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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률이상 제3권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2. 땅[地部] ①
1) 염부제(閻浮提)
(1) 나라와 봉강(封疆)과 생산되는 물건
① 염부제 안의 방원(方圓)과 원근(遠近) 및 나오는 물건
염부제 안에는 16대국과 8만 4천의 성과 여덟 명의 국왕과 네 명의 천자(天子)가 있다. 동쪽에는 진국(晉國) 천자가 있고 인민들은 치성하며, 남쪽에는 천축국(天竺國) 천자가 있고 토지에는 훌륭한 코끼리가 많다. 또 서쪽에는 대진국(大秦國) 천자가 있고 토지에는 금과 벽옥(璧玉)이 풍부하며, 북쪽에는 월지국(月支國) 천자가 있고 토지에는 좋은 말이 많다. 8만 4천의 성에는 6천4백 종류의 사람과 1만 종류의 음향과 56만억의 언덕 더미가 있으며, 고기는 6천4백 종이 있고, 새는 4천5백 종이 있으며, 짐승은 2천4종이 있고, 나무는 1만 종이 있으며, 풀은 8천 종이 있고, 여러 가지 약은 740종이 있으며, 여러 가지 향은 43종이 있고, 보배는 121종이 있으며, 순전한 보배[正寶]는 7종이다. 바다에는 2천5백의 나라가 있는데, 180나라가 오곡(五穀)을 먹고 2,320나라가 물고기와 자라를 먹는다. 다섯의 국왕이 있는데, 한 왕이 5백 개의 성을 주관한다. 첫째 왕의 이름은 사리(斯梨)며, 그 국토에서는 모두 부처님을 섬기고 뭇 삿된 것은 섬기지 않는다. 둘째 왕의 이름은 가라(迦羅)이며, 그 토지에서는 7보가 나온다. 셋째 왕의 이름은 불라(不羅)이며, 그 토지에서는 43종의 향과 흰 유리(琉璃)가 나온다. 넷째 왕의 이름은 사야(闍耶)이며, 그 토지에서는 필발(必鉢)과 호초(胡椒)가 나온다. 다섯째 왕의 이름은 나파(那頗)이며, 그 토지에서는 백주(白珠)와 일곱 가지 빛깔의 유리가 나온다. 5대국의 성은 거의 검고 짧고 작으며, 서로의 거리가 65만 리이고, 이로부터는 바닷물이 있을 뿐 인민들은 없다. 철위산(鐵圍山)과의 거리가 140만 리요, 그 중에는 아굴마(阿堀摩)가 사람을 죽인 곳이 있는데, 사위국(捨衛國) 동쪽 8만 10리에 있으며, 부처님께서 교화하시던 곳 역시 동일한 곳이다.
구이나갈국(拘夷那竭國)은 가유라국(迦維羅國)의 동남쪽 1천 리에 있고, 왕사국(王捨國)은 가유라국(迦維羅國)의 동남쪽 2천2백 리에 있으며, 부처님께서 도를 얻으신 곳은 왕사성의 동남쪽 2백 리에 있다. 유야리국(維耶離國)은 가유라위국의 동쪽으로 1천8백 리에 있고, 내녀국(㮈女國)은 유야리성 남쪽으로 3리 길 서쪽에 있으며, 구섬미국(拘晱彌國)은 가유라위국 서남쪽으로 1천2백 리에 있고, 섭파국(葉波國)은 가유라위국 동쪽으로 1,280리에 있으며, 난국(難國)은 가유라위국의 동쪽으로 3천2백 리에 있다.
사위국(捨衛國)은 가유라위국 서쪽으로 5백 리에 있고, 바라내국(波羅㮈國)은 가유라위국 서쪽으로 960리에 있으며, 부처님께서 법륜을 굴리신 곳은 바라내국 북쪽으로 20리에 있고, 나무 이름은 향정(香淨)인데, 악마를 항복 받은 곳이다. 바라내사국(波羅㮈私國)은 사위국 남쪽으로 1천4백 리에 있으며, 중간에는 항하수(恒河水)가 있어서 동남쪽으로 흐른다. 기사굴산(耆闍堀山)에는 5백의 산악이 있는데, 부처님께서는 경을 외우며 중악(中嶽)에 계셨고, 왕사국은 그 중악의 아래에 있다.『십이유경(十二遊經)』에 나온다.
물었다.
“사바제가비라바(捨婆提迦毘羅婆)나 바라내성(波羅㮈城) 같은 데도 모두 왕과 왕사(王捨)가 있는데, 무엇 때문에 유독 이 성만을 왕사라 하였는가?”
대답하였다.
“어떤 사람은 말하였습니다.
‘이 마가타왕(摩伽陀王)에게는 머리 하나에 두 얼굴과 네 팔이 있는 아들이 있었는데, 당시 사람들이 상서롭지 않게 여기는지라, 왕이 그 몸과 머리를 나누어 들판에 버렸다. 그러자 이라(梨羅)라는 나찰(羅刹) 여귀(女鬼)가 도로 그 몸을 합쳐서 젖을 먹여 길렀다. 그 뒤에 커서 성인(成人)이 되어 힘으로 모든 나라를 병합하고서는 1만 8천의 왕을 잡아다 이 5산(山) 안에 놓아두고 큰 세력으로 염부제를 다스렸으므로, 그 때문에 이 산 이름을 왕사성이라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말하였습니다.
‘마가타왕이 먼저 살던 성에 잘못하여 불이 나서 한 번 타서 한 번 지었는데도 이와 같이 하기를 일곱 번이나 하여 백성들이 사역에 고달파하였다. 왕이 여러 지혜 있는 사람들을 모아 그들의 뜻을 묻자 ≺마땅히 처소를 바꾸어야 한다≻고 하므로 왕은 이 5산의 둘레가 성과 같음을 보고 곧 궁전을 지어 그 안에 머무르게 되었기 때문에 왕사성이라 한다.’
