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란드의 지리적 특성 및 도로 인프라로 전동 킥보드 사용자 빠르게 확대 중 -
- 한국의 기술력과 현지 공유서비스 환경을 통해 기회 포착해야 -
저녁시간 회사에서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였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에만 몰두한 나머지 오는 길에 장을 보는 것을 또 잊어버렸다. 오늘은 식재료가 떨어져 반드시 장을 봤어야 하는데 다시 나갈 생각을 하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집에서 1km 거리에 마트가 있지만 걷기에는 힘이 없고, 주차한 차를 다시 꺼내기에는 번거롭다.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때 마침 내 머리 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지난달 새로 장만한 전동 킥보드(Electric Scooter)였다.
이 이야기에서와 같이 폴란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짧은 거리를 오갈 때 전동 킥보드 이용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전동 킥보드는 작고 가벼워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기에 편리하고 기름값 등 추가로 들여야 할 비용이 없는데다 배기가스 배출이 없어 폴란드인들 사이에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2018년부터 바르샤바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Lime, Bird, Hive, CityBee 등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전동 킥보드는 일상생활에서 편히 사용하는 이동수단으로 당당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폴란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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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KOTRA 바르샤바무역관 촬영
폴란드의 일상 이동수단이 된 전동 킥보드
폴란드의 면적은 한반도의 1.4배에 달하지만 국토의 90% 이상이 평지이고 평균고도는 약 170m 정도로 매우 평탄한 지형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폴란드 사람들은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여 시내 대부분의 거리에 자전거 도로가 잘 구축되어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과 인프라로 폴란드는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전동 킥보드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바르샤바의 평탄한 지형과 자전거 도로 모습
자료: KOTRA 바르샤바무역관 촬영, LIFEGATE
또한 폴란드는 꾸준한 경제 성장세에 따른 가계소득 증가와 함께 생활 소비재 시장이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폴란드는 2004년 유럽연합에 가입한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을 이어가면서 2018년에는 EU 28개국 중 몰타와 아일랜드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5.1%의 GDP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경제성장과 소득 증가, 그리고 이에 따른 생활수준 향상은 폴란드인들에게 여가활동 관련 지출을 확대하게 하였고, 새로운 제품 수용에 적극적이게 하였다. 이러한 현상 역시 폴란드의 전동 킥보드 시장 확대를 빠르게 이끄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전동 킥보드를 사랑하기 시작한 폴란드인들은 앞으로도 그 수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정부는 2018년 12월 카토비체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4)에서 e모빌리티 사용 확대를 위한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는 등 저탄소배출 실천을 위해 전기배터리를 활용한 이동수단 산업 육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4차산업 육성과 생활 속 기술 접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폴란드 내 전동 킥보드의 인기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전동 킥보드가 폴란드인들을 사로잡았을까?
폴란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XIAOMI의 MIJIA M365이다. 색상은 검정색과 하얀색 두 가지 종류로 판매되고 있다. MIJIA M365의 가장 큰 특징은 주행거리로 1회 충전에 최대 30km 이동이 가능한 점이다. 여타 제품들이 1회 충전에 10~20km를 가는 것과 비교하면 출퇴근 등 거리에도 배터리 충전에 대한 부담이 덜한 장점이 있다. 가격은 1,650 PLN (약 51만원) 수준.
XIAOMI MIJIA M365
자료: XIAOMI 홈페이지
모터사이클 전문 제조사인 KAWASAKI가 선보인 KX-FS5.5 역시 폴란드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고 주행속도는 20km/h를 넘지 않아 타 인기제품대비 빠르지 않지만, KAWASAKI 브랜드 명성과 안전성 그리고 700PLN(약 22만 원)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여성과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KAWASAKI KX-FS5.5
자료: KAWASAKI 홈페이지
전 세계적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Razor USA의 E시리즈 또한 인기다. 특히 E300 모델은 약 25km/h에 달하는 빠른 속도와 낮은 무게 중심에서 오는 안정감으로 스포티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E300 모델에 의자가 더해진 E300S는 편하게 앉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통근 또는 도시 외곽 자전거 도로 및 공원 등 산책 시 자주 이용되고 있다. 가격은 1,600PLN(약 49만 원) 수준.
