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의 빈 의자를 그냥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노점을 지키는 저 여자를
버스를 타려고 뛰는 저 남자의
엉덩이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나는 내가 무거워
시가 무거워 배운
작시법*을 버리고
버스 정거장에서 견딘다
경찰의 불심검문*에 내미는
내 주민등록증을 시라고
하면 안 되나
주민등록번호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안 된다면 안 되는 모두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나는 어리석은 독자를
배반하는 방법을
오늘도 궁리하고 있다
내가 버스를 기다리며
오지 않는 버스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시를 모르는 사람들을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배반을 모르는 시가
있다면 말해보라
의미하는 모든 것은
배반을 안다 시대의
시가 배반을 알 때까지
쮸쮸바를 빨고 있는
저 여자의 입술을
시라고 하면 안 되나
- 오규원 시 ‘버스 정거장에서‘
* [가끔은 주목받는 생生이고 싶다] 문학과지성사, 1987
* 작시법 시를 짓는 규칙, 방법, 수법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 불심검문 경찰관이, 수상한 거동을 하거나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고 하여 의심받을 만한 사람을 정지시켜 질문하는 일.
- ’시는 무엇인가?‘ 하고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결론적으로 ‘시는 생활이다‘ 라고 결론 지었지만, 여러가지 사설들이 있다. 하지만 삶은, 생활이란 것은 직설적이다. 꾸미거나 돌려 말할 수 없다. 그 자체가 삶이고 시 이다. 하나의 사물이 의미를 가질 때, 그것의 형태가 가슴속에 부대끼며 공감할 때, 시가 된다.
첫댓글 반가운 시가 보여 사진 한장 올려봅니다. 시는 생활이다. ^^
안녕 하시지요? 간만에 업데이트 했네요.
비가오는 일요일, 진한 커피한잔 내려서 크로와상과 간단히 아침식사를 했네요.
생활이 반복되고 그것이 삶으로 축척될 때, 생활이 삶이 ‘시’가 아닌가?! 하고 깨닳게 되는것 같습니다. 비 내리는 소리를 좋아 하는데,, 거센바람이 함께하니 창문을 닫아야 해서 불편하네요. 창문에 튄 빗방울 무뉘도 정겨워 보이는 일요일 아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