또 옛날 이 나라에는 바수(婆數)라는 왕이 있었는데, 세간을 싫어하고 출가하여 선인(仙人)이 되었습니다. 이 때에 집에 있는 바라문과 출가한 선인들이 함께 논의하다가 집에 있는 바라문이 ‘하늘에 제사할 적에는 살생하여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하였고, 출가한 신선들은 ‘안 된다’고 하며 서로가 다투었습니다. 여러 출가한 바라문들이 ‘여기에 대왕으로서 출가하여 선인이 되신 분이 계신데 그대들은 믿겠는가?’ 하자, 집에 있는 바라문은 ‘믿겠다’고 하였습니다. 출가한 신선은 ‘나는 이 사람으로써 증명을 삼으리라. 뒷날 가서 묻자’고 하였는데, 집에 있는 바라문은 먼저 바수 선인이 있는 곳에 가서 바수 선인에게 ‘내일 논의할 적에 당신은 우리들을 도와주셔야겠습니다’고 하여두었습니다. 여러 출가한 선인들이 묻기를 ‘하늘에 제사할 적에 살생하여 고기를 먹어야 합니까?’라고 하자, 바수 선인은 ‘살생하여 고기를 먹어야 합니다. 이것은 살고 있다가 하늘에게 제사할 적에 죽기 때문에 천상에 나게 됩니다’고 하므로 출가한 선인은 ‘그대는 크게 옳지 못하도다. 그대는 큰 거짓말을 하는구나’고 하면서 침을 뱉으며 ‘죄인아, 사라져 버려라’ 하였는데, 그 때 바수 선인은 바로 땅에 빠져들며 복사뼈까지 묻혔습니다. 이것이 큰 죄의 문이 열리게 된 시초입니다.
여러 출가한 선인들이 말하기를 ‘그대는 참말을 하여야 합니다. 만약 일부러 거짓말을 하면 그대의 몸은 장차 땅 속으로 빠져 들어갈 것입니다’ 하였는데도, 바수가 ‘내가 알기로는 하늘을 위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을 죽여서 고기를 먹어도 죄가 없습니다’고 하자 무릎까지 빠져 들어갔으며, 이렇게 하여 점차로 허리와 목까지 빠져 들어갔습니다. 출가한 선인은 말하기를 ‘그대가 지금 거짓말을 하는지라 현재 세상에서 과보를 받는 것이니, 다시금 참말을 한다면 비록 땅 아래로 들어갔기는 하나 우리들이 그대를 빼내어 죄를 면하게 할 수 있습니다’고 하였습니다. 바수는 생각하기를 ‘나는 귀중한 사람이다. 두 가지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또 4위타법(韋陀法)에도 하늘에 제사하는 법을 찬탄하였으니, 나 한 사람이 죽은들 무엇이 아깝겠는가?’ 하고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말을 하되 ‘하늘에 제사하는 동안에는 살생하여 고기를 먹는 것은 죄가 없다’고 하자, 이에 온몸이 땅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이로부터는 언제나 바수 선인의 법을 쓰면서 하늘에 제사지낼 적에는 양을 죽였는데, 칼을 내려칠 때에 말하기를 ‘바수가 너를 죽인다’고 하게 되었습니다.
바수의 아들 이름은 광차(廣車)인데, 왕위를 이어받아 왕이 되었으나 역시 세간의 법을 싫어하면서도 출가하지 못하고 생각하기를 ‘나의 아버지는 출가하였는데도 산 채로 땅 속으로 들어갔다. 만약 천하를 다스리면 다시 큰 죄를 지을 터인데, 나는 이제 어떻게 하면서 살아가야 할까?’ 하였는데, 이 때에 공중에서 소리가 나기를 ‘그대가 만약 다니다가 만나기 어렵고 있기 드문 처소를 보게 되면, 그곳에 집을 짓고 머물러야 하리라’고 하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왕이 사냥을 나갔는데 질풍같이 달아나는 사슴이 있음을 보고 왕이 그를 쫓았고, 백관 시종도 따랐으나 미치는 이가 없더니, 그 앞에 보이는 5산(山)의 둘레가 준엄하고 견고하여 그 땅이 장엄하였고 하늘꽃의 향기가 일며 하늘의 풍악이 들리므로 ‘이곳이야말로 있기 드물고 전에 보지 못한 데로다. 이제 나는 여기에 집을 짓고 머물러야겠구나’ 하고 즉시 본래의 성을 버리고 이 산에 머물렀으며, 이후부터 차례로 머물러 살았기 때문에 왕사성이라 하였습니다.”『대지론』 제3권에 나온다.
(2) 정사(精捨)
① 가란타(迦蘭陀)가 지은 죽원(竹園)의 인연(가란타 장자가 부처님께 정사 를 보시한 일)
가란타(迦蘭陀)라고 하는 부유하고 귀한 장자가 있었는데, ‘나의 동산이 니건(尼揵)에게 주어졌으니, 부처님과 승가를 받들 수가 없구나’ 하고 애석해 하여 누워도 자리가 편안치 못하였다. 이에 반사(半師)라는 대귀 장군(大鬼將軍)은 부처님의 거룩한 뜻을 받들어 즉시 야차(夜扠)를 불러서 말했다.
“‘벌거숭이 염치없는 것들이 여기 살아서는 안 된다’ 하고 니건을 쫓아내라.”
야차가 명을 받들어 니건을 두들기고 기물들을 끌어내매, 니건은 두려워 달아나면서 말하였다.
“이 어떤 악인이기에 난폭함이 이러할까?”
야차가 대답하였다.
“장자 가란타가 죽원을 가져야 부처님의 정사를 짓는다. 대귀 장군 반사께서 너희들을 쫓아내라고 했을 뿐이니라.”
다음날 니건이 팔짱을 끼고 장자를 여러 번 책망하였으므로 장자는 마음으로 ‘나의 소원이 이루어졌구나’ 하고 기뻐하여 니건에게 대답하였다.
“이 모든 귀신들이 강포하고 성을 품었으므로 반드시 해를 끼칠까 두렵소. 버리고 떠나서 다시 편안한 데를 구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그러자 니건은 분을 내면서 그 날로 모두 가 버렸다. 장자가 정사를 지어 승방(僧房)과 앉을 도구 등 여러 장엄을 모두 마치고, 나무 아래로 나아가 부처님과 승가를 청하자, 부처님[衆佑]께서는 보시를 받아들여 머무시면서 교화하시고 제도하시매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중본기경(中本起經)』 상권에 나온다.
② 수달(須達)이 지은 급고독원(給孤獨園)의 인연(수달다가 동산을 사서 정 사를 세우다)
수달다(須達多)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위성(舍衛城) 사람들은 삿된 것을 많이 믿사옵니다. 여래께서는 대자비로 사위성으로 왕림하여 살펴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거기에는 정사가 없는데, 어떻게 갈 수 있겠는가?”
수달이 말하였다.
“제자가 일으키겠사오니, 원컨대 허락하여 주소서.”
세존께서 잠자코 계셨으므로 수달이 말하였다.
“원컨대 사리불(舍利佛)을 보내시어 법식을 가르쳐 주게 하시옵소서.”
그리하여 곧 명으로 같이 가서 두루 살피며 돌아다녔지만 뜻에 맞는 데가 없었고, 오직 태자의 기타원(祇陀園)만이 그 땅이 편편하여 바르고 숲과 나무가 울창하며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중간 위치였다.