Razor E300 및 E300S
자료: Razor USA 홈페이지
20년이상 폴란드에서 비디오 게임 및 관련 디바이스를 제작해온 MANTA가 선보인 MES002는 7.7kg밖에 되지 않은 경량 전동 킥보드로 관심을 끌고 있다. 전동 킥보드의 기본적 기능에 충실한 MES002는 가격 또한 1,000 PLN (약 31만원) 이내로 비싸지 않은 편이며, 배터리 용량이 작아 장시간 이용은 어렵지만 단거리 이동에 최적화 된 제품으로 볼 수 있다.
MANTA MES002
자료: MANTA 홈페이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유명한 Segway-Ninebot Kickscooter ES2는 폴란드에서 명품 전동 킥보드로 통한다. 디자인, 속도, 안정감, 주행거리 등 모든 부분에서 우수함을 보이며, 스마트폰과 연결하여 원격으로 제어가 가능한 점에 소비자들의 주목을 이끌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2,000 PLN (약 62만원) 이상의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아직 많은 사용자가 눈에 띄지는 않는다.
Segway-Ninebot Kickscooter ES2
자료: Segway-Ninebot 홈페이지
전동킥보드의 핵심은 지속사용성과 휴대성
주요 인기제품들의 특징에서 볼 수 있듯이 폴란드인들은 1회 충전으로 장시간 사용 가능하고 휴대하기 편리한 제품을 선호한다. 특히 출퇴근 및 배달용으로 전동 킥보드 사용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더 휴대하기 편리한 제품을 찾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폴란드 내 최근 LG화학, SK이노베이션, LS전선 등 한국 유수기업의 차세대 배터리 관련 투자진출로 폴란드인들에게 한국은 모빌리티용 배터리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또한 한국은 2017년 대 폴란드 투자국가 중 1위를 차지해 한국에 대한 폴란드인들의 인식은 그 어느 때보다 긍정적이다. 특히 기존의 IT 강국 이미지와 소비자 친화 제품 생산국 이미지가 더해져 향후에는 e모빌리티분야의 우수 제품 보유 국가로 포지셔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회는 온라인 쇼핑몰과 공유서비스 사업
폴란드는 전국적 판매망을 갖춘 유통회사가 적다. 그리고 2018년 3월부터 점진적으로 오프라인 상점의 일요일 영업이 금지됨에 따라 폴란드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폴란드의 인터넷 사용환경 개선과 스마트폰 사용인구 증가, 다양한 결제방식 등장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개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전동 킥보드 역시 ceneo.pl 등 현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많은 판매가 이뤄지고 있어 온라인 유통망을 통한 시장진출은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현재 바르샤바와 브로츠와프 등 몇 곳의 도시를 제외하면 아직 전동 킥보드 공유서비스 도입 초기단계로 향후 점진적 확대 가능성이 크다. Lime 등 글로벌 서비스기업 외에도 현지 기업들이 서비스 시행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현지 공유서비스 업체 발굴을 통한 현지진출도 고민해 볼 수 있다. 특히 공유서비스용 전동 킥보드는 GPS 센서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동 기술이 접목된 제품이라면 현지 수요에 충분히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동 킥보드가 젊은 층의 레저활동 제품으로 주로 인식되는 한국과 달리, 폴란드에서는 정장을 입은 40~50대 직장인, 음식을 운반하는 배달원 등 다양한 이용자를 쉽게 볼 수 있다.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하나의 이동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는 폴란드의 전동 킥보드 시장은 이제 막 시작 단계이다. 우리 기업들에게는 폴란드인들의 e모빌리티에 대한 열망이 서로의 가치를 배가하는 울림으로 다가오기를 바란다.
자료: Eurostat, Lime, LIFEGATE, XIAOMI, KAWASAKI, Razor USA, MANTA, Segway-Ninebot, KOTRA 바르샤바무역관 자료 종합