업이
이어지는 학교생활 와중에도 어떻게든 스마트폰을 이용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이미 스마트폰에 심각하게 중독되어 있는 수준이다.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자극적인 컨텐츠에 노출되어 온 이와 같은 학생들에게 교과서 공부와 학교수업은 지루한 고문일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스마트폰이 그들에게서 앎과 배움의 즐거움을 빼앗아 버린 형국이다. 독서가 취미인 학생이 눈에 띄게 줄어든 현상도 스마트폰 사용자의
증가와 맞닿아 있다. 이처럼, 흔히 ‘마음의 양식’이라고 불리는 책을 읽는 학생들이 줄어드는 현상은 대한민국의 정서와 정신적 토양의 기반을
위태롭게 한다. 자라나는 신체과 함께 성장해야 하는 학생들의 정신과 지성이, 독서와 학습을 통해 얻어지는 필수 영양소의 결핍으로 정상적인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자라나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빼앗는 스마트폰의 폐해가 이렇듯 심각하니,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19세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해달라고 억지 주장이라도 펴고 싶다.
스마트폰 사용에 알게 모르게 중독된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들어와 목표를 갖고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꽤 된다. 이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한 일이겠지만, 이 아이들이 자신의 목표에는 턱없이 부족한 자신의 실력과 학습능력을 깨닫게 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피나는 노력으로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이 산을 넘지 못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좌절하거나 제대로 된 노력을
기울여 보지도 못한 채 포기한다. 이렇게 학습과정에서 채워지지 않은 인정욕구가 지나친 SNS 활동으로 발현되거나, 게임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 앞에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스마트폰의 폐해를 정확히
인지하고, 자신의 편이에 따라 부모 스스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일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로, 초등학생을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가 독서나 운동 등 건전한 취미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자유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이 쉽게 스마트폰에 빠진다는 것을
명심하고, 아이의 건설적인 취미생활을 지지해 주어야 한다. 자신을 성장시키고 부모와 교사로부터 칭찬을 받도록 만드는 취미를 가진 아이라면
스마트폰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세 번째로, 이미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중학생을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가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고 그에 따른 작은 목표들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운 후, 일상의 크고 작은 성취감을 맛보도록 유도해야 한다. 삶과 학습의 작은 목표들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조금씩 줄여가도록
지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에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네 번째로, 이미 스마트폰 중독 수준의 고등학생을 키우는 부모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억지로라도 아이에게서 휴대폰을 빼앗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이러한 극단적인 방법은 현실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는 한편, 다시 처음부터 아이를 키운다는 심정으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아이의 변화를 기다려주고 지켜봐주어야 한다. 방향만 바르게 설정된다면, 시간이 오래 걸릴지언정 반드시 아이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는 순간을 보게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미치는 스마트폰 사용의 폐해가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 전에 앞에 열거한 선택지들을 실천하는 부모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이 땅의 많은 부모들이 “The Sooner, The
Better!“라는 말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기사입력: 2017/04/06 [14:57]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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