수달이 태자에게 아뢰자, 태자는 웃는 말로 말하였다.
“유희하는 곳으로 쓰려 하십니까?”
수달이 간절히 두번 세번 청하자, 태자가 말하였다.
“황금을 땅에 깔되 빈틈이 없게 하면,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수달이 말하였다.
“좋습니다. 삼가 그 값을 따르겠습니다.”
태자 기타가 말하였다.
“내가 장난치는 말입니다.”
수달은 말하였다.
“태자께서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곧 같이 논쟁하였다. 이 때에 수타회천인(須陀會天人)이 사람으로 변화하여 내려와 평론을 하면서 자세히 말하였다.
“대저 태자의 법으로서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값은 이미 결정되었으니 중간에 후회를 마셔야 합니다.”
마침내 결단을 내려 그에게 허락하자, 곧 사람과 코끼리에 금을 지워 나오게 하여 80경(頃) 안을 잠깐 사이에 채우고자 하였으나, 약간의 땅이 남았다.『잡아함경(雜阿含經)』에서는 5백 보(步)라 하였다. 수달은 생각하였다.
‘어느 광의 금이면 될까?’
기타가 말하였다.
“싫으시면 그만두십시오.”
수달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기타는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틀림없는 대덕(大德)이구나. 이 사람으로 하여금 보배를 가벼이 여기는 것을 이렇게까지 하게 하셨으니.’
그리고 곧 수달에게 명하며 말하였다.
“동산의 땅은 경(卿)에게 속하되, 숲의 나무는 나에게 속하므로 나 자신이 부처님께 올리겠습니다.”경에서는 “나 자신이 부처님을 위하여 문과 누대를 지어서 언제나 여래께서 거니시고 출입하게 하겠다”고 하였다.
곧 공사가 시행되었는데, 육사 외도(六師外道)가 이를 듣고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장자 수달이 기타 동산을 사서 구담(瞿曇)을 위하여 정사를 세운다 하니 우리 도중(徒衆)과 도술 겨룸을 허락하여 사문이 이기면 세우기를 허락하고 만약 그렇지 못하면 일으킬 수 없게 하소서.”
그러므로 왕은 수달을 불러 물었다.
“지금 이 육사가 말하기를 ‘경이 동산을 사서 구담을 위하여 정사를 세운다 하니, 그 사문 제자와 함께 기술을 겨루게 하여 이기면 정사 세울 것을 허락하고, 그렇지 못하면 세울 수 없게 하라’고 합니다.”
수달이 집에 돌아가서 때묻은 옷을 입고 근심을 하고 있는데, 이 때 사리불이 그 다음날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서 수달의 집에 도착하여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근심하고 계십니까?”
수달은 자세히 대답하였다.
“이 육사 외도의 무리들은 출가한 지 오래고 정성스럽게 배운 바가 있어서 기술은 미칠 이가 없습니다. 저는 지금 스님을 압니다만, 기술을 겨루겠다고 허락하실 수 있겠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비록 이 육사 외도의 무리가 염부제에 가득 차서 그 수가 대숲과 같다 하더라도 내 발 위의 한 터럭도 움직일 수 없으리다. 무엇이든지 겨루려 하면 마음대로 허락하십시오.”
수달이 기뻐하며 다시 새 옷을 입고 목욕하고 향수 등을 바르고서 즉시 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제가 그에게 물었더니, 그들 뜻대로 하라 하셨습니다.”
왕은 육사에게 말하였다.
“이제 그대들에게 사문과 함께 기술 겨룸을 허락하노라.”
그러자 육사는 나라 인민들에게 널리 알렸다.
“이로부터 7일 후에 성 밖에서 사문과 기예를 겨룰 것이다.”
사위국에는 18억 인이 있었다. 이 때에 그 나라 법으로 북을 쳐서 대중을 모았는데, 동북[銅鼓]을 치면 7억 인이 모였고, 은북[銀鼓]을 치면 14억 인이 모였고, 금북[金鼓]을 치면 모두가 다 모였다. 7일의 기한이 차자 편편하고 넓은 처소에 가서 금북을 두드리니 모두가 다 모였는데, 육사의 도중(徒衆)만도 3억 인이 있었다. 이 때 인민들은 모두가 국왕과 그 육사들을 위하여 높은 자리를 마련하였고, 이 때에 수달은 사리불을 위하여 높은 자리를 마련하였다. 그 때 사리불은 한 나무 아래에서 여러 선정에 들어 생각하였다.
‘이 모임의 대중들이 삿된 것을 익혀 온 지 오래라 뽐내면서 높은 체하니, 초개 같은 군생들을 무슨 덕으로써 항복시킬까?’
생각한 뒤에 서원을 세워 말하였다.
“만약 내가 수없는 겁 동안 부모에게 효도하고 사문과 바라문을 공경하였다면, 내가 처음 모임에 들어가자마자 모든 대중들이 나에게 예배하게 되리라.”
육사는 대중이 이미 모였는데도 사리불만이 아직 와 있지 않음을 보고 바로 왕에게 아뢰었다.
“구담 제자는 스스로가 기술 없음을 아는지라, 많은 회중이 이미 다 모였는데도 두려워서 오지 않습니다.”
왕은 수달에게 말하였다.
“겨룰 때가 이미 되었으니, 부처님 제자는 마땅히 와서 담론해야 하리라.”
그 때 수달이 사리불에게 가서 무릎 꿇고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대중들은 이미 모였습니다. 원컨대 모임에 나오소서.”
이 때 사리불이 선정에서 일어나 다시금 가사를 바로잡고 니사단(尼師檀)을 왼쪽 어깨에 메고 천천히 사자왕과 같은 걸음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자, 이 때 대중들과 여러 육사들은 갑자기 일어나며 풀이 바람에 쏠리듯 모르는 결에 절을 하는데, 이 때에 사리불은 바로 수달이 마련한 자리로 올라갔다. 육사 무리 안에 노도차(勞度差)라는 한 제자는 요술을 잘 부렸다. 그가 대중 앞에서 주문으로 한 그루의 나무를 만들자, 저절로 자라고 넓어져 그늘이 대중의 모임을 덮으면서 가지와 잎은 울창해지며 꽃과 열매가 저마다 기이한지라, 대중들이 모두 말하였다.
“이 변화야말로 바로 노도차가 한 일이로다.”
이 때 사리불이 곧 신통의 힘으로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그 나무의 뿌리를 뽑아 땅에 거꾸러뜨리면서 부수어 작은 티끌로 만들어 버리자, 대중들이 모두 말하였다.
“사리불이 이겼도다.”
노도차가 다시 주문으로 한 못을 만들었는데, 그 못의 사방 변두리는 모두가 7보요 못물에는 갖가지 꽃이 피었다. 사리불은 또 큰 여섯 어금니가 있는 한 마리의 흰 코끼리를 변화로 만들었는데, 그 낱낱 어금니 위에는 일곱 송이 연꽃이 피었고, 낱낱의 연꽃 위에는 일곱의 옥녀(玉女)가 있었다. 그 코끼리가 천천히 못가로 다가가 그 물을 들이마시니, 못은 이내 바짝 말라 버렸다. 노도차가 다시 하나의 산을 만들었는데, 7보로 장엄되고 뭇 못과 나무, 꽃 열매가 아름답고 소담스러웠다. 사리불도 금강역사(金剛力士)를 변화로 만들어 금강저(金剛杵)로 멀리서 그를 가리키자 산이 와르르 무너지며 흔적조차 없어졌다. 노도차가 다시 머리 열 개 있는 한 마리의 용을 만들어 공중에서 갖가지 보배를 비처럼 내리며 우레와 번개로 땅을 진동시켜 대중들을 놀라게 하자, 사리불은 한 마리 금시조(金翅鳥)를 변화로 만들어 용을 갈가리 찢어 씹어 먹게 하였다.
노도차가 다시 한 마리 소를 만들자 몸뚱이가 우람하고 살찌고 힘이 센데, 굵은 다리와 날카로운 뿔로 땅을 후벼 파면서 크게 으르렁거리며 앞으로 돌진해 왔다. 사리불은 또 사자를 변화로 만들어 찢어 갈라 먹게 하였다. 노도차가 다시 그 몸을 야차귀(夜叉鬼)로 변화시켰는데, 형체가 장대하고 머리 위에는 불이 이글거렸으며 눈은 피처럼 붉고 네 어금니는 길고 날카로우며, 입과 눈으로 불을 뿜어내면서 뛰어올라 내달아 왔다. 그 때 사리불이 스스로 몸을 변화시켜 비사문왕(毘沙門王)이 되자, 야차는 질겁하며 도망가려 했지만, 사면에서 불이 일어나 갈 데가 없었는데, 사리불 곁에만 시원하고 불이 없는지라 이내 굴복하며 온몸을 땅에 던져 살려 줄 것을 애걸하여 수치스런 마음을 내자, 불은 절로 꺼져 버리니, 대중은 다 함께 부르짖었다.
“사리불이 이겼다. 노도차는 졌다.”
이 때 사리불은 몸을 솟구쳐 허공에서 네 가지 위의를 나타내며 열여덟 가지 변화를 부리고, 변화를 부린 뒤에는 도로 신족(神足)을 거두고 그의 본래 자리에 와 앉자, 이 때에 모인 대중들은 그의 신통력을 보고 모두 기뻐하였다. 그 때 사리불이 바로 그들을 위하여 설법을 하자 그 복과 행을 따라 저마다 도의 자취[道迹]를 얻었고, 육사의 무리 3억 제자들도 사리불에게 출가하여 도를 배웠다. 장자 수달은 사리불과 함께 가서 정사를 설계하여 손으로 새끼 끝을 잡는데, 이 때에 사리불이 빙그레 웃으므로 수달은 물었다.
“스님, 왜 웃으십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당신이 여기에 땅을 경영하기 시작하자, 여섯의 욕계 하늘에 궁전이 벌써 이룩되었습니다.”
즉시 도의 눈[道眼]을 빌어 수달이 다 보고 나서 사리불에게 물었다.
“이 여섯 욕계 하늘에서 어디가 가장 즐거운 곳입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제4천(天)에는 욕심이 적고 족한 줄 알며, 항상 일생보처(一生補處) 보살이 그 안에 와 나시므로 법의 가르침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수달이 말하였다.
“저는 장차 제4천 안에 가서 나겠습니다.”
그러자 다른 궁전은 모두 다 사라졌다.
수달이 다시 새끼를 잡자 이 때에 사리불이 참연(慘然)히 근심하는 빛을 띠므로 수달이 곧 물었다.
“존자께서는 무엇 때문에 근심하는 빛을 띠십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당신은 지금 이 땅 속의 개미들이 보이십니까? 당신은 과거 비바시불(毘婆尸佛) 때에도 이 땅에 그 세존을 위하여 정사를 세우셨는데, 이 개미들이 아직도 이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서 가섭불(迦葉佛) 때까지 그러하여 91겁 동안 한 가지 몸을 받았습니다.”
정사를 세우는데, 부처님을 위하여 만든 굴은 묘한 전단(栴檀)을 이용하여 향을 만들어 발랐고, 별방(別房)으로 머무를 곳도 1천2백 처소였다. 무릇 120처소에서 따로 건추(健椎)를 치고 나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사신을 보내어 부처님을 청하소서.”
왕이 즉시 사신을 보내어 왕사성에 나아가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원컨대 세존이시여, 사위국으로 왕림하소서”라고 하게 하였으므로 부처님과 4부 대중은 앞뒤로 에워싸고 큰 광명을 뿌리고 천지를 진동시키면서 사위국에 이르셨다. 지나는 객사(客捨)마다 모두 머무셨고, 오시면서 제도한 사람도 한량없으셨다. 점점 사위성 변두리까지 가까워지자 모두가 크게 모여서 여러 공양거리를 지니고 세존을 맞이하고 있었다. 세존께서 나라에 도착하시자, 큰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면서 발가락으로 땅을 누르자 땅이 모두 진동하고 성안의 풍악은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렸으며, 장님은 보게 되었고, 귀머거리는 듣게 되었으며, 벙어리는 말하게 되었고, 곱사등이는 허리를 폈으며, 노쇠한 이거나 나쁜 고질을 지닌 이도 다 완전한 이가 되었다. 온갖 인민으로서 남자거나 여자거나 어른이거나 아이거나 이런 서응(瑞應)을 보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와서 18억 인이 모두 모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병에 따라 약을 주시면서 그들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말씀하시니, 저마다 도의 자취를 얻었다.『현우경(賢愚經)』 제10권에 나오며, 『잡아함경』ㆍ『열반경』ㆍ『중본기경』과 모든 율(律)에서도 대체로 같다.
(3) 산(山)
① 곤륜보산(崑崙寶山)에는 5백 나한(羅漢)이 살고 있다
곤륜산(崑崙山)은 바로 염부제의 땅 중심이다. 산은 모두가 보석이요 둘레에는 5백의 굴이 있으며, 굴은 모두가 황금인데 언제나 5백 나한이 그곳에 살고 있다. 아뇩(阿褥)이란 큰 샘이 산 밖을 에워싸고 있으며 산 안은 평지인데 하천은 그 안에 있다. 하천 언덕에는 네 마리의 금으로 된 짐승의 머리가 있고 입에서는 물이 흘러나오는데, 저마다 한 바퀴를 돌아 그 사방으로 돌아오면 4해(海)로 흘러 든다. 코끼리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라 함은 바로 황하(黃河)가 이것이다. 그 샘의 사방은 각각 25유순이요, 깊이는 21리이다. 샘 안에는 금으로 된 대(臺)가 있고, 대의 사방은 1유순이며, 대 위에는 금연꽃이 있는데, 줄기가 7보로 되어 있다. 여래께서는 5백 나한을 거느리시고 언제나 매달 15일마다 그 안에서 계(戒)를 말씀하신다.『흥기행경(興起行經)』 상권에 나온다.
② 십대 산왕(山王)(염부제의 십대 산왕)
대지(大地)에는 십대 산왕이 있다. 첫째가 설산왕(雪山王)이요, 둘째가 향산왕(香山王)이며, 셋째가 가리라산왕(軻梨羅山王)이고, 넷째는 선성산왕(仙聖山王)이며, 다섯째가 유건타산왕(由乾陀山王)이다. 여섯째가 마이산왕(馬耳山王)이요, 일곱째가 니민다라산왕(尼民陀羅山王)이며, 여덟째가 작가라산왕(斫迦羅山王)이고, 아홉째가 숙혜산왕(宿慧山王)이며, 열째가 수미산왕(須彌山王)이다.『화엄경』제22권에 나온다.
③ 땅이 진동하는 여덟 가지 인연
부처님께서 사위성(捨衛城)에 계실 때에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덟 가지 인연으로 땅은 크게 진동하느니라. 이 땅의 깊이는 6만 8천 유순이요, 물에 지탱되고 물은 허공에 의지하였다. 혹은 또 허공에서 바람이 움직이면 물도 움직이고, 물이 움직이면 땅이 크게 움직이나니, 이것이 첫째의 진동이니라. 비구가 신족(神足)을 얻으면 하고 싶은 대로 자재로 하며, 손바닥처럼 대지를 관하여 땅을 크게 움직이게 할 수 있으니, 이것이 둘째의 진동이니라. 또 여러 천인이 큰 신족을 지녀 큰 위력이 있으며, 능히 땅을 움직이게 하나니, 이것이 셋째의 진동이니라. 또 보살이 도솔천에 있다가 내려와 아래에 태어나려 할 적에는 땅이 움직이나니, 이것이 넷째의 진동이니라. 또 보살이 스스로가 어머니 태 안에 있는 줄 알면 땅이 크게 움직이게 되나니, 이것이 다섯째의 진동이니라. 또 보살이 열 달이 다 찬 줄 알고 어머니 태 안에 나오려 하면 땅이 크게 움직이게 되나니, 이것이 여섯째의 진동이니라. 또 보살이 출가하여 도량(道場)에 앉아 악마를 항복 받고 마침내 등각(等覺)을 이루면 땅이 크게 움직이나니, 이것이 일곱째의 진동이니라. 만약 여래께서 무여열반(無餘涅槃) 경계에서 열반하시면, 이것이 여덟째의 진동이니라.『증일아함경』 제24권에 나온다.
(4) 나무[樹]
① 천광명국(千光明國)의 나무에서 법음(法音)이 나오다
과거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가 사자후고음왕불(師子吼鼓音王佛)이었다. 나라 이름은 천광명(千光明)이었고, 7보로 나무가 되었는데, 나무에서는 공(空)ㆍ무상(無相)ㆍ무작(無作)ㆍ무생(無生)ㆍ무소유(無所有)ㆍ무취상(無取相)이라는 이러한 모든 법의 음성이 나왔다.『제법무행경(諸法無行經)』에 나온다.
② 신약 나무[神藥樹]
신약 나무가 있었는데, 이름이 마타기주염(摩陀祇主厭)이었다. 천하의 온갖 독을 함부로 번지지 못하게 하였다. 몸 길이 120길[丈]이 되는 크게 신묘한 뱀이 있었는데, 그 뱀은 다니면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또 몸길이 5길이 되는 검은 대가리를 가진 벌레가 있었는데, 그 벌레가 다니다가 길 가운데서 이 뱀과 서로 마주쳤다. 그 때 머리를 들어서 앞의 큰 벌레를 깨물려다가 뱀이 약 향기를 맡고 머리를 움츠리며 도망치려 하였는데, 몸이 약나무에 걸려 두 동강이 나면서 머리가 붙은 반 토막은 도망가고, 꼬리는 문드러지며 냄새를 피웠다. 모든 독에 이 뱀의 냄새가 풍기자, 모든 악한 독기가 다 소멸되었다.『선신경(善信經)』 하권에 나온다.
③ 큰 약 나무[大藥樹]
설산(雪山) 꼭대기에 큰 약 나무가 있었는데, 이름은 뿌리에서 나지도 않고 뿌리에서 나지 않음도 아님[非從根生非不從根]이라 하였다. 세로와 너비는 680만 유순이며, 아래로 금강(金剛)의 끝까지 이르렀다. 이 나무에서 뿌리가 나는 때에 염부제의 모든 나무에서 뿌리가 나며, 또 줄기가 나는 때와 가지ㆍ잎ㆍ꽃ㆍ 열매가 나는 때에 염부제 나무의 모두에서 가지와 잎과 꽃이며 열매가 난다. 그 나무의 뿌리가 줄기를 낼 수도 있고, 줄기가 뿌리를 낼 수도 있어서 이 때문에 뿌리에서 나지도 않고 뿌리에서 나지 않음도 아니라고 한다. 어디서나 다 나고 자랄 수 있으나 지옥의 깊은 구덩이거나 수륜(水輪) 안에서만은 생장할 수 없다.『화엄경』 제30권에 나온다.
④ 5면(面)에서 만물을 이익되게 하는 큰 나무
옛날에 물렵(物獵)이라는 왕이 있었다. 나라에 수파제원(羞波提洹)이라는 나무가 있었는데, 둘레가 560리요 아래 뿌리는 840리를 에워쌌으며, 높이 4천 리, 가지는 사방으로 2천 리에 펼쳐졌다. 나무에는 다섯의 열매가 있고 길[道]에는 5면(面)이 있다. 1면에서는 국왕과 궁중의 여러 기녀들이 함께 그 열매를 먹으며, 2면에서는 대신과 백관이 모두 함께 열매를 먹는다. 3면에서는 인민들이 함께 그것을 먹으며, 4면에서는 모든 사문과 도사들이 함께 그것을 먹는다. 5면에서는 날짐승과 벌레와 길짐승이 함께 그것을 먹는데, 그 열매는 모두 두 말들이 병(甁)과 같고, 그 맛은 꿀과 같다. 나무는 지키는 이가 없고, 열매의 몫과 물건도 서로 침범함이 없다.
이 때 인민들 모두의 수명은 8만 4천 살이며, 이 때의 인민들에게는 아홉 가지 병이 있다. 첫째는 추위요, 둘째는 더위며, 셋째는 배고픔이요, 넷째는 목마름이며, 다섯째는 대변이요, 여섯째는 소변이요, 일곱째는 애욕(愛慾)이요, 여덟째는 많은 것을 먹음이며, 아홉째는 나이 들면 늙는 것이다. 여인은 나이 5백 살이 되어야 시집을 간다.『아난념경(阿難念經)』에 나온다.
⑤ 대상장향(大象藏香)
“사람의 속에는 대상장(大象藏)이라는 향이 있는데 용(龍)과 싸움을 함으로 인하여 생긴다. 만약 한 알을 사르면 큰 광명을 일으키면서 가는 구름이 그 위를 덮으며 맛은 감로(甘露)와 같다. 이레 밤낮 동안 향수의 비가 내리는데, 만약 몸에 닿으면 몸이 금빛이 되고, 만약 의복이거나 궁전 또는 누각에 닿으면 역시 금빛으로 된다. 어떤 중생이든지 이 향기를 맡게 되면 이레 밤낮 동안 기뻐하고 좋아하며 온갖 병이 소멸되고 횡액이 없어지며 두려움과 위해(危害)의 마음을 멀리 여의면서 오로지 큰 자비로써 널리 중생만을 생각하게 된다. 나는 그것을 알게 된 뒤라야 그들을 위해 설법하며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불퇴전(不退轉)을 얻게 한다.『화엄경』 제42권에 나온다.
⑥ 우두전단향(牛頭栴檀香)
우두전단향은 이구산(離垢山)에서 나며, 만약 몸에 바르면 불로도 태울 수 없다.『화엄경』 제42권에 나온다.
⑦ 수미산 남쪽에 있는 나무
수미산 남쪽에 한 그루의 큰 나무가 있는데 높이가 4천 리다. 여러 발차조(鉢扠鳥)들이 항상 그 위에 깃들었는데도 나무는 언제나 꼼짝하지도 않았는데, 어느 한 조그마한 새로서 형류(形類)는 메추라기 같은 것이 그 위에 앉자 나무가 갑자기 흔들렸으므로, 발차조는 수신(樹神)에게 물었다.
“당신은 아는 것이 없소이다. 나의 몸은 무겁고 큰데도 움직이지 않다가 조그마한 새가 왔을 적에 도리어 흔들립니까?”
신이 말하였다.
“이 새가 비록 작기는 하나 바다 밑에서 하나의 금강을 먹었다. 금강이란 물건은 떨어지는 데마다 파산시키지 않음이 없는지라, 그 때문에 크게 두려워서 절로 편안할 수가 없을 뿐이다.”『비유경(比喩經)』 제7권에 나온다.
⑧ 독 나무[毒樹]
사위국에 관청의 동산이 있었는데, 한 그루의 독 나무가 났었다. 남녀가 놀고 구경하면서 그 아래에 머물러 쉬면 혹은 머리가 아파서 빠개지려 하기도 하고 혹은 허리와 등이 쑤시기도 하며, 혹은 나무 아래서 죽기도 하였다.
동산지기가 길이 한 길 남짓한 자루의 긴 도끼로 멀리서 찍어 버리면, 열흘도 못 돼서 살아 옛것과 같이 되고 이렇게 많이 지나면 가지와 잎이 그대로 복구되어 옛날과 같이 둥근 모양으로 된다. 나무의 아름다움을 뭇 사람들이 보기만 하면 기뻐하지 아니함이 없고 꺼리거나 싫어할 줄 모르면서 모두가 와서 이런 일을 당한다. 동산지기의 종친(宗親)들이 나무 그늘을 탐내며 즐기다가 모두 다 죽어 갔으므로, 동산지기는 외따로 서서 밤낮 근심 걱정하였으며 슬피 울면서 달아나다가 어떤 이에게 물었다. 지혜로운 이가 그에게 말하기를 “그 뿌리까지 없애야 합니다” 하므로 마침 뿌리를 파려 하다가, 또 틀림없이 죽을 것을 두려워하며 나아가 다시금 생각하고 출가하여 도를 배웠는데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무를 베되 뿌리를 다하지 않으면
비록 베었다 할지라도 오히려 다시 나며,
애욕을 끊되 근본을 다하지 않으면
자주자주 다시 괴로움이 일어나느니라.
마음에서 깨달아 엄히 꾸짖으매 이내 초과(初果)를 얻었다.『작독수경(斫毒樹經)』에 나온다.
(5) 하천(河川)과 바다[海]
① 4대하(大河)
다시 4대하가 있는데, 아뇩대지(阿褥大地)로부터 나와 큰 바다로 흘러간다. 첫째가 긍가하(★伽河)요, 둘째가 신두하(辛頭河)요, 셋째가 복차하(蔔叉河)요, 넷째가 사타하(司陀河)다. 저 긍가하는 금 코끼리의 입으로부터 나와 못을 한 바퀴 돌고서 동해로 흘러 나가며, 저 신두하는 은 소의 입으로부터 나와 못을 한 바퀴 돌고서 남해로 흘러 나가며, 저 복차하는 유리(瑠璃) 말의 입으로부터 나와 못을 한 바퀴 돌고서 서해로 흘러 나가며, 저 사타하는 파리(頗梨) 사자의 입으로부터 나와 못을 한 바퀴 돌고서 북해로 흘러 나간다. 저 사대하는 저마다 4하(河)가 있어서 권속이 되지만 광대하고 유명한 것만을 말했을 뿐이며, 그리고 그 4하도 저마다 5백의 권속이 있으므로 합하면 2천의 강하가 있고, 마침내는 큰 바다로 나아간다.『비바사(毘婆沙)』 제2권에 나온다.
② 5대하(大河)
서쪽으로 흐르는 것은 항하(恒河)라 하고, 남쪽으로 흐르는 것은 야운하(耶云河)라 하며, 동쪽으로 흐르는 것은 두 개가 있는데, 첫째를 사륙하(沙陸河)라 하고, 둘째를 아이월하(阿夷越河)라 하며, 북쪽으로 흐르는 것을 묵하(墨河)라 한다. 모두가 바다에 흘러 들어간다. 천지가 성립된 이래 비가 하천에 떨어져 흘러 들었으되, 그 물은 더하거나 덜함이 없고 그 본래의 이름을 버리고 합쳐져 하나의 바닷물이 된다.『해팔덕경(海八德經)』에 나온다.
③ 큰 바다의 여덟 가지 덕[大海有八德]
부처님께서 무승국(無勝國)에 유행하실 때, 언제나 15일마다 여러 사문들을 위하여 계(戒)를 말씀하셨는데, 이 때는 좌정하시고서도 부처님께서 잠자코 계시므로 아난이 말하였다.
“좌정하였사옵니다.”
세존께서 비로소 말씀하셨다.
“여러 사문 안에 마음이 삿되고 행이 어긋난 이가 있도다. 그는 하천하여 집행할 수 있을 바가 아니며, 청탁(淸濁)이 서로 어긋나서 나는 말하지 않느니라.”
목련(目連)이 선정에 들어 자세히 살펴보다가 그에게 말하였다.
“일어나라. 그대 같은 속인이 앉아야 될 곳이 아니로다.”
그러나 이 때에 일어나려 하지 않았으므로 팔을 끌어당겨 나가게 하면서 말하였다.
“그대는 지극한 덕이 없으며, 마음에 여섯 가지 삿됨을 품었도다. 어찌 감히 더러운 냄새나는 몸으로 하늘의 향기로운 자리에 앉았느냐? 그대는 바로 버린 사람이요, 사문이 아니로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큰 바다를 살펴보라. 여덟 가지 덕이 있느니라. 그 넓이야말로 넓디 넓어서 가이없고, 그 깊이야말로 바닥을 헤아릴 길이 없으니 들어갈수록 점차 깊어져 앞에 걸린 바가 없나니, 이것이 첫째의 덕이니라. 조수는 기한을 넘기지 않나니, 이것이 둘째의 덕이니라. 바다는 뭇 보배를 함축하여 들어 있지 않는 것이 없으며, 주검과 썩은 것은 바다가 용납하지 않나니, 이것이 셋째의 덕이니라. 바다는 온갖 값진 것을 품고 있어 구하면 얻지 못하는 것이 없나니, 이것이 넷째의 덕이니라. 넓은 하늘 아래 5대하(大河)가 있되 바다에 흘러 드는지라, 모두 본래 이름을 버리고 합쳐져 하나의 바다가 되나니, 이것이 다섯째의 덕이니라. 5대하의 모든 흐름과 비가 내려 언제나 흘러 들지만 바다 안의 물은 예와 같아서 더하거나 덜하는 일이 없나니, 이것이 여섯째의 덕이니라. 바다에는 뭇 고기가 있고, 그 몸은 거대[巍巍]하여 첫째 고기 몸길이는 4천 리이며, 둘째 고기 몸길이는 8천 리이며, 셋째 고기 몸길이는 1천2백 리이며, 넷째 고기 몸길이는 1천6백 리이며, 다섯째 고기 몸길이는 2만 리이며, 여섯째 고기 몸길이는 2천4백 리이며, 일곱째 고기 몸길이는 2천8백 리이니, 이것이 일곱째의 덕이니라. 바닷물은 온통 짜서 밖이거나 안이거나 한결같나니, 이것이 여덟째의 덕이니라.『해팔덕경(海八德經)』에 나온다.
(6) 보주(寶珠)
① 명월마니주(明月摩尼珠)
명월마니주는 대개가 용의 뇌 안에 있다. 중생으로서 복덕이 있는 이면 저절로 이를 얻는데, 마치 지옥에서 죄를 다스리는 기구가 저절로 나는 것과 같다. 이 보배를 여의주(如意珠)라고도 하는데, 언제나 온갖 보물이 나오고 의복과 음식이 하고자 하는 대로 되기 때문이다. 이 구슬을 얻은 이는 독이 해를 끼칠 수 없고, 불이 태울 수 없다. 어떤 이는 말하였다.
“이는 제석천이 가진 금강인데 아수라(阿修羅)와 싸울 때에 부서져서 염부제에 떨어진 것이다.”
또 말하였다.
“아주 오랜 과거의 모든 부처님 사리(捨利)가 법이 이미 사라져 다한지라 이 구슬로 변화하여 이익되게 한다.”『대지론(大智論)』 제59권에 나온다.
② 큰 바다에서 보주가 나오다
큰 바다에는 네 가지 보주가 있는데, 온갖 보배는 모두가 이로부터 나온다. 만약 네 가지 보주가 없으면 온갖 보물들은 점차로 다 없어지게 된다.
여러 작은 용신(龍神)들은 볼 수 없고 사가라용왕(娑伽羅龍王)만이 은밀하게 깊은 보배 광 속에 넣어둔다. 이 깊은 보배 광은 네 가지 이름이 있는데, 첫째 이름이 중보적취(衆寶積聚)요, 둘째 이름이 부진보장(無盡寶藏)이요, 셋째 이름이 원치연(遠熾然)이요, 넷째 이름이 일체장엄취(一切莊嚴聚)이다.『화엄경(華嚴經)』 제30권에 나온다.
② 광명대보(光明大寶)
큰 바다 안에는 네 가지의 활활 타는 광명 대보가 있는데, 첫째 이름은 일장(日藏) 광명 대보요, 둘째 이름은 이학(離涸) 광명 대보요, 셋째 이름은 화주(火珠) 광명 대보요, 넷째 이름은 구경무여(究竟無餘) 광명 대보이다. 만약 큰 바다 안에 이 네 가지 보배가 없으면 4역(域) 천하의 금강위산(金剛圍山)으로부터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떴다 가라앉았다 하게 된다. 일장의 광명은 바닷물을 변화시켜 타락[酪]으로 만들 수 있고, 이학의 광명은 바다의 타락을 변화시켜 소(蘇)로 만들 수 있으며, 화주의 광명은 바다의 소를 태울 수 있으며, 구경무여의 광명 대보는 바다의 소를 태우되, 영원히 다하여 남음이 없이 할 수 있다.『화엄경(華嚴經)』 제10권에 나온다.
(7) 염부제 사람들이 먹는 젖의 많고 적음과 형상 및 수명의 같지 아니함
“염부제 아이가 태어나 땅에 떨어져서 세 살까지 어머니 품에 안기어 얼마만큼의 젖을 먹게 됩니까?”
미륵께서 대답하셨다.
“어머니 뱃속에서 먹은 4분(分)을 제외하고 마시는 젖은 180휘[斛]이고, 동불우체(東弗于逮) 아이가 태어나 땅에 떨어져서 세 살이 되기까지 먹게 되는 젖은 1천8백 휘이며, 서구야니(西拘耶尼) 아이가 태어나 땅에 떨어져서 세 살이 되기까지 먹게 되는 젖은 880휘이다. 북울단왈(北鬱單曰) 아이가 태어나 땅에 떨어져서 길가에 앉아 있으면 길가는 사람이 손가락을 주어 손가락을 빨아먹게 하는데[嗽] 7일 만에 성인(成人)이 되며, 그 땅에는 젖이 없다. 중음(中陰) 중생은 바람을 들이마신다. 염부제 중생의 수명은 백 살이며, 동불우체 중생의 수명은 250살이며, 서구야니 중생의 수명은 5백 살이며, 북울단왈 사람의 수명은 천 살이며, 중음 중생의 수명은 7일이다. 염부제 중생의 사람 얼굴은 위가 넓고 아래가 좁으며, 동불우체 사람의 얼굴은 둥글둥글하며, 구야니 사람의 얼굴은 위가 좁고 아래가 넓으며, 울단왈 사람의 얼굴은 정방형(正方形)이며, 중음 중생의 얼굴 형상은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과 같다.”『중생미연삼계경(衆生未然三界經)』에 나온다.
2) 울단왈(鬱單曰)
북울단왈 천하 둘레의 가로세로는 각각 40만 리이다. 갖가지 산이 있고, 그 강 양변에는 갖가지 나무와 갖가지 꽃이 있으며, 물에는 배가 있는데, 네 가지 보배로 만들어졌다. 목욕하는 못의 이름은 난타(難陀)인데, 그 물은 시원하고 맑으며, 밑의 모래는 모두가 금이다. 둘레에는 섬돌이 있으며, 네 가지 보배로 만들어졌는데, 금 섬돌에는 은의 틀이요, 은 섬돌에는 금의 틀이며, 유리의 섬돌에는 수정 틀이요, 수정의 섬돌에는 유리 틀이다. 갖가지 연꽃이 피었는데, 만약 꽃을 끊으면 젖과 같은 즙이 나며 꿀처럼 단 맛이다. 빛은 40리를 비추고, 그 향기 또한 40리에 어린다. 못의 동쪽에 강이 있는데 이름은 이미(已味)이고, 못의 남쪽에 강이 있는데 이름은 수갈(修竭)이며, 못의 서쪽에 강이 있는데 이름은 대토(大土)이고, 못의 북쪽에 강이 있는데 이름은 선종(善種)이다. 이 모든 강물에는 모두 꽃과 나무가 있는데, 네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다. 못의 동쪽에 동산이 있는데 이름은 현상(賢上)이다. 난간과 벌어선 나무 또한 네 가지 보배로 되었으며, 동산 안 향나무에서는 여러 가지 향이 나오고, 옷 나무와 영락(瓔珞) 나무에서는 갖가지 옷과 영락이 나오며, 음악 나무에서는 갖가지 음악이 나온다. 나무 높이는 7리로되, 높이가 6리, 5리, 4리, 3리, 2리의 것도 있다.
못의 남쪽에 원관(園觀)이 있는데 이름이 여현(與賢)이며, 못의 서쪽에 원관이 있는데 이름이 나월(羅越)이며, 못의 북쪽에 원관이 있는데 이름이 상유화(常有華)이다. 모든 나무에서 나는 바와 그 높낮이는 역시 동쪽 동산에서와 같다. 북방 천하에서는 나무가 굽어 길을 엇걸고, 천인(天人)은 그 위에 있되 남자와 여자는 처소를 달리하며, 깨끗한 멥쌀이 있되 심지 않아도 저절로 나며, 만약 음행하려 하면 뜻을 일으켜 서로 마주 보다가 말이 없이 남자는 앞에 가고 여자는 뒤를 따르되 원관 안에 닿으면 서로 함께 즐기는데, 혹은 2, 3일 혹은 7일에 이르기까지 뜻대로 행하다가 파하면 가고, 서로에게 소속되지 않는다. 여인이 잉태하면 7, 8일 만에 낳아 네거리 안에 가져다 두는데, 사면으로 오는 어떤 사람이든지 손가락을 주어 빨리면 젖이 나와 그를 먹인다. 7일이 경과한 뒤에는 자신의 복덕으로 저절로 크게 되는데, 마치 염부제 사람의 나이 스물 또는 스물다섯 되는 이만큼 하다.
둘레 사방에는 물이 있는데 이름은 아뇩다라(阿耨多羅)이다. 늦은 밤[後夜]에 구름이 일어 8미수(味水)를 내리는데, 마치 사람이 마시고 먹고 하는 것 같다. 땅은 기름으로 칠한 것 같아서 먼지가 나지 아니하며, 풀과 나무에는 언제나 꽃과 열매가 있어서 모두 향기로우며, 향기롭게 익은 때에는 어지러운 바람이 일어 상현(上賢) 원관을 불어 쓸고 이란풍(伊蘭風)으로 꽃을 흩날려 사람의 무릎까지 차게 되면 이 천하 사람들은 모두가 동산 안에 들어가 메인 데 없이 재미있게 놀고 즐긴다. 사람이 밥을 먹으려 할 적에는 조촐한 멥쌀을 가져다 염미주(焰味珠)의 빛으로써 그 아래에 지피면 밥이 되는데, 사방에서 와서 마음대로 모두가 먹으며, 먹어도 다하는 일이 없다.
나무가 있어서 상도(象兜)라 하는데, 엇갈려 굽어서 위가 합쳐짐이 마치 교차로와 같다. 인민들은 그 위에서 머무르되 남자와 여자는 처소를 달리한다. 사람의 이와 머리카락은 검푸르고 길이는 8치[寸]이며, 사람 얼굴빛도 같고 장단도 같다. 모두의 수명은 천 살이며, 죽으면 욕계의 여러 하늘에 가서 나고, 하늘에서 수명이 다하면 염부제의 부귀한 집에 태어난다. 대변과 소변은 땅이 갈라지면서 받고, 받은 뒤에는 도로 합쳐진다. 사망 시에는 좋은 의복으로 장엄하고 슬피 울지 아니하며 네거리 안에 놓아두면 울차조(鬱遮鳥)가 들어서 북방 천하 밖에 놓아둔다.『누탄경(樓炭經)』 제1권에 나온다.
『경율이상』 3권(ABC, K1050 v30, p.